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우리는 우산하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익숙한 윤석중 작사/ 이계석 작곡의 ‘우산’이라는 동요이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파란 우산 깜장 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학교 길에 우산 세 개가 이마를 마주대고 걸어갑니다”. 지금 들어도 마음을 맑게 해주는 싱그러운 노래이다.

초등학교 시절 우산은 ‘지우산’이라고 기름 종이를 덮게로 만든 우산이거나 아니면 비닐로 만든 우산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의 살대는 대나무로 만들었기에 비올 때 바람이라도 세차게 불면 우산이 확 뒤집어져서 망가지곤 했다.

그때는 들판을 가로 질러서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에는 곤욕을 치르곤 했다. 그래서 부유한 집 친구들이 가지고 다니는 천과 쇠살로 된 우산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우산의 역사를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 보면 “일부 특권층의 햇빛 차단용 일산(日傘)은 고대부터 있었으나 우산의 필요성이 확대된 것은 야외생활과 스포츠가 성행하던 19세기 일이다. 그 이전에는 반원형이나 4각형의 직물로 비를 가렸다.

요즘 박쥐 형태 우산은 18세기 중반 영국 J. 한웨이가 발명했는데 당시는 상류층의 양산이었고 19세기 초에 와서 대중화됐으며, 금속제의 우산은 1847년 발명되었다. 한국에서는 대오리 살에 기름 종이의 우산이 쓰였으며, 농촌에서는 대오리나 갈대로 엮은 삿갓이나 풀로 망토처럼 엮은 도롱이를 사용했다. 박쥐 형태의 우산은 조선말 개항 이후에 선교사들에 의해 들어온 것으로 추측된다”라고 되어있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정의를 보면 “우산은 비가 올 때에 머리 위에 받치어 비를 가리는 물건으로 대오리 살에 기름 종이를 바른 종이 우산, 비닐 우산, 쇠로 만든 살에 방수처리 헝겊의 박쥐우산 등이 있다. 또 소지가 편하게 살과 대를 2단 혹은 3단으로 접을 수 있게 만든 것도 있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1911년 배화학당에서 자퇴 학생의 얼굴을 검정우산으로 가리게 하였는데 이후 다른 여학생들과 일반 여성들에게 크게 유행한 이 검정우산은 마치 날개 펼친 박쥐와 같아서 박쥐우산 또는 편복산(蝙蝠傘)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 우산은 얼굴을 가리는 용도였으나, 햇빛이 날 때는 양산으로 비 올 때에는 우산 구실도 하였다.

우산이 우리 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확실치 않으나 1876~ 1883년 사이에 선교사들에 의해서 우산이 들어왔을 거라 추측된다. 왕 이하 상류층만이 사용한 우리 나라의 우산은 비를 막기 보다는 양산을 겸한 의례용으로 사용되었는데 그 이유는 비를 우산으로 받는 것은 불경이라 여겨서 서민들의 사용이 금지되었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고구려 벽화에도 나오고 고려 시대에 존재했던 장량항우산(張良項羽傘)은 볕을 가리는 양산과 우산 겸용이었지만 귀족들만 외출시에 사용하였다. 조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서민은 도롱이와 삿갓으로 비를 막으며 일을 하였고, 기름종이로 전모를 크게 만들어 쓰거나 갈모(모자 위에 덮어 비를 피하는)를 쓰기도 하였다.

‘우산(umbrella)’과 ‘parasol’은 그 생김새와 용도가 비슷하다보니 의미가 혼동이 되곤 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비나 햇빛을 가리게 고안된 것이다. ‘parasol’은 일반적으로 햇빛을 가리도록 고안된 것이고, ‘umbrella’는 비를 가리는데 더 적합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또한 파라솔은 방수가 아니고 테라스 테이블이나 야외 가구에 고정하여 사용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우산은 파라솔과 달리 손에 쥘 수 있는 휴대용으로 고안되었다.

비가 올 때 옷이 젖지 않도록 해주는 유용한 ‘우산(umbrella)’은 어디에서 온 말일까?

‘우산(umbrella)’의 어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번째 설은, ‘umbrella’는 고대 그리스어 ‘ómbros’가 라틴어로 유입되어서 ‘ombra/ umbra(그늘, 차양)’가 되었다. 이 말이 이탈리아어 ‘ombrella/ umbrella(우산)로 되면서 최종 ‘umbrella’로 정착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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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설은, ‘umbrella’는 ‘umbel(위가 평평하게 둥근 꽃)’ 혹은 ‘umbra(shaded)’에서 파생한 라틴어 ‘umbella’에서 진화했다는 설이다. 또한 프랑스어에서 ‘-ella’는 ‘작다는 의미를 보강하는’ 접미사이기 때문에 ‘umbrella’가 ‘little shadow’란 의미로 본다.

‘umbrella(우산)’ 대용으로 ‘brolly(우산)’, ‘rainshade’, ‘sunshade(양산)’, ‘gamp(큰 박쥐우산)’, ‘bumbershoot(우산)’ 등 여러 단어가 사용되는데, ‘Brolly(우산)’는 케냐나 영연방국가에서 쓰는 슬랭이고, 영국에서 종종 사용하는 ‘gamp’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 ‘Martin Chuzzlewit’의 우산을 나르는 캐릭터로 유명한 Mrs. Gamp의 이름을 딴 것이다. ‘Bumbershoot(우산)’은 19세기말 기발한 미국 특유의 어법이다.

‘Parasol’은 ‘para(멈추다, 보호하다)’와 ‘sol(태양)’의 합성어이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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