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 19일 보이 그룹 아스트로(ASTRO) 멤버 문빈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외신들도 일제히 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먼저 세상을 떠난 걸 그룹 f(x) 설리, 걸 그룹 카라 구하라, 보이 그룹 샤이니 종현 등을 언급하며 "K팝 스타들은 보통 1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에 기획사에 의해 선발돼 혹독한 보컬과 댄스 훈련 등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엄격한 통제 속에 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즈는 "20대 한국 연예인들이 잇따라 사망한 사건 중 가장 최근에 발생한 사건이다. 2019년 두 명의 K-팝 스타들의 죽음은 한국의 가장 인기 있는 문화 수출품의 문제점을 생각하게 만들었다."라고 평했다.

종현은 2017년 27살의 나이에, 설리와 구하라는 2019년 25살의 나이에 각각 세상을 등졌다. 21세기에도 적지 않은 유명 연예인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승과 하직했다. 언제부터인가 언론은 스스로 '자살'이라는 표현을 지우고 '극단적 선택'으로 우회했다. 이는 베르테르 효과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자성의 노력이다. 그러나 그다지 효과가 커 보이지는 않는다.

분명히 본질적 탐구와 원론적 방편이 필요해 보인다. 언급된 4명의 아이돌은 모두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 그만큼 명예와 수입이 보장된 상태였다. 그런데 왜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한 것일까?

가디언의 '혹독한 훈련과 엄격한 통제'는 틀린 말은 아니다. 만약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 제가 좋아 제 마음대로 홀로 창작 활동을 하는 예술가라면 아이돌만큼의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저 창작의 고통, 일반인들의 사생활 침해 정도가 괴로울 뿐 제멋대로 만들고, 그리고, 부르고, 연주하고, 연기하면 그뿐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돌 그룹 멤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뉴욕타임즈의 지적대로 '한국의 가장 인기 있는 문화 수출품의 문제'인 것이다. 아이돌 그룹의 활동은 예술 활동이라기보다는 대규모 사업이다. 아이돌이라는 아티스트를 전면에 내세워 대중음악이라는 대중 예술을 펼치기는 하지만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많게는 수조 원의 상업적 목적이 앞선다.

물론 멤버 중에는 순수하게 음악이 좋아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이돌 산업에 합류한 경우도 있다.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한 것까지 두 가지 목적을 병행하든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 시스템 안에서 느낄 어려움은 분명히 존재한다.

어릴 때부터 노래, 춤, 작사, 작곡, 연주, 연기 등으로 하루를 꽉 채우며 생활한 뒤 데뷔하면 역시 소속사가 만든 스케줄대로 기계처럼 움직여야 하는 '다람쥐' 같은 인생 사이클에서 회의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부정적인 면과 위험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사례에서 보듯 그들은 창작을 포함한 음악 활동 및 연예 활동을 충분히 즐기면서 돈도 벌고, 명예도 유지하고 있다. 그들이 설마 주가 관리에 신경을 쓸까? 그냥 악상이 떠올라 음악을 만들면 회사가 알아서 뒤처리를 해 주고 회사는 그들의 예술혼을 최대한 존중해 뒷바라지만 잘 하면 주가 관리가 절로 되니 누이 좋고 매부 좋다.

게다가 그들은 7명 모두 끈끈한 우정을 자랑한다. 그야말로 가장 바람직하고, 가장 위대한, 아이돌 그룹을 표방한 아티스트의 교과서이다. 그러나 아이돌 그룹 전부가 그렇게 속사정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적지 않은 아이돌 그룹은 왜 각 멤버들이 경쟁하듯 SNS에 개인 사진을 올릴까? 그만큼 내부 경쟁도 치열하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아이돌 그룹과도 경쟁해야 하지만 내부적으로도 서로 튀기 위해 신경전을 펼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발군의 창작 능력이 있다면 내부 경쟁이나 나이를 먹는 데 대한 부담감은 미미할 것이다. 음악을 잘 만들 자신만 있다면 그룹으로 움직이든, 솔로로 독립하든 아무런 걱정이 있을 리 없다. 방탄소년단이 "우리는 7명일 때 가장 완벽하다."라고 외치는 건 사실은 그만큼 각자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는 의미이다.

결국 소속사는 멤버를 잘 뽑아야 하며, 이후에도 면담과 정신과 의사 상담을 포함한 지속적인 관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분명 행동하기 전에 시그널을 보낸다. 그런 면에서 4명의 소속사는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평상시 멤버들의 언행을 예의 주시하고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아이돌 지망생 역시 두 가지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하는 아이돌의 삶은 정말 수박 겉 핧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실수가 없다. 자기에게 진정한 아티스트의 자질이 있는지 점검한 뒤 있다면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하든, 솔로 가수로 데뷔하든 뭐든지 하면 된다.

만약 없다면 K-팝이 그냥 예술이 아니라 엄연한 산업, 그것도 규모가 꽤 큰 대중문화 사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 시스템을 감당해 낼 자신감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그런 굳건한 마음가짐 없이 막연하게 화려함만 좇는다면 불에 뛰어드는 나방의 운명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물론 '어린 내 아이를 연습생을 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의 결정권을 가진 부모도 신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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