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일원 청춘 칼럼] 대학에 가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착각은 자유’라는 말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해 줄 뿐이었다. 고등학교의 답답한 생활은 끝나고, 대학에 가면 조금 더 자유롭고 편하고 답이 보이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 자유는 너무 방대해서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만들었고 답을 찾기는커녕 남들 꽁무니 따라가기 바빴다.대학은 학교라는 틀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는 그 틀이 답답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그 답답함이 자유의 위험 속에서 날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얼 해야 할지도 모르고 고등학교 때 처럼 이건 맞다,
[미디어파인=정다운의 영화 들여다보기] 동화는 흔히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로 분류된다.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 애니메이션 속 판타지 세계에 열광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른이 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동화 속 세계는 흥미롭다. 손에서 얼음을 내뿜는 여왕의 이야기나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높은 탑 속에 갇힌 공주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비논리적이어서 더 즐겁다.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인 것을 잘 아는 어른이 된 후로는 이 판타지적인 동화 이야기가 현실의 도피처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만을 정직하
[미디어파인=이현지의 종착역 없는 여행] 피부를 찔러 대는 더위에도 지도 위 곳곳에서 기차는 달리고, 사람들은 파도 소리를 길잡이 삼아 삼삼오오 여행을 떠난다. 여름보다 더 뜨거운 여행의 열기에 우리 청춘들이 빠질 수 있으랴. 여행과 장소의 변화는 우리 마음에 활력을 선사한다고 했다. 시원한 카페 안에 앉아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더운 공기를 외면하지만 말고 그 속에 뛰어들어 에어컨 바람보다 더 시원한 마음의 활력을 찾아 떠나 보자.경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경주로의 출발은 되도록 기차를 추천한다. 경주로 가는 동안 미
[미디어파인=김자현의 시시(詩詩)한 이야기]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오세영, ‘그릇1’ 부분, 시집 '모순의 흙' 중.아버지는 서예가이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8년 전, 아버지는 전주 한옥 마을의 한 집을 임차하여 작업실로 썼다. 대문을 열어 두는 때가 많았다. 이따금 서예 작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들어와 구경하고, 차도 한 잔씩 마시고 가곤 했다.한옥 마을은
[미디어파인=정다운 청춘 칼럼]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 시절, 점심을 먹기 위해 친구와 학생식당을 찾았다. 무리 지어 점심을 먹는 학생들 사이에서 눈길을 끄는 몇몇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넓은 학생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학생들이었다.'혼자 밥을 먹는 것이 뭐가 어때서.'라고 할 수 있지만 고등학생 때까지 그런 사람을 보는 일이 흔치 않았던 까닭에 당시에는 그런 사람을 보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측은해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보지 않는 척하면서 몰래 곁눈질로 그 사람들을 흘낏 쳐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한 해, 두 해 나이가 먹
[미디어파인=청춘 칼럼] “지금 자신감이 너무 없어서 성적이 잘 안 오르는 것 같아. 왜 이렇게 겁을 먹니.”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들었던 말이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자신감을 찾기 위해 여행을 다녔고 중국 무술 동아리에 들어가서 쿵푸를 배웠다. 심지어 남들이 볼 수 없는 곳에 문신까지 새겼다. 얼떨결에 입대까지 했다. 하지만 자신감은 생기지 않았다.뭘 해도 안 될 것 같았다. 우리가 흔히 쓰는 ‘자신감’(Self-Confidence)이라는 말은 심리학에서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라는 표현으로 더 많이 쓰
[미디어파인=정지윤의 청춘 넋두리] 학교를 마치고 다른 아이들이 영어 학원, 수학 학원 차에 바쁘게 오르는 동안 나는 동네 슈퍼마켓 옆 작은 건물 2층으로 올라간다. 신발을 벗고 조금은 투박한 문을 드르륵 열자 마자 먹 냄새와 뭔지 모를 풀 냄새가 은은하게 섞여 들어온다. 익숙하게 그 냄새를 들이마시며 학원 안으로 들어가자 화초가 눈에 들어온다.원장 선생님이 애지중지 키우는 큰 화초는 오늘도 변함없이 약간의 물을 머금고선 싱그럽게 뻗어 있다. 나는 늘 첫 번째로 그래 왔듯이 그 화초와 눈 맞춤을 하고 방에 들어와 사자소학(四字小學)
[미디어파인=정지윤의 청춘 넋두리] 고등학생 때는 친구들과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급식을 먹었기에 느끼지 못했다. 어쩌다 소문으로 “쟤네 집 정말 잘 산대.”라는 말을 들어도 별로 실감하지 못했다. 어쨌든 그 아이도 나와 같은 밥을 먹고 같은 옷을 입은 채로 공부를 하니까. 대학에 들어와서야 처음으로 '모두가 나와 똑같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대학에는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특히 외국에 오래 살다 와 현지 언어를 유창하게 하고 방학마다 유럽 여행을 훌쩍 떠나는 동기들의 모습은 지방에
[미디어파인=조다영 청춘 칼럼] 스무 살에게 3월은 개강과 동시에 첫 수업, 첫 선배와의 대면으로 호기심과 설렘이 일렁거리는 캠퍼스의 낭만을 선사한다. 멋진 선배와의 연애를 꿈꾸기도 하고 처음으로 성인이 되어 하는 연애는 어떤 느낌일까? 귀여운 환상을 가지기도 한다. 4월이 되어 벚꽃이 하나둘씩 피기 시작하면 ‘아, 나도 애인이랑 같이 벚꽃 구경했으면.’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그래서 과팅, 미팅, 소개팅 등이 물밀 듯이 밀려오고 많은 커플이 탄생된다. 나 역시도 비슷한 시기에 많은 친구들이 연애를 시작하자 뒤처지기 싫은
[미디어파인=이은지 청춘 칼럼] 따뜻한 날이 계속되고 있어. 엄마에게 꽃 사진 몇 장 보냈어. 엄마가 문자로 걱정 몇 마디를 보냈어. 선배 언니에게도 몇 컷 보냈지. 예쁘다고 간단한 답이 오고 한참 만에 다시 메신저가 왔어. 남자 친구랑 싸왔는데 봄 사진 보고 기분이 싹 풀렸대, 그래서 남자 친구랑도 잘 풀었다고.아빠한테도 몇 장 보냈어. 혼자 있냐고 답이 왔어. 그래서 그렇다고 했지. 그리고 뭐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물으셔서 파스타 먹고 싶다구 했지. 내일 점심은 파스타야. 혼자 하는 꽃놀이를 마치고 도서관에 왔어. 나른하다. 괜
[미디어파인=최민정의 태평가] 침대에서 더 뒹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나는 자본주의의 노예이기에 오늘도 무거운 몸을 일으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 계속되는 갑질에 몇 번씩 주먹을 쥐었다 피다가도 나는 을, 아니 어쩌면 병, 아니 어쩌면 정에 불과하니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한다.죄송합니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사장님. 자존심이 밥 먹여 주던가? 아르바이트비는 밥을 먹여 준다.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오늘 하루도 그럭저럭 버텼다. 문을 열고 나오니 찬바람이 날 마주한다. 봄이라더니 아직도 춥기만 한 게 꼭 내가 처한
[미디어파인=조소민 청춘 칼럼] 20대 여성 대부분이 자신의 외모를 꾸미고 싶어 하기에 ‘뷰티’, ‘메이크업’ 이라는 키워드에 자연스럽게 눈길을 준다. ‘나는 화장에는 영 관심이 없어.’라고 주장하는 여성이라도 SNS를 살피며, TV 프로그램을 보며, 한 번쯤은 관심이 가는 뷰티 콘텐츠를 마주했으리라 감히 확신한다. 나는 이제부터 그 매력적인 키워드들을 한 번 건드려 볼 생각이다.거두절미하고 이제 막 화장을 시작하는, 혹은 화장이라면 아직 손부터 떨리기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나의 조언은 ‘네 색을 알라.’이다. 여기서 말하는 ‘색’
[미디어파인=박다은 청춘 칼럼] 몇 주 전 주말부터 샤브샤브집 홀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넉넉하게 '알바' 시작 시간 십 분 전에 도착해야 한다. 이미 서빙을 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넉살 좋은 미소를 건네고 곧바로 탈의실로 향한다. 각 잡힌 정장 바지와 흰 유니폼을 차려입고 검은 구두까지 갖춰 신은 다음 허리에 두르는 앞치마를 꽉 조여 맨다.기름 범벅인 주방을 거쳐 나오면 바로 홀이다. 주말 오후 타임에는 손님들이 언제나 가득하다. 사각지대에 몸을 숨겨 발목을 꾹꾹 눌러 주곤 다시 구두를 신는다. 오늘도 힘내자, 곧 지칠
[미디어파인=곽나희 청춘 칼럼] 나이 열아홉, 그때가 세상에서 가장 치열한 줄로만 알았던 시절. 마치 대입만이 인생의 목표인 양 달려가던 그 시절. 그것만 원하는 대로 이루면 만사가 형통할 줄 알았던 그 시절. 그렇게 누군가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이루기 위해 그에 맞는 대학에 가고, 누군가는 적성에 맞진 않지만 성적에 맞춰 어쩔 수 없이 원치 않는 대학에 갔다.폭풍우 같던 수험생 시절을 거친 대학생들의 현재는 과연 어떨까. 드라마 OST의 제목처럼 '말해 뭐해?' 녹록지 않다. 대입의 언덕을 넘으니 취업이라는 거대한 산이 우뚝 서
[미디어파인=송민근의 물구나무] 어린 시절 필자의 책장 한 구석에는 한국전래동화라는 이름의 동화책 모음집이 있었다. '흥부와 놀부', '해님 달님', '단군 신화' 등 제목만 들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그런 작품들의 모음집인 그것은 꽤나 오랜 기간 어머니의 음성을 통해 필자를 재워 주곤 하였다.그 후 20년이 흘러 오랜 기간 열리지 않은 책들의 표지에 쌓인 먼지들은 꽤나 무겁다. 열어 보지 않게 되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을까. 세계 모든 민족들은 고유의 신화가 있어 책이든 혹은 구전의 형태로든 전수된다. 신화는 민족에게
[미디어파인=박재우 청춘 칼럼] 살다 보면 지금까지 해 온 것에 대해 회의감을 품을 때가 있다. 여태껏 한 것을 계속 이어 나갈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지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직감적으로 본인이 틀렸음을 알아차리지만 그동안 쏟은 것들이 아까운 나머지, 혹은 단순히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기 싫어서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하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장난감 블록을 가지고 놀다가 원하는 모양이 나오지 않으면 지금까지 조립한 것을 과감히 부숴
[미디어파인=백재열 청춘 칼럼] 학생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학생들이 남긴 잔반을 처리하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처리는 고사하고 운반만으로도 버거워 보이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비분강개를 금치 못하기엔 나도 그리 떳떳한 입장은 아니었다. 단지 입맛이 맞지 않아서 적지 않은 양의 잔반을 버리면서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다.인간의 모든 서러움 중에서 가장 사무치는 것이 바로 굶주림이라고 한다. 지금 이 글을 접하는 독자들 중에서 굶주림에 대한 서러움과 공포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
[미디어파인=박진범 청춘 칼럼] 흘러가는 시간을 잡을 수는 없다. 어제의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기억 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그렇게 우린 오늘을 살아간다. 하지만 이 순간을 그냥 보내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기 때문인지 종종 우리 인생의 순간을 박제하려는 사람들이 있다.세상의 색감을 렌즈를 통해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고,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에 찰나의 감상을 올리기도 하며 순간을 기록한다. 기록이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분명하다. 작게는 개인이 선명한 추억을 쌓게 해 주는 것이 그것이며, 거창하게 말
[미디어파인=오승종의 꼭 맞는 안경] 바야흐로 힐링의 시대이다. 그 명확한 시작 시기는 정의 내리기 쉽지 않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삶 곳곳엔 가지각색의 힐링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다. 각종 광고 문구와 책의 제목, 노래 가사에는 그 뚜렷한 의미마저 불분명한 힐링이란 단어가 속속들이 애용되고 있다.이 다소 몰개성적인 힐링 문화의 산물들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바쁘게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힘들지? 그땐 다 그런 거야.’ 혹은 ‘여유를 가져! 나중엔 다 잘 될 거야.’등의 말들이다. 힐링의 대세가 꽤 오랜 시
[미디어파인=송민정 청춘 칼럼] 어른들은 10대와 20대의 젊은이들을 청춘이라고 부른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시기.”, “고생을 사서 해야 하는 나이.” 사람들은 청춘을 부러워하고 동경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청춘은 패배해도 웃을 수 있는 찬란한 시기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이 시대의 청춘은 그렇게 아름다운 시기가 아니다.어느 순간부터 청춘은 포기로 시작하는 시기가 되어 버렸다. 대학에 들어가는 순간 수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신용을 포기하고 등록금을 대출 받게 된다. 또 다른 학생들은 휴식을 포기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