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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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이혼소송 그리고 상간자소송 등에서 상대방의 외도(부정한 행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한데, 이 때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된 파일 등이 주요 증거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는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않고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고, 동 법 제14조 제1항에서는 누구든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해 청취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블랙박스에 녹음된 파일 등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증거가 아니냐는 것입니다. 만일 위반이라면 형사처벌 및 나아가 위 파일 등의 증거능력이 부정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최근 일반적인 증거수집 목적으로 설치된 차량의 블랙박스에 우연히 녹음된 파일 및 녹취록의 증거능력과 관련하여,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금지하는 녹음 및 타인 간의 대화 청취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와 B는 1992년 혼인신고를 한 부부로서, A가 2021년경 배우자 B의 차량 블랙박스 파일을 통해 B가 C등 3명과 부정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 배우자 B에 대해 이혼 및 위자료를 청구하고, 상간자 C등에게 위자료청구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C등은 "A가 증거로 제출한 블랙박스 녹취록을 블랙박스 기기를 이용해 몰래 녹음한 내용을 녹취한 것으로서 동의 없이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것에 해당하므로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고법 가사2부는 A가 B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등 사건에서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2르22029 , 2022르22036(병합) 이혼 등, 손해배상(기)).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언과 내용, 입법체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는 방법으로 블랙박스 기기를 이용하여 B와 C 사이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움[서울고등법원 2020. 12. 17. 선고 2020르22124(본소), 2022르22131(반소) 판결(심불기각 확정) 등 참조]

①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4조 제1항의 문언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과 청취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이미 대화가 종료되어 저장매체(기기)에 파일의 형태로 보관 중인 녹음물(데이터)을 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음.

②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보호하는 타인간의 ‘대화’는 원칙적으로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를 가리키고 사람의 육성이 아닌 사물에서 발생하는 음향은 대화에 해당하지 않으므로(대법원 2016도19843 판결 참조), 녹음이나 청취가 금지되는 대화는 의사소통행위의 현재성 및 현장성을 전제로 한다고 봄이 타당함.

③ 일반적인 증거수집 목적으로 설치된 녹음기능이 부가된 영상기록장치인 블랙박스에 우연히 타인간의 대화내용이 녹음된 경우 그 녹음파일을 청취하거나 녹취록을 작성하는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4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녹음’ 및 ‘타인간의 대화 청취’에 포섭된다고 볼 수는 없음.

④ 각 녹취록 기재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저장된 블랙박스는 B가 자신의 차량에 설치한 것으로서, 원고가 B의 휴대폰 등에서 부정행위를 의심할만한 사정을 발견한 이후 딸과 함께 B의 차량 내 블랙박스를 사후에 확인하던 중, 그 전에 이미 종료되어 파일 형태로 저장된 피고와 B의 대화녹음물을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판단됨.

통신비밀보호법은 동 법 위반의 증거를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숙지하여야 합니다.

그런 연후에 위 판결에서 유의하여 살펴보아야 할 점은,

첫째, 재판부는 "처음부터 녹음이나 청취의 의도 없이 일반적인 증거수집 목적으로 설치된 녹음기능이 부가된 영상기록장치인 블랙박스에 우연히 타인 간의 대화내용이 녹음된 경우 그 녹음파일을 청취하거나 녹취록을 작성하는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와 제14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녹음' 및 '타인 간의 대화 청취'에 포섭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점입니다.

다음으로 만일 통비법위반의 증거라고 판단되었을 때 과연 위 블랙박스 녹취록 등을 민사재판에서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통비법위반의 증거는 법 규정상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으나, 자유심증주의의 원칙이 지배하는 민사재판에서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지 의문의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우리 민사소송법은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증거가 위법으로 수집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고있기에, 통비법의 규정이 과연 민사재판에도 그대로 적용 내지 준용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없는 사안으로, 대법원에서 통비법위반으로 보는지 여부, 나아가 통비법위반으로 본다하더라도, 증거능력을 무조건 부정할건지 여부 등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는 사안이라 할 것입니다.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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