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법무법인 태하
사진 제공=법무법인 태하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학창 시절 당한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주인공이 인생을 걸고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극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영향이 심상치 않다. 인플루언서부터 스타들의 과거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물론이고, 태국에서는 학교폭력 고발 운동까지 펼쳐졌다. 태국 가수 겸 배우 푸티퐁 아사랏타나쿤의 경우 학교폭력 의혹으로 사과문을 게시했으며, ‘The Glory Thai(더 글로리 타이)’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SNS에 고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처럼 최근 한국 드라마와 영화, OTT 등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국내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국내 범죄 콘텐츠,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워지지 않는 유년 시절의 기억 ‘학교폭력’, 넷플릭스 '더 글로리'

최근 어린 시절 학교폭력을 당한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분)의 인생을 건 복수극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가 국내외 사회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품에 몰입해 직∙간접적으로 유사 피해를 경험한 시청자들이 공감과 울분을 토해내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학교폭력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학교폭력의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학창 시절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심적 괴로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 더욱 문제다. 피해자들은 학창시절 세상의 전부와도 같은 ‘학교생활’과 ‘교우관계’의 실패로 인해 사회에 나가서도 두려움과 무기력함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콘텐츠가 흥행하며 과거 피해 사실에 대해 뒤늦게 법적 대응을 고민하는 피해자가 늘고 있다. 현행법상 폭행은 5년, 상해는 7년, 강제추행은 10년으로 학교폭력과 관련된 공소시효는 짧은 편이지만, 만약 학교폭력의 기억 때문에 괴로움을 떨쳐내기가 어렵다면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 고소를 진행해 볼 것을 추천한다. 다만 ‘더 글로리’처럼 사적으로 복수하는 방법은 옳지 않다. 현행법상에서 엄연히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상해를 입히는 것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피해 사실을 온라인에 폭로하는 '학폭 미투'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 보다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뒤흔든 보이스피싱 범죄를 주제로 한 영화, ‘보이스’

최근 몇 년새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뒤흔든 보이스피싱 범죄를 주제로 한 영화, '보이스'. 보이스피싱 전화로 인해 가족의 병원비부터 아파트 중도금까지, 한 건설현장 직원들의 목숨과도 같은 돈이 송두리째 사라지고 만다. 잃어버린 돈은 약 30억, 이를 되찾으려는 주인공과 치밀하게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실체는 관객들로 하여금 이러한 범죄가 국가적 '금융재난'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실제 보이스피싱은 어떨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속 보이스피싱 사례는 날을 거듭할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2022년 피해 금액만 약 7천억 원, 대입 등록금 사칭부터 단순 물품 배송 아르바이트, 회사 외근직 제안 등 ‘대면편취형’ 수법까지 등장하는 등 일상 속 깊이 파고든 보이스피싱 범죄는 기세등등하게 그 스케일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특히 보이스피싱이 한 사람과, 가족의 인생을 망치는 중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보이스피싱 성공 시 편취금의 4~50%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기 위해 스스럼없이 가담하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 '보이스'가 현 사회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마약 청정국은 옛말, 마약왕 조봉행의 실화 ‘수리남’

국내 마약 사건이 범람하며 관련 콘텐츠도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 화제작인 '수리남'은 마약왕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해외에서 마약 조직을 운영하는 마약왕과 그를 체포하려는 정부의 치밀한 두뇌 싸움을 그렸다. 일반인이 거대 마약 사건에 얽히는 과정과 고통을 상세히 표현해 인기를 끌었으며, 마약 시장의 위험성에 대해 주의를 주기도 했다. 현실에서도 마약은 투약과 유통 모두 처벌 대상으로, 특히 유통 같은 경우 옆 사람에게 단순 권유만 해도 처벌 대상이 된다. 마약은 심각한 중독성 탓에 초범이라도 처벌을 피하기가 어렵기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영화, 드라마와 같은 미디어 콘텐츠는 그 나라의 문화와 당시의 시대상이 반영된다. 최근 범죄 관련 콘텐츠들이 인기를 끄는 것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안과 바램이 비춰지는 것일 테다. 이러한 자극적인 범죄 콘텐츠들은 대중들에게 ‘범죄’라는 단어가 익숙해질 수 있으며, 일부 범죄에 대해선 자칫 가볍다고 느껴지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범죄는 얽힌 모든 이의 인생을 좌우하는 일이기에 가볍고 무겁고를 따지며 경중을 둬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것에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법무법인 태하 석종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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