▲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박창희의 건강한 삶을 위해] 한이 맺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인의 고기사랑은 각별하다. 늦은 밤 지하철, 옆 사람에게 풍기는 갈비 냄새를 맡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우리는 굽거나 찌고 볶아서 한 상 걸게 차려내야 대접도 잘한 게 된다. 잘 먹어야 기운이 넘쳐 일도 잘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깃집, 갈빗집은 손님들로 넘쳐난다.

온종일 고되게 일하고도 양질의 단백질을 마주하면 힘이 솟는 우리다. 저마다 가위며 집게를 전사처럼 들고 굽고, 태우고, 잘라가며 부지런히 먹는다. 세계 그 어느 곳을 가도 우리처럼 고깃집이 불야성에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단일 식당으로 규모를 비교하면 여타의 음식점들이 고깃집을 따라갈 재간이 없다. 어딘가 찾아갈 땐 그 근처의 대형 고깃집이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 번호표를 주기도 하는데 필자 역시 번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뻘쭘하게 줄을 지키곤 한다. 이때 쌍둥이들은 놀이방 볼 풀에 몸을 던지고, 아내는 야외의 라이브 공연에 잠시 심취한다. 대형화된 고깃집은 식사뿐 아니라 쇼핑, 놀이, 공연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복합공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평일에도 사람이 넘친다. 공복을 견디며 기다린 끝에 내 번호를 장내 아나운서(?)가 호출하면 우리 식구는 하나가 되어 입장한다.

작은 회사를 경영하는 필자는 사람과 일에 대한 평가를 정확히 할 수 있는 능력을 경영자의 최대 덕목으로 꼽는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 어줍잖은 철학이 대형 식당을 가게 되면 그 식당의 규모를 가늠하는 버릇을 만들었다. 일부러 화장실을 가는 척하며 종업원의 수를 세어 본다든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주방의 동선을 예의주시하기도 한다. 심지어 식사를 돕는 종업원에게 이 땅이 몇 평이며 일일 매출이 얼마인가를 묻다가 아내에게 핀잔을 듣기도 한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고깃집에 들어오면 고기나 열심히 먹고 가는 게 손님의 최대 덕목이라는 비아냥과 함께 말이다. 물론 열심히 먹어야 하겠지만 차림표를 받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상단의 메뉴는 금박 글씨의 특등급 한우고긴데 손바닥 만한 거 두 점이 웬만한 알바생의 하루 일당이다. 그곳을 호기롭게 가리키는 아내의 통통한 손가락을 필자는 하단의 돼지 갈비 쪽으로 끌어내린다. “너희들이 그러면 그렇지.” 라는 듯 주문을 받고 돌아서는 종업원의 뒷모습이 쌀쌀맞게 느껴진다.

아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한우고기 옆에는 플러스 두 개가 나란히 붙어있다. 최상품을 의미하는 ++는 촘촘히 눈꽃처럼 박힌 기름이 많다는 뜻이다. 인간들은 풀 먹던 동물에게 곡물을 먹이고 운동을 제한시켜 단단하게 근육질을 유지해야 할 살덩어리를 물컹물컹한 기름 덩어리로 만들었다. 만약 그 기름에 손을 담갔다 빼면 마치 흰 장갑을 낀 듯 포화지방이 달라붙을 것이다. 그 고기를 먹고 추운 곳에서 입을 벌리면 입천장이 촛농 코팅된 느낌을 받는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찍어 먹는 장 또한 이내 허연 기름으로 이내 뒤덮인다. 몸에 녹아들면 가차 없이 혈관을 파괴하는 기름 덩어리를 팔아먹기 위해 이 인조고기(?)를 만든 자들은 황금 마블링 한우, 초특급 최상품 한우, 대한민국 명품한우 등 각종 미사여구를 갖다 붙였다. 육질을 균일하게 지배하는 마블링이 많을수록 입속에서 녹아드는 맛이 고소한데 그것을 즐기려면 지갑을 크게 열어야 한다. 우리가 좋은 것 좀 먹자고 할 때 흔히 칭하는 양질의 식괴는 마블링이 예술인 한국산 착한 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값이 비싸 서민들은 자주 먹기 어렵지만, 건강 측면에선 되레 다행스러운 일이다. 원래 고기라는 것은 근 세포의 기본 구성이 탄탄해야 한다. 풀을 먹고 방목한 소들의 육질은 팍팍하다 못해 칼질도 어렵다. 근막을 끊어내기 위해 저작을 잘해야 하는 순수 살코기와 값비싼 지방덩어리 중 어떤 것이 우리 몸에 유용할까. 세상은 때론 공평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살 맛이 난다고 하는 게 아닐까.

▲ 박창희 다이어트 명강사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
한양대학교 체육학 학사 및 석사(동대학원 박사과정 중)
건강 및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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