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무비&철학] 최근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키워드는 '학폭'일 것이다. 학창 시절 동급생, 혹은 하급생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등 괴롭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가 '학폭'의 폐해에 대해 가슴 서늘하게 경종을 울린 바 있지만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연출자 안길호 PD가 '학폭' 가해자라는 사실은 더욱 이 사회의 아이러니를 웅변한다.

이런 가운데 방송계가 출연자의 학교 폭력 여부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1일 채널A는 기자 간담회에서 '하트시그널4', '강철부대3' 등의 론칭 소식을 알리면서 학교 폭력 논란과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출연자들에게 죄송하지만 초, 중, 고 생활 기록부를 받아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채널A는 '하트시그널' 시리즈의 출연자들이 성폭행, 음주 운전, 폭행, 학교 폭력 등 다양한 이슈에 휘말린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즌3에서는 8명의 출연자 중 3명의 인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MBN '불타는 트롯맨'의 강력한 우승 후보 황영웅은 학교 폭력 논란으로 우승 문턱에서 기권한 바 있다.

'불타는 트롯맨' 제작진은 사전 오디션 때 결격 사유 여부를 확인하고 서약서를 받는 등 내부적 확인 과정을 거쳤다고 밝힌 바 있다. 채널A의 생활 기록부 확인은 가장 확실한 최선의 방지책일까? 생활 기록부에 기록되는 학교 폭력에 관한 내용은 각 호 처분에 따라 기재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는 게 교육계의 정설이다.

즉 담임선생의 취향과 재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게다가 기록된다고 하더라도 일부는 졸업과 동시에 삭제될 수도 있고, 일부는 졸업 후 2년까지만 유지된다고 한다. 즉 생활 기록부로 학창 시절의 폭력 행위를 확인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학폭'은 연예계에서 조심하고, 꼭 확인해야만 할 필수 점검 사항이라는 국지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다. 이건 각 학교의 문제이자 대한민국 교육 차원의 문제이다. 이 문제는 이전의 '술 마셨는데 이해해.'라는 주취 범죄에 대한 잘못된 관용의 관행과 유사하다.

개체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고,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 육체적으로 성인에 가깝지만 초, 중, 고등학생이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것은 사실이다. 20대도 아직 그렇지 않은가. 그것은 '아이들이니 이해해.'라는 그릇된 관용의 관행을 권유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아직 아이들이니 어른들이 잘하자.'라는 뜻이다. 첫째, 생활 기록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교장, 교감, 담임 등 모든 교사들이 정신적으로 교사의 자격을 갖추자는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부정부패를 멀리하고, 모든 학생들에 대해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대되 애정을 가져야 한다.

집에서 부모가 가정교육을 잘해야 하듯 아이들이 학교에 머무는 동안에는 교사가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어 모든 학생을 균등하게 사랑하거나 훈계해야 한다. 체벌은 안 되지만 호되게 꾸짖고, 옳은 행동과 마음가짐을 가르치는 훈육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학생에 대한 동등한 대우와 평등한 기준의 적용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부 당국의 정책과 지도와 인사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뉴스에서 보듯 비리를 저지르는 교사, 폭력을 휘두르는 교사, 성추행을 하는 교사, 편파적으로 대하는 교사 등이 학교에 취업하는 한 '학폭'은 사라질 수도, 폭로될 수도 없다.

우리는 '더 글로리'를 통해 '학폭'이 한 사람의 인격을 얼마나 파괴하는가, 인생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가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 그야말로 무심코 던진 돌에 청개구리의 삶이 결딴나는 것이다. 우리는 황영웅의 사례에서 청소년 시절의 판단 착오가 나중에 어떤 최악의 파급 효과를 불러오는가를 잘 봤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사례적 가르침이 사회적 공기 속을 떠돌더라도 아직 미숙한 소년기, 청소년기에는 남들보다 앞선 물리적 힘이나 금권력이 특권인양 착각할 가능성이 현존한다. 그래서 학교가, 교사가 중요한 것이다. 세상 모든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마음 놓고 학교와 교사에게 맡길 수 있는 근거는 하나밖에 없다. 정부의 교육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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