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빈 변호사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혼인 이전부터 상대방이 모종의 사유를 숨겨 결혼에 이르렀다면 어떨까. 이 경우 이혼이 아닌 ‘혼인취소’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중혼이거나 혼인 당시,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 사유가 있음을 알지 못했을 경우, 또는 사기, 강박으로 혼인의 의사표시를 했을 경우 혼인 취소가 가능하다.

혼인취소의 사유로 인정된 케이스들을 살펴보면, 범죄경력과 수감경력을 숨긴 경우, 출신 대학교와 직업을 속인 경우 등이 있다. 판례는 위와 같은 사유들이 혼인 의사를 결정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로서, 혼인신고 당시 이러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 상대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또한, 판례는 혼인관계의 안정을 위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임신가능 여부는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물론 취소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기망을 당한 상대방이 취소권을 행사하지 않는 이상 그 결혼은 유효하고, 혼인취소가 인정되더라도 장래의 혼인 효력만 없어질 뿐 이전 혼인생활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혼인취소의 소를 제기하더라도 그간의 혼인생활에 대한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취소권에는 제척기간이 존재하여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 사기를 인지한 때로부터 3개월 이내에 혼인취소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

이 기간을 도과하면 혼인취소는 사실상 어렵고, 다만 해당 사유로 인하여 혼인관계의 지속이 어려워짐이 인정된다면 이혼청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취소권의 행사 기간이 도과하였는지 검토해야 하며, 그 기간이 도과하였다면 이혼으로서 혼인관계를 해소하도록 해야 한다.(법무법인 동광 김효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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