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고독한 응원가 [박다은 칼럼]

박다은 청춘칼럼니스트l승인2016.05.11l수정2016.05.1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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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은의 귀로 듣는 청춘] 나 자신에게 보내는, 곽진언의 ‘응원’
2014년 대한민국에서는 한차례 ‘미생’ 열풍이 불었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직장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스토리로, 미생은 케이블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8.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는 실제 사무실 같은 세트장,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신경 쓴 연출이 큰 몫을 했다. 또 이 드라마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상사에게서 새해 응원 메시지를 받은 장그래, ‘더 할 나위 없었다, YES!’ 문구가 지상 곳곳에 새겨지고, 보들레르의 시를 읊는 장그래의 목소리. 그것만으로 다가 아니다. ‘니들이 술 맛을 알아?’하며 숙취에 절은 오 과장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고 흘러나오는 그것, 바로 OST다. 매 국마다 가슴을 벅차오르게 했던 OST 중 하나인 곽진언의 ‘응원’을 말해보려 한다.

▲ Mnet 방송화면 캡처

그는 슈퍼스타K6의 우승자 출신이다. 나는 그가 통기타를 들고 눈을 감고 노래했던 첫 자작곡 무대를 기억한다. 그의 자작곡 ‘후회’는 살아오며 잃은 것이 많은 어머니의 입장에서 부른 노래이다. 그리 길지 않은 여덟 마디의 가사 속에서 그는 어머니의 탈을 쓰고 말한다.

[아무리 원한다 해도 안되는 게 몇 가지 있지/죽도록 기도해 봐도 들어지지 않는 게 있지/그 중에 하나 떠난 내 님 다시 돌아오는 것/아쉬움뿐인 청춘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사랑하는 우리엄마 다시 살아나는 것/그 때처럼 행복 하는 것/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그 시절은 지나갔지만/아마도 후회라는 건 아름다운 미련이어라.]

그가 눈을 뜨고서 심사위원들에게 멋쩍게 인사를 건넬 때, 나도 모르게 그의 노랫말에 공감하고 있었다. 떠나간 청춘을 그리워할 나이는 아니었지만 그의 노래는 간접적으로 그것을 경험해보게 함으로써 ‘겪어보지 못한 공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없던 공감도 이끌어내는 감성적인 노랫말, 그것이 그가 지닌 최고의 무기이다.

믿고 듣는 곽진언표 자작곡, ‘응원’은 그의 음악적 장점이 가장 잘 도드라진다. 그는 일기를 써내려가듯 담담하게 청춘들을 위한 고독한 응원가를 부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밝고 활기찬 응원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사람들 틈에서 외롭지 않고 잿빛도시가 익숙해져요
열 평 남짓 나의 집이 아늑한 걸요]

제목인 ‘응원’과는 다르게 첫 소절은 우울하기까지 하다. 후렴 또한 잔잔하게 흘러간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누구나 그렇게 살듯이
나에게도 아주 멋진 날개가 있다는 걸 압니다
당당하게 살거라 어머니의 말씀대로
그때처럼 억지처럼 축 쳐진 어깨를 펴봅니다]

자신에게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아는 그는 ‘억지처럼’ 힘을 낸다고 말한다. 무작정 ‘힘 내!’라며 희망적인 가사를 담아낸 다른 응원가와는 정반대이다. 회색도시에서 억지로 버텨내며 살아가는 사회인들에게, 성적표 넣은 가방을 매고 놀이터 그네에 앉은 학생들에게, 아직 청춘의 나이가 아니라며 자꾸만 미루는 진짜 청춘들에게. 그는 음악으로 그들을 응원한다.

나는 고삼 시절 혼자서 수많은 백일장을 다녔다. 타지에서 글을 쓰고 집으로 내려가는 길은 언제나 조용했다. 깜깜한 버스 안에서 창밖의 불빛들을 바라보며 나는 이 노래를 듣곤 했다. 백일장과 관련된 생각보다는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항상 했던 것 같다. 노래가 끝날 때쯤이면 거짓말처럼 잠에 들었다. 잠에서 깼을 때 축축해진 이어폰을 뽑는 것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그것이 바로 응원을 들은 진정한 감상이 아니겠는가.

박다은 청춘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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