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주민 변호사

[미디어파인 시사칼럼]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종종 ‘유치권 행사 중’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린 주택이나 건물을 종종 보게 된다. 일반적으로 유치권은 주로 시공사가 건축물 공사를 진행하던 중 건축주로부터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해당 건축물을 점유하고 유치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민법 상 유치권이란 타인의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유치할 수 있는 권리(제320조 제1항)이다. 쉽게 말해 해당 부동산에 가치를 상승시켜줄 어떠한 공사를 한 후 대금을 납기일까지 받지 못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 유치권이다.

그러나 유치권의 법적 특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점유를 하면 법적인 권리를 인정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으므로 충분한 이해와 주의가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유치권의 효력은 강력하다. 그래서 법원이 요구하고 있는 유치권 성립 요건은 매우 까다로운 편에 속하며 이 성립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단순 점유가 곧 권리행사로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유치권의 성립요건은 이렇다. 타인 소유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이어야 하고, 적법한 방법으로 목적물을 점유해야 하며, 채권일 경우 변제기에 도래했어야 한다. 또한 계약 시 유치권 배제에 대한 특약이 없어야 하고, 채권과 목적물 사이 견련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어느 하나의 조건이라도 갖추지 못했다면 유치권은 성립하지 않는다.

요약하자면, 유치권을 행사하기 위해 건물 등 부동산을 점유할 때는 반드시 자신의 점유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계속적, 배타적으로 점유하고 유치권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외부에 공시하여 유치권 행사의 외관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형식적으로 유치권 행사를 한다는 현수막을 일시적으로 걸어 놓는다거나 컨테이너 박스만 설치하고 누구든 자유로이 해당 부동산에 들어와 통행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는 계속적, 배타적으로 부동산을 점유한다고 보기 어려워 결과적으로 유치권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뉴스에서 유치권 건물을 둘러싸고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걸 볼 수 있는데 이는 점유 상실에 의해 권리가 소멸한다는 유치권의 특징 때문이다. 그래서 심각할 경우 용역업체 직원 등을 동원해 강제로 유치권자의 부동산을 점유 침탈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는 위법행위이므로 절대 해선 안 된다.

이처럼 자신이 받아야할 대금을 받기 위해 유치권을 활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필요하지만 단지 돈을 받았다고 바로 건물을 점유할 수 없으며 어려운 예외 조항도 있는 만큼 개인 혼자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법적으로 전혀 유치권을 인정받을 수 없는 상황도 생기므로 부동산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초기부터 합법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권리를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변호사의 조력으로 유치권을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되면 불가분적인 권리로 채권 전부를 변제 받을 때까지 유치물 전부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는 채권의 일부가 변제돼도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유치권 행사 중인 시공사가 1억원의 총 공사대금 중 9000만원을 변제 받았다 하더라도 남은 1000만원에 대한 채권을 가지고 건물 전체에 대한 유치권 행사가 가능하다. 건물이 여러 채거나 분할이 가능한 상황이라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믿을만한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유치권을 적법하게 진행해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을 바란다.

다만, 유치권자에게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가 요구되므로 유치권자는 유치물을 무작정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가령 채무자의 승낙 없이는 유치물을 사용하거나 대여, 담보제공 할 수 없는데 이를 위반하면 채무자가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하여 권리를 상실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윤주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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