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관파천의 현장 '舊 러시아 공사관' [백남우 칼럼]

2021-03-21     백남우 tbsTV 영상콘텐츠부장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러사아 공사관] 덕수궁과 경향신문사 사이, 정동길을 걷다 보면 아담하고 호젓한 정동공원을 만날 수 있다. 한국 가톨릭의 첫 수도공동체였던 정동수녀원이 있던 곳으로 지금은 시민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그리고, 당시 수녀들이 머물던 한옥과 담을 맞대고 있던 옛 러시아 공사관.

▲ 열강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정동 일대

통상을 요구하는 서구 열강의 침략이 잦아지던 19세기 말 정동 일대는 열강의 각축장이 되었고 서구 열강의 공사관 중 동 가장 높은 곳에, 가장 크고 화려한 모습으로 러시아공사관이 들어섰다. 현재 그 화려했던 모습은 간데없고 건물 북동쪽에 있던 탑만 복원돼 있다.

▲ 舊 러시아공사관(탑) / 사적 제253호
▲ 경복궁 경운궁(덕수궁) 등 서울4대문 안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정동 고지대 입지
▲ 1890년 러시아 건축가 사바찐 설계 및 시공(좌) / 회색벽돌과 화강암을 쌓은 단층의 르네상스식(우)
▲ 러시아공사관 복원평면도 / 남동서 측에 아케이드를 두어 3면 모두 정면성 강조(붉은색) / 북동 측 모서리에 탑 배치(푸른색)

명성황후가 시해되는 을미사변 후 고종은 황태자와 함께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는 아관파천을 단행했다.

아관파천(俄館播遷)
1896년 2월11일~1897년 2월25일

▲ 경복궁 사정전에서 집무를 보던 고종, 영추문을 통해 궁을 빠져나가고...
▲ 고종이 거처했던 침실(추정)

“르네상스식으로 장식한 실내 벽은 꽃무늬 융단이 장식으로 걸려있고 중앙에 촛불 상들리에가

비추고 있었다. 동쪽 벽에 붙여 포장이 들린
넓은 소파 모양의 용상이 마련되고
용상 바로 앞에 호피 한 장이 깔려 있었다.
그 용상 오른 편에 찻잔이 높인 삼각 받침대,
왼편에 돌사자의 장식 조각이,
그 뒤에 삼층 조선장이 놓여 있었다.
용상 맞바래기 서벽에 더블 침대,
그리고 남쪽 벽에 붙인 소파 세트가
임금님이 한 해 동안 기거한 거실의 전부였다.”

 / 에비슨이 지켜본 근대 한국 42년

1917년 러시아혁명으로 제정러시아가 붕괴됐고 공사관은 소비에트 영사관으로 개관했지만 냉전시대에 들어 폐쇄됐다.

▲ 한국전쟁으로 외벽 일부와 탑을 제외하고 소실
▲ 1973년 탑 부분 보존처리 / 1969년 서울시 향토문화재 지정 / 197년 사적 지정 / 1981년 지하층 발굴, 일대 재보수 및 조경

아관파천이라는 수모의 현장, 소련이라는 적성국가의 잔류물. 탑으로만 남은 옛 러시아 공사관이 그마저도 헐릴 뻔한 이유였다. 하지만 정동의 근대사라는 역사성과 장소성의 가치로 공사관의 흔적은 보존돼야 할 것이다.

    - <러시아 공사관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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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브 : https://youtu.be/0_xKnhKdzqA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http://tv.naver.com/seoultime), 유튜브(검색어: 영상기록 시간을 품다) 또는 t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2019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다큐멘터리부문 우수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