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라비가 병역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구형받은 뒤 사과문을 남겼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 그 가운데 딘딘이 그 사과문에 '좋아요'를 누르는 바람에 라비와 패키지로 함께 비판을 받고 있다. 도대체 딘딘은 어떤 생각에서 그랬을까?

라비는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KBS '1박2일'을 그만둘 때 군대 문제를 거론했고, 시청자들은 심지어 그에게 응원을 보냈다. 그런데 그건 그야말로 사기였다. 딘딘은 이때 라비와 친분을 쌓은 듯하다. 친구로서 라비가 병역법 위반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데 대해 안타까웠을 심정은 이해는 된다.

하지만 언행은 신중해야 한다. 그 역시 라비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기도 하지만 그만큼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감시의 대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월드컵 때에도 우리 국가 대표 팀의 16강 진출을 회의적으로 예측했기 때문에 맹비난읇 받은 바 있다. 물론 축구 팬의 한 사람으로서 승부를 예측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는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전 국민의 응원을 '행복회로'라며 폄훼했고 벤투 감독의 인신공격까지 했다. 그래서 대표 팀이 16강에 진출한 후 재빠르게 사과했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그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애초의 그의 망발이 국민 정서에 크게 위배되어 이미 민심이 그에게서 떠났다는 것이거나 사과에서 진정성을 읽지 못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딘딘은 '월드컵 망언'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사과문조차 올리지 않고 있다.

그 이유로 이런 추측이 가능하다. 첫째, 미안한 생각이 없다. 둘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 방황하고 있다. 셋째, 미안하다고 판단했고, 사과해야 한다는 것 역시 감지하고 있는데 타이밍을 보고 있다. 넷째, 주변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는데 시간이 걸린다.

딘딘의, 혹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편에서 볼 때 라비의 사과에 나쁘다고 한 게 아니라 잘했다는 뜻으로 '좋아요'를 눌렀는데 그게 뭐 잘못된 행동이냐고 반발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생각이 1차원, 넉넉하게 쳐주어 봐야 2차원에 머무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군대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입 아프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모든 이들이 잘 알고 있다. 현빈이 해병대를, 강타가 수색대를 각각 일부러 지원한 게 뉴스가 되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모든 게 입증된다. 군대 가는 게 화제가 된다니!

그런 나라에서 라비는 대국민 사기를 치고, 더 나아가 국방부를 속이려는 범죄를 저질렀다. 도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일고의 가치도 없는 파렴치한 일을 자행했다. 그 스스로 사죄했듯 전국의 뇌전증 환자들을 우롱했다. 그들의 아픔을 이용해 병역법을 위반했다.

그런 사람이 SNS에 변명을 적을 리 없다. 그게 자신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행위라는 것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몇 년 후의 자신의 거취를 위해 사죄하고, 향후 올바르게 살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어야만 컴백의 여지를 만들 수 있다.

만약 딘딘이 진정 라비의 '현명한' 친구였다면 그런 경거망동을 할 시간에 술 한 잔 사 주면서 위로해 주고, 향후 어떻게 말과 행동을 펼칠지 조언해 주었어야 했다. 친한 친구인 것은 맞은 듯한데 현명한 친구로 보이지는 않는다.

독설로 유명한 소크라테스는 그러나 친구가 많고, 그 친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가르침과 에피소드를 전한 플라톤 역시 일등 제자 겸 제일 친한 친구였다. 소크라테스는 모함을 받아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의 친구들은 여러 사람을 매수해 그를 국외로 탈출시키려 했다. 하지만 그는 순순히 독배를 마시며 크리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꾸었는데 그거나 갚아 주게."라고.

당시 그리스에서는 병이 나으면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을 바치는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다. 자신을 위해 친구들이 제도권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을 과감히 거부한 그는 진정한 우정을 실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당당히 받아들임으로써 멋있는 삶을 살았다. 그게 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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