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서울 현충원] 서울 동작구 현충로 210. 관악산 기슭의 공작봉을 주봉으로, 능선이 3면을 감싸고 있고 한강이 굽이쳐 흐르는 곳에 우리나라 국립묘지의 시초 서울 현충원이 있다. 40만 평이 넘는 성역에는 구한말 의병을 위시해 국가의 위기 때마다 산화한 수많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모셔져 있다. 전사자가 급증하던 한국전쟁 당시 11개월의 답사를 거쳐 마련된 영면의 터.묘지가 착공된 건 한국전쟁이 끝나고 이듬해 봄. 그리고 1956년, 현충일이 제정되면서 국군묘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 27일 개봉된 영화 ‘마녀’(박훈정 감독)에 대한 관객 및 평단의 평가가 대체로 긍정적이다 못해 극찬도 꽤 눈에 띈다.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가 박훈정에게 놀란 관객들은 그의 2번째 연출작 ‘신세계’의 뛰어난 구성과 세련된 연출력, 그리고 배우들의 명연기에 감동해 후속작을 기다렸다.하지만 ‘대호’와 ‘브이아이피’는 다소 실망을 안겨준 게 사실이다. 심지어 ‘브이아이피’는 여성 혐오 의혹까지 받는 등 감독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안겼다. 하지만 입소문대로 ‘마녀’는 확실히 독특한 스타일에 액션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다민족 이민자들로 구성된 미국은 건국 신화도, 고유의 토테미즘도 없기에 혼연일치를 위한 이념으로 내세우는 게 아메리칸드림과 가족애다. 거의 모든 할리우드 영화들처럼 SF 판타지 액션인 마블의 슈퍼 히어로물 역시 가족애를 강조하는데 ‘앤트맨과 와스프’(페이튼 리드 감독)는 특히 그렇다.냉전시대. 쉴드 소속의 제1대 앤트맨과 와스프로 활약하던 행크(마이클 더글러스)와 재닛(미셸 파이퍼)은 어린 딸 호프(에반젤린 릴리)에게 출장을 간다고 거짓말을 한 뒤 특수 임무에 투입된다. 수천만 인구를 몰살시킬 미사
‘소나무 꽃가루는 금가루처럼 날리고, 계곡물은 옥소리같이 맑게 흐르네.너럭바위에 나그네가 와 앉으니, 옛 신선들이 놀던 단이 있는 듯 하구나.‘산과 흐르는 계곡물이 아름다운 승경지, 자하동천을 그린 시(詩)다. ‘자하동(紫霞洞)’이라는 하위량의 5언절구 한시가 노래 같다.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백악산과 인왕산을 잇는 곳에 창의문(彰義門)이 있다. 4소문 중 북소문으로 불리었다. 궁밖과 궁안을 경계짓는 성문이다. 숙정문이 굳게 닫혀 북문 역할을 하였다. 청운동과 부암동의 경계이다. 자하문(紫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 드니 빌뇌브 감독). 여성 FBI 요원 케이트는 악랄한 남미 마약 카르텔을 소탕하기 위해 모인 CIA의 작전 총책임자 맷(조슈 브롤린), 남미 마약 카르텔에 의해 가족을 잃고 검사를 때려치운 뒤 비밀작전 컨설턴트가 된 멕시코의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와 합류한다.결국 알레한드로와 맷은 목적을 이루지만 케이트는 죄의식과 무기력감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로부터 3년 후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스테파노 솔리마 감독).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테러리스트들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극장 쪽으로’(유지영 감독), ‘극장에서 한 생각’(정가영 감독), ‘우리들의 낙원’(김태진 감독) 등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독립영화 ‘너와 극장에서’는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이다. 사라져가는 단관극장과 설자리를 잃는 독립영화 전용관에 대한 낭만과 추억, 그리고 강한 아쉬움을 담고 있다.영화가 ‘꿈의 공장’이라면 극장은 상업적으론 유통업장이면서 관객에겐 ‘꿈의 놀이공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날로그 시절에 ‘영화 보러 가자’가 아니라 ‘극장 구경 가자’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인 특징이 있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변산’은 이준익 감독이 ‘왕의 남자’ 이후 가장 노골적으로 상업적 농도를 강하게 채색한 영화다. 별로 내세울 게 없는 ‘빡센 청춘의 흑역사’를 가진 등장인물들이 그다지 자랑할 게 없는 현재에 서서 안개같이 자욱한 미래를 바라보며 살지만 그럼에도 청춘은 당당하고 아름다울 권리가 있다는 얘기다.전북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 출신 30살 학수(박정민)는 전주에서 대학을 중퇴한 뒤 서울로 올라와 대리 주차,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래퍼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다. Mnet ‘쇼 미 더 머니’에 6년째 도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엑스맨’ 시리즈의 스핀 오프라는 ‘엑스맨: 뉴 뮤턴트’는 아직 베일을 벗지 않아 그 내용과 완성도 등에 있어 판단이나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SF 공포라는 장르에 비춰볼 때 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는 감히 그것의 한국 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탄탄한 완성도와 재미를 동시에 갖췄다.10년 전. 한 비밀 기관에서 8살 소녀가 탈출한다. 수뇌급으로 보이는 닥터 백(조민수)과 미스터 최(박희순)는 ‘상부’에서 이 사실을 알 경우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다. 최는 소녀를 계속 추적하기로, 백은 상
[미디어파인=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舊 인천대화조] 인천 중구 관동 1가. 지명이 말해주듯 이곳은 영사관, 경찰서, 우체국 등 관공서가 밀집해 있던, 개항기 일본 조계지의 중심가였다. 이곳 개항장 부근에 남아있는 일본식 건물 한 채가 지나가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금은 120년 세월을 넘어 카페로 변신했지만 이곳은 가난한 조선인 인부들이 드나들던 개항 시절의 하역회사 사무소 겸 주택으로 사용한 건물 대화조였다. 120년 전 일본의 도시형 점포주택 일본식 상가 겸용 주택인 마치야(町家, 정가) 형태의 목조건물이다.201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악마를 보았다’(김지운 감독)와 ‘부당거래’(류승완 감독)의 시나리오를 쓴 뒤 ‘혈투’(2010)로 감독 데뷔를 했으나 약간의 아쉬움을 줬던 박훈정 감독은 2년 뒤 ‘신세계’로 한국 누아르의 신세계를 열며 수많은 관객들을 열광시킨 바 있다. 하지만 ‘대호’ ‘브이아이피’로 다시금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그래도 관객들은 그에 대한 기대치를 내려놓지 않고 있다. 6월 27일 개봉될 ‘마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꽤 큰 게 증거다. 눈치 빠른 관객들은 금세 알겠지만 박 감독은 악마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신경쇠약 직전의 아내’(윤창모 감독) ‘숲으로 간 여자’(류장하 감독) ‘산속에 혼자 사는 남자’(양종현 감독) ‘미래에서 온 여자’(정허덕재 감독) 등 4편의 옴니버스로 엮은 영화 ‘더 펜션’은 꽤 독특하고, 그래서 재미도 쏠쏠하다. 미스터리 스릴러, 멜로, 판타지, 케이퍼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즐기는 건 덤.중년의 재덕(조재윤)은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생기는 바람에 이혼한 뒤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달빛아래’ 펜션을 홀로 운영해온 지 꽤 됐다. 엄마는 매일 전화로 재혼하라고 성화지만 그는
‘새벽빛 한강에 뜨니 큰 집들 낚시배에 가린다.아침마다 나와 오뚝 앉으면 첫 햇살 목멱산에 오른다‘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새벽빛이 어슴푸레 흐르는 이른 아침, 양천현감이던 겸재 정선이 한강과 아름다운 산을 보며 붓을 힘껏 움직인다. 목멱조돈(木覓朝暾)이다. 목멱산은 예나 지금이나 소나무 울창하고, 봉수대와 국사당이 있는 명산 이었다.겸재 정선은 오랜 벗 사천 이병연을 생각한다. 인왕산과 백악산 자락 집에서 시와 그림을 나눈다. 한양도성안 산과 강 그리고 계곡을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화폭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색감과 미장센의 대가 웨스 앤더슨은 ‘문라이즈 킹덤’에서 외로움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낭만적 과거에 대한 향수를 각각 노래했다면 이번엔 ‘개들의 섬’에서 개를 매개로 강력한 사회적 비판에 날을 세운다. 게다가 그 배경이 일본이라는 점에서 세기말적 디스토피아의 예감에 전율케 만든다.11세기부터 고바야시족이 다스린 일본 열도 메가사키의 고바야시 시장은 먼 친척인 12살 고아 아타리를 양자로 삼았다. 개체 수가 엄청 는 개에게 인간에게 치명적인 독감이 만연함으로써 시민의 개 혐오증이 극에 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다르덴 형제를 이을 문제적 감독이란 평가를 받는 자비에 르그랑의 첫 장편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평단의 호평대로 예술적, 철학적 측면에선 분명히 주목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그러나 유럽식 아트 무비에 익숙하지 않은 다수의 한국 관객에겐 불편하거나 불친절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중년의 미리암(레아 드루케)과 앙투앙(드니 메노셰)은 이혼했다. 18살 딸 조세핀(마틸드 오느뵈)과 11살 아들 줄리앙(토마 지오리나)은 미리암이 키우고 있다. 미리암은 앙투앙이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적이 있다고 접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달 16일 시작된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와 오는 20일 개봉될 영화 ‘여중생A’는 허그가 굉장히 중요한 소재란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혼란하고 불안한 이 시대의 현실성과 판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는 점에선 매우 닮았다. 누구에게나 위로(허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이리와 안아줘’의 주인공은 일반인과 다른 캐릭터나 직업, 쉽게 찾아보기 힘든 환경이고, ‘여중생A’는 서민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신분’인데 실제 평범한 주변 사람들을 대입시켜 보면 고통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오션스8’은 스티븐 소더버그의 케이퍼 무비 ‘오션스’(게리 로스 감독) 트릴로지의 여자 버전으로 재탄생된 스핀오프다. 앞선 시리즈가 흥행 성적만큼 관객에게 스릴과 재미를 안겨줬기에 팝콘무비로서는 일단 보증수표다. 주인공들의 활약상과 두뇌게임, 그리고 반전을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울 듯.애인 클로드 베커에게 배신당해 사기죄로 5년간 감옥에서 썩은 데비 오션(산드라 블록)은 가석방되자마자 오빠 대니의 납골당을 찾아간 뒤 명콤비 루(케이트 블란쳇)를 만나 새로 ‘한탕’ 작전을 꾸민다. 목표는 세계적
[미디어파인=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남대문교회] “경성역 앞 남문 밖 교회에서 만나자”해방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어수선했던 시절, 실향민들에게 서울역 건너 지금의 남대문교회는 약속의 장소였다. 회현동 언덕, 고층 빌딩이 들어서기 전까지 한눈에 들어왔음직한 남대문교회. 1885년 제중원 신앙공동체로 시작된 교회는 병원이 이전될 때마다 예배 공간이 바뀌었고 드디어 1910년, 남대문 밖에서 첫 예배당의 봉헌식을 가졌다.70평 규모의 한옥 예배당 건립을 시작으로 제중원 교회에서 남대문밖 교회로 개칭되었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튼튼이의 모험’(고봉수 감독)은 2000만 원이란 순수 제작비에, 어색해서 더욱 실감 나는 배우들의 연기에,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음에도 절로 웃음이 터진다는 데, 암울하지만 결국 희망을 품게 된다는 점에서 여러 번 놀라게 만든다. 한국 영화를 다양하고 풍성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교훈적이다.매 끼니 소주 3병씩 마시는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전남 함평의 대풍고 3년생 충길(김충길)은 잘하진 못하지만 레슬링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학교는 운동장을 갈아엎는 대공사를 진행하며 레슬링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여중생A’(이경섭 감독)는 ‘곡성’에서 ‘뭣이 중헌디’를 유행시킨 김환희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때론 절제된, 때론 활화산처럼 터지는 무서운 연기력이 있었기에 완성도에 방점을 찍을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무려 엑소의 김준면(수호)마저 압도할 정도.여중생 미래(김환희)가 처한 모든 환경은 암울하다. 주정뱅이인 아빠는 무식하고 폭력적이다. 그나마 엄마는 다정하지만 남편의 폭행으로부터 미래를 보호해주기엔 공장 일이 바쁘다. 더구나 미래는 학교에선 ‘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생기면서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가슴에 금이 갔다.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에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김광섭의 는 소박하고 조용한 성(城)너머 마을,삶의 이야기를 실타래처럼 풀어준다. 백악산과 삼각산 사이 산과 산이 이어지는 곳에 마을이 있다. 예로부터 양지마을로 산세와 지세가 좋은 큰 동네이다.성북동(城北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