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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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송민근의 물구나무] 현재 많은 인기를 누리는 종목은 주짓수(브라질 유술로서 일본의 유술가가 브라질에 전파하며 생겨난 무술), 킥복싱, 삼보(러시아의 종합 무술로 유도와 비슷한 특징을 공유하며 대표적으로 우리가 아는 표도르의 베이스 무술인 러시안 삼보)등이 있다. 여기까지는 필자의 생각이라기보다는 현재 흐름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대한민국이 가진 가능성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잘 아는 태권도가 있다. 태권도 역시 '도‘의 의미를 가진 운동이며 스포츠로서 올림픽 종목인 만큼 대단하지만 지금 말하고자 하는 흐름과는 큰 연관은 없는 것 같다. 물론 이것은 그 종목의 기술적, 체계적 특징에 따른 상성이나 우위에 기인한 것이며 절대 개개인의 역량차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우리가 가진 무기는 바로 태껸이다. 사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무술은 아니지만 태껸이야말로 실전성을 강조하는 시대적인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우리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태껸에 대한 책 2권을 읽고 느낀 것은 실전성을 가진 무술이라는 것이다. 여기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태껸은 보법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보법이란 즉 몸의 이동을 뜻하며 이것은 위에서 언급했던 많은 실전적인 무술들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흡사 춤을 추는 듯한 몸짓은 조금 웃기게 보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앞뒤 혹은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삼각형을 계속해서 그려 나가는 보법은 굉장히 특별한 것이다.

또한 태껸은 ‘도’라는 개념이 전혀 없는 무‘술’이다. 혹시 태권도 등의 종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기술을 연마하기 위해서 일정하게 정해진 틀에 따라 혼자서 수련하는 방식으로 ‘도’의 개념을 가진 무술은 대부분 이러한 형을 가지고 있다. 가까운 예로 태권도에서 배우는 태극 6장이다.)은 태껸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즉 복싱이 잽, 훅 등의 기술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이러한 기술의 조합에 연관해 연구, 발전하는 것처럼 태껸 역시 기술 위주의 구성이다. 이것의 이유는 아마 태껸이 구한말 자취를 감추었다가 80년대 중후반부터 그때의 모습 그대로 부활했기 때문일 것이다. 태껸은 일련의 보호 장비가 없이 진행된다.

헤드 기어, 몸통 보호대 등을 착용하지 않은 채 수련하는 것이다. 보호구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방어 동작과 피하기 위한 보법이 더욱 발달한 것이라 생각된다. 아울러 태껸의 기술의 구성은 타격을 위한 발차기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상대를 넘어뜨리기 위한 기술들도 있다.

간단히 말해 태권도와 씨름의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러한 특징은 위의 삼보와 같은 종합 무술의 그것과 유사성이 있다. 사실 조선 시대에는 태껸이라는 말 자체가 어떤 특정한 무술의 이름이 아니라 지금의 싸움이라는 개념과 비슷하게 사용되었다고 한다. 즉 우리의 조상들이 길거리에 모여 한량들이 펼치는 규칙이 있는 싸움이라는 것이다.

현재는 태껸을 대중화시키고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기존의 룰을 개량하여 전국의 대학생, 일반인 동아리들이 참가하는 ‘태껸배틀’이라는 경기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비록 대중적으로 큰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공백의 시간이 있었던 무술이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꾸준히 발전해 온 다른 무술들에 비해 실전적이지 못하다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규모가 커지고 많은 연구와 보완의 과정을 거친다면 분명 엄청난 발전을 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크! 에크!’ 소리가 국제적인 격투 대회 무대에서 울려 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그저 재밌다고 생각했던 태껸의 동작이 국제적으로 우리의 위상을 드높여주는 ‘각시탈’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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