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이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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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안용갑의 와인이야기] 오래되어 좋아지는 귀한 와인은 선택만 잘하면 쉽게 맛이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마시는 대부분의 값싼 와인은 수명이 짧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은 퇴화한다. 이런 이유로 오히려 값싼 와인의 보관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어디를 가든 비싼 와인은 시원하고 그럴싸한 장소에서 자랑스럽게 얼굴을 내밀고 있지만 값싼 와인은 푸대접을 받고 있다.

값싼 와인도 그 수명은 와인의 종류나 보관 방법에 따라 상당히 차이가 심하다. 대체로 서늘한 지방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어 신맛이 강한 와인은 수명이 길다. 반대로 따뜻한 지방에서 자란 산도가 약한 포도로 만든 것은 수명이 짧다.

또 수입해서 소비자의 손에 들어갈 때까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와인의 수명이 연장될 수 있는데 아직도 유통업자는 이런 방면의 지식이나 성의가 부족하기 때문에 화이트나 로제 와인은 소매점이나 레스토랑에서 팔리기 전에 이미 품질이 저하되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 품질이 저하되는 여러 가지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그 질이 약간 떨어진 것으로 아직 안전하며 마시는 데 불쾌감을 주지도 않는다. 이 때를 전성기가 지난 와인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급격하게 손상되어 불쾌한 냄새가 나면서 마시기에 부적합한 와인이 된다. 와인의 손상이란 김치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김치를 오래 두면 조직이 부드러워 지면서 신맛이 강해진다.

오히려 이때를 더 맛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좀 더 두면 위에 하얗게 막이 끼고 도저히 시어서 먹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런 기간은 김치의 종류와 보관 방법에 따라서 다르다. 겉절이는 불과 2~3일 만에 그 신선한 맛을 잃지만 김장 김치는 오래 둘수록 묵은내를 풍기면서 감칠맛을 낸다.

겉절이와 김장 김치의 차이는 만드는 방법에 있다. 겉절이는 배추 속살의 부드러운 맛을 즐기기 때문에 양념이 간단하다. 묵은 김치는 좋은 배추를 선택하여 짜고 맵게 만들어서 그 숙성된 맛을 즐긴다. 겉절이를 오래 둔다고 묵은 김치가 안 되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바로 마실 수 있게 만든 와인을 오래 두면 금방 상하게 된다. 그러나 모두 적절한 온도에서 보관하면 맛있는 기간이 휠씬 길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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