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언덕하면 묘하면서도 정겹고 아쉬움이 먼저 생각나는 단어이다. 부모가 자식을 멀리 보낼 때 아니면 사랑하는 이를 보낼 때 언덕에서 상대방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서 바라보는 그림이 그려진다. 또한 산보다는 넉넉하면서도 아늑하고 사랑스런 느낌이 드는 단어이기도 하다.

우리의 언덕에는 많은 밭이 일구어져 있다. 콩밭을 메는 칠갑산의 아낙네는 아마도 언덕에 만들어진 밭에서 무수한 땀을 흘렸을 것이다. 또한 보성의 녹차밭 그림도 고즈넉하게 눈 앞에 그려진다.

농사를 짓는 입장에서 보면 평지보다는 조금은 힘을 더 들게 만드는 곳으로 좋은 감정이 아닐 수도 있지만 한편의 풍경화 같은 느낌이 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영국에서는 해발 610m 이상을 미국에서는 304.8m 이상을 산이라 정의하는데 이 이하 높이의 산을 언덕(hill)으로 볼 수 있다. 산의 축소판인 언덕은 땅이 경사진 곳으로 주변의 땅보다 높게 솟은 좁은 지형이다.

언덕은 평원보다는 높낮이의 차이가 크고 산지보다는 작은 곳을 가리키는 말이나 산과는 명쾌하게 구분되지 않고 혼용하여 사용된다. 우리말로는 언덕의 유사어로 ‘구릉’, ‘둔덕’이 있다. 영어의 ‘hillock’과 ‘knoll’은 작은 언덕(낮은 산)을 지칭하는 말이다. 유사어로 ‘mound(흙무더기, 고분)’과 ‘tumulus(무덤, 고분)’가 있다.

우리에게 정감을 주는 언덕(hill)’이란 말은 어디에서 유래가 됐을까?

‘언덕(hill)’의 어원은 인도-유럽 공통기어 ‘kolən-/ koləm-(정상, 언덕, 바위)’이 게르만 조어로 유입되어 ’hulliz(돌, 바위)’로 변형이 되었다. 이 단어가 고대 영어 ‘hyll(언덕)’로 유입되었고 중세 영어를 거쳐서 ‘hill’로 최종 정착을 하였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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