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컬처] 박열, 가네코, 아나키스트 [유진모 칼럼]
[히스토리&컬처] 박열, 가네코, 아나키스트 [유진모 칼럼]

[미디어파인=유진모 칼럼니스트] 2023년 7월 23일. 1962년 배우 선우재덕, 1965년 미국 록 밴드 건즈앤로지스 슬래시, 1967(~2014)년 미국 배우 필립 시모어 호프먼, 1979년 배우 강성민, 배우 김하영, 1989년 영국 배우 다니엘 래드클리프, 1995년 마마무 화사, 2001년 트레저 윤재혁 등이 태어났다.

1926(1903~)년 독립운동가 겸 아나키스트 박열의 아내 가네코 후미코, 1931(1899~)년 아동 문학가 방정환, 2011(1983)년 영국 블루스 싱어 송 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 2012(1951~)년 미국 첫 여성 우주 비행사 샐리 라이드, 2018(1956)년 정치인 노희찬 등이 눈을 감았다.

필립 시모어 호프먼은 '미션 임파서블 3'에서 톰 크루즈를 괴롭히던 빌런으로 등장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크루즈보다 5살 어리지만 이 작품에서 나이가 더 들어 보일 만큼 노안이었다. 그는 미국 영화계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 정도의 연기파 배우로 대우를 받았으니 어느 위치인지 알 만할 것이다.

작은 영화, 작은 배역일지라도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함으로써 작품의 흥행과 평가 등과 상관없이 그 자체의 존재감 하나로 칭송을 받아 온 인물이다. 그런데 다소 뚱뚱한 외모와 그동안 맡아 온 배역에 비해 그는 의외로 수줍음 많은 인물이었다고. 집안은 나름대로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47살의 한창 때에 눈을 감았다. 사인은 약물 중독.

미국 팝계에는 '27살의 저주'라는 말이 나돈다. 스타 중 28살이 되기 전에 젊은 나이에 눈을 감는다는 저주인데 1930년대 2년 만에 델타 블루스라는 장르를 완성시킨 천재 뮤지션 로버트 존슨이 27세에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면서 시작된다.

그의 죽음에 대해 "악마와의 계약으로 음악적 재능을 얻었고 그 기한이 27살까지라 갑자기 숨지게 됐다."라는 소문이 나돌았는데 이것이 '27세 클럽의 저주'의 루머의 시작이었다. 이후 미국의 3대 기타리스트 중 하나이자 싱어 송 라이터인 지미 핸드릭스(1970년 사망), 록 밴드 도어스의 리더 짐 모리슨(1971년 사망),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1994년 사망) 등 천재 뮤지션들이 27살에 세상을 떠났다.

1960~70년대를 넘어서 록계 최고의 록/R&B 여자 보컬리스트로 추앙받는 재니스 조플린도 1970년에 27살로 급사했다. 영국의 록 그룹 롤링 스톤스의 세컨드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존스는 팀을 탈퇴한 1969년 수영장에서 의문의 익사체로 발견되었다.

영국의 천재 싱어 송 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데뷔 6년차인 2008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5관왕을 차지하는 등 최고의 팝스타 자리에 올랐다. 그녀는 한마디로 센세이션이었다. 21세기에 부활한 20세기의 R&B 여자 뮤지션의 교집합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평소 매니저에게 자신이 27살에 죽을 것이라며 불안해했다고 한다. 그리고 27세였던 2011년 영국 런던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치사량에 달하는 과다한 음주가 원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동안 알코올뿐만 아니라 각종 약물 복용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녀에게서 재니스 조플린도, 플리트우드 맥의 스티브 닉스도, 하트의 윌슨 자매도, 블론디의 데보라 해리도 보인다. 1970년대의 반항과 자유와 방황이 다 엿보인다.

그녀는 영국인이지만 철저하게 R&B를 근거로 한다. 최고의 히트곡 'You Know that I'm no good'의 구성은 간단하지만 당대 최고의 명곡 중의 명곡이다. 묵직한 현악기와 흑인 코러스를 활용해 소울풀한 사운드를 기본으로 한다. 특히 록의 기본인 4분의4박자(고고 리듬)를 인간의 심장 박동 수와 아주 비슷하게 펼치며 와인하우스의 블루지한 창법으로 다소 퇴폐적으로 풀어 내는 전체 분위기는 압권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는 박열도, 가네코도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2017)이 개봉되기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을 것이다. 박열은 우리 민족에게 독립운동가로서, 가네코는 일본인이면서 진실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기득권의 왜곡과 아집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들이다.

보다 넓게는 그들이 허무맹랑한 이론의 노예로서의 무정부주의자가 아니라 디오게네스의 견유학파적 유유자적을 누림으로써 '짧더라도 굵게 사는 삶'을 추구하는 파리 코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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