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전문칼럼] K씨는 얼마 전 친구들과 실내 골프장을 찾았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경기에 몰두했다. 당일에는 약간 허리 통증만 있었는데 다음날부터 허벅지에서 종아리쪽까지 저리고 시린 증상이 나타났다.

진단한 결과, 경미한 허리디스크 초기였다. 치료를 위해 꾸준히 내원했음에도 통증은 치료받을 때만 잠시 나아질 뿐 근본적인 차도는 보이지 않았다. 증상의 주요 원인은 척추 유착성 질환에 있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무리하게 움직이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다 급성으로 나타난 허리디스크로 허리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K씨와 같이 허리디스크는 경미하더라도 증상이 점차 심해지고 통증 발생 빈도가 잦으면, 정밀 검사를 통해 다른 원인을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원인을 파악했다면 빠르게 치료해야 한다. 초기에 치료할수록 간단한 방법으로 회복 가능하며 통증과 불편함을 단기간 내에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증상 초기로 진단받고 이에 상응하는 치료를 했음에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척추 유착성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척추 유착성 질환은 주로 척추 내 염증성 반응에 의한 결과물로 생성된 미세한 유착이 신경과 주변 조직에 들러붙어 발생하게 된다. 특히 추간공은 신경가지, 혈관, 자율신경 등이 지나는 데다 추간공 내‧외측에는 인대가 촘촘하게 얽혀 있어, 염증과 유착에 특히 취약하다.

척추의 추간공 구조는 배수구와 흡사하다. 추간공에 미세하게 얽혀 있는 인대들은 배수구의 철망과 같다. 배수구 철망에 여러 가지 이물질들이 들어차서 배수구가 막히듯이 추간공 내 인대들과 신경 주변에 들러붙은 유착들이 해당 공간을 막고 염증 유발물질들이 배출되지 못하게 한다. 그 결과 염증 및 부종을 유발하거나 신경을 압박함으로써 통증이 발생한다.

추간공은 신경다발이 지나는 척추관과 연결되어 신경다발에서 갈라진 신경가지가 지나는 통로이다. 특히 추간공에는 신경가지 중에서도 통증에 예민한 신경절이 위치해 있어 척추 유착성 질환으로 인한 통증이 극심할 수 있다. 다만 척추 유착성 질환은 케이스에 따라 MRI로도 확인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면밀한 진단 과정이 중요하다.

추간공확장술은 추간공에 미세하게 얽힌 인대를 절제하면서 추간공을 넓히고, 해당 공간을 통해 염증유발물질을 추간공 밖으로 원활하게 배출해주는 비수술 치료 방법이다. 시술 시 처음에는 꼬리뼈를 통해서 척추관을 따라 추간공으로 접근하는 경막외 카테터를 사용하는 in-out 방식의 꼬리뼈접근법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통증 완화 약물을 전달하고 유착 부위를 1차적으로 박리한다. 이후 옆구리 방향에서 추간공으로 직접 들어가는 특수 키트를 사용해 추간공 내 유착 부위를 넓히는 out-in 방식의 추간공접근법을 활용한다. 이처럼 두 단계에 걸쳐 미세한 유착 부위를 정밀하게 박리하기 때문에, 추간공 내부 깊숙한 곳에 위치한 유착까지도 찾아 제거할 수 있다.(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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