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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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김승환 칼럼] 글자 자체를 묻는 것이 아니라 글자와 단어 사이의 띄어쓰기, 마침표와 따옴표의 위치까지 맞아야 정답으로 인정하는, 아마 어른들에게도 매우 어려운 받아쓰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교육적으로 의도하는 바는 있겠지만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이런 짐을 지우는 교육 과정을 설계한 사람들과 논쟁하고 이를 탓하기에는 우린 사실 너무 바쁘죠.

이런 교육 과정이라면 100점이 아니라 1000점이라도 의미가 있을까요? 초등학교 1학년부터 내 아이가 뒤쳐질까 싶어 받아쓰기 10점이라도 더 맞기 위해 8살짜리 초등학생을 뺑뺑이 돌리지는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때의 0점에 대한 경험이 지금 중학생인 아이에게는 어떻게 다가올까요?

당연하게 기억도 안 나겠지요. 돌아보면 그런 경험도 문제없었습니다. 우리가 학창 시절 성적표에 가, 양이 좀 많이 있다고 해서 지금 우리 삶에 큰 지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초등학교 때 점수에 연연한 아이들, 사실은 아이들이라기 보다는 옆집 아이와 비교하는 부모들이죠.

이들이 중학교에 가게 되면 부모들의 정확히 2/3 이상이 첫 중간고사 시험에서 큰 상심을 경험하게 됩니다. 굳이 점수로 표현하면 초등학교 때 보통 평균 80~90점을 넘는 우리 아이가 아마도 반에서는 상위권일 줄 알았는데 반에서 중간 혹은 그 이하의 성적을 첫 경험하게 되지요.

초등학교에서 바르게 공부하기 내공을 쌓지 않은 아이들은 주요 과목별로 허점을 찌르는 중등학교 선생의 시험에 깜짝 놀라는 시기가 됩니다. 중학교부터는 어느 정도 성적으로 순서를 내야 하기에 초등학교 때처럼 무작정 쉬울 수가 없는 겁니다. 부모들도 다들 경험하셨잖아요.

여담입니다만 경제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룬 우리나라가 유독 교육과 정치 분야에서는 일부 시대를 거슬러 뒷걸음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 문제가 된 고위 공직에 있는 사람들의 성추행 사건, 국무총리나 장관들의 인사 청문회를 보면서 저런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리더로 있는 한 우리나라의 발전이 없다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사실 긍정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면 정치적인 면에서 우리나라는 끊임없이 많은 개선과 발전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소리 소문도 없이 묻혔을 이런 사건들이 시민 의식의 발전과 정보 통신의 발달로 낱낱이 공개가 되고 법과 여론에 의해 지탄받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도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더욱더 투명해지고 더 나아지는 큰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교육 정책에 이르러서는 여전히 과거보다 답보 상태이거나 오히려 아이들 입장에서는 후퇴했다고 볼 수 있는 정책들이 남발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대학 입시 정책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어느 누구도 장기적인 교육 정책에 의해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교육을 기획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며,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로 이어야 할 대한민국의 교육 로드 맵이 대통령이나 교육감 재임 기간 정도로 축소된 오년지소계(五年之小計)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 현실입니다.

여기에는 일부 우리 부모들의 비이성적인 경쟁적 교육열도 물론 한 몫을 했습니다. 어린이 헌장은 '초등학생인 어린이는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야 하며, 좋은 교육 시설에서 개인의 능력과 소질에 따라 교육을 받아야 하고, 즐겁고 유익한 놀이와 오락을 위한 시설과 공간을 제공받아야 하며, 예절과 질서를 지키고,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고, 과학을 탐구하며, 해로운 사회 환경과 위험으로부터 먼저 보호되어야 하며, 학대를 받거나 버림을 당해서는 안됩니다. 몸이나 마음에 장애를 가진 어린이는 필요한 교육과 치료를 받아야 하고, 빗나간 어린이는 선도되어야 합니다. 어린이는 우리의 내일이며 소망입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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