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야 합니다.

이 공연성과 관련해 대법원은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여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아, 소위 “전파성 이론”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최근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을 소수에게만 개별적으로 했더라도 전파가능성이 있으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습니다.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에 관한 기존 대법원의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A는 2018년 3월 B의 집 뒷길에서 자신의 남편과 B의 친척이 듣는 가운데 "저것(B)이 징역 살다온 전과자다. 전과자가 늙은 부모 피를 빨아먹고 내려온 놈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A는 또 경로당에서 이웃과 실랑이를 벌이다 옆구리를 발로 차 전치 4주의 늑골 골절상을 입히는 등 3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와 자신을 작업에서 쫓아내려고 한다는 이유로 동료의 입을 쥐어뜯고 멱살을 잡아당겨 폭행한 혐의 등도 받고 있었습니다.

검찰은 A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B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판단하여 A를 명예훼손죄 및 상해,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1심 법원은 A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2심 법원은 명예훼손과 상해 등의 혐의는 유죄로 판단하고, 다만 폭행 혐의 1건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해 징역 4개월을 선고했습니다.

2심 법원은 "A의 말을 들은 사람이 B와 친척관계에 있더라도 A의 발언이 전파될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 A의 행위에 공연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명예훼손에 대한 고의도 인정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상해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2020도5813).

재판부는 "명예훼손죄는 침해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아도 명예를 훼손할 위험성이 발생한 것으로 족하다. 소수의 사람에게 발언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초래한 경우에도 '공연히' 발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제 한 후,

"공연성의 의미는 고정된 것이 아니므로 시대 변화나 정보통신망의 발달에 따라 그 개념과 내용이 달라질 수 있고, 현재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도 급격히 증가해가고 있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은 '행위 상대방'의 범위와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명예훼손 내용을 소수에게만 보냈음에도 행위 자체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형성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따라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상대방이 직접 인식해야 한다거나 특정된 소수의 상대방으로는 공연성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법리를 내세운다면 해결기준으로 기능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오히려 특정 소수에게 전달한 경우에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한 전파가능성 여부를 가려 명예가 침해될 일반적 위험성이 발생하였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실질적인 공연성 판단에 부합되고, 공연성의 범위를 제한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재형·안철상·김선수 대법관은 "전파가능성 법리는 명예훼손죄의 가벌성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해 죄형법정주의에서 금지하는 유추해석에 해당한다. 전파가능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구체적 적용에 자의가 개입될 소지가 크고, 전파가능성 개념을 통해 공연성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외국의 입법 추세와도 동떨어진 것"이라는 반대의견을 제기하였습니다.

위 사안의 쟁점은 A가 다수가 아닌 소수의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B에 대한 험담을 한 것도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이같은 경우에도 전파가능성이 인정된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었고, 이번 전원합의체판결 역시 기존 입장을 확인하였습니다.

반면 일부 대법관들은 전파가능성 법리는 명예훼손죄의 가벌성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해 죄형법정주의에서 금지하는 유추해석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반대하는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최소한 우리 법원은 명예훼손죄의 성립에 있어 전파가능성 이론을 취하고 있기에,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할 경우에는 매우 신중해야할 것입니다.

또한 이 사안에서 A의 말을 들은 사람이 B와 친척관계에 있더라도 A의 발언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법원은 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