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솔 대표변호사
김한솔 대표변호사

[미디어파인 시사칼럼] 2019년 S프랜차이즈업체에 근무하면서 가맹계약을 희망하는 업주를 다른 프랜차이즈 회사와 계약하도록 한 전 총괄영업이사 A씨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일이 있었다. 지난 7월 의정부 지방법원 고양지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업무상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이를 취하도록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범죄다. 단순 배임과 달리 더욱 두터운 신뢰관계를 저버리는 범죄이기 때문에 처벌도 그만큼 무거워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S업체는 동종 영업 겸직 금지 의무를 지고 있는 A씨가 S업체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 동안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와의 가맹점 영업대행계약을 체결하고 가맹희망자를 대상으로 다른 업체와의 프랜차이즈 계약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A씨를 고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A씨의 행위가 업무상 배임의 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보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다른 업체와 가맹점 영업대행계약을 체결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행위만으로 업무상 배임에서 규정하는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제출한 증거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A씨가 가맹희망자에게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를 소개하고 해당 업체와 가맹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타 업체의 가맹점 영업대행계약을 체결한 사실만으로 실제 재산의 손해가 발생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이 야기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러한 판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업무상 배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세세하고 구체적인 구성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업무상 배임 혐의가 거론되다 보니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고소, 고발이 난립하는 상황이다.

업무상 배임과 궤를 나란히 하는 업무상 횡령 역시 다양한 상황에서 남용되고 있다. 업무상 횡령이 성립하려면 업무상 보관자라는 신분적 요건과 더불어 불법 영득의 의사, 횡령 금액의 특정 등 여러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이러한 요건에 대한 검토 없이 고소를 하는 것이다.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혐의로 고소가 진행되면 고소인이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을 것이라 생각해 법적 대응을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으나 실제로 증거 자료나 고소인의 진술을 살펴보면 법이 정한 구성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 경우가 많으므로 법률 검토를 해보는 것이 좋다.

해당 혐의에 대한 법리를 체계적으로 검토하여 사실관계와 비교하고, 실제 혐의가 성립하는 상황인지 확인해야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피하고 처벌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법무법인 온강 김한솔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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