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백민경의 스포츠를 부탁해] 박태환, 참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다. 한국 수영의 영웅에서 약물 파동까지, 그리고 다시 올라서기까지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 그는 올림픽을 준비하던 중 약물 파동을 겪었고 18개월 동안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규정을 근거로 국가대표 발탁 금지를 앞세웠다. 하지만 이는 이중징계로 잘못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법정 싸움을 했고 끝내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성적은 초라했다. 그동안의 심적 압박 때문이었을까, 100m, 200m는 물론 주 종목인 400m에서까지 예선 탈락을 하였고, 1500m는 출전을 포기하며 초라한 성적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응원했던 사람들마저 비난으로 돌아섰고,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박태환의 법적인 노력도, 승리도 박태환 선수의 성적 저조로 허무하게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통해 새로운 국면에 들어갔다. 당시 김종 전 차관이 박태환 측에 협박을 통해 올림픽 출전을 포기할 것을 강요했음이 드러났고 그러지 않으면 불이익이 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박태환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기 전엔 박태환은 여전히 약물을 한 선수라며 비난을 받았었다. 하지만 부정부패의 손길이 한국 수영의 영웅에게 닿았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박태환 선수에게 응원의 손길을 내주었다.
어떤 진실이 숨어있건 그는 꾸준히 물살을 가르며 훈련하고 있었다. 그가 수영을 놓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지난 10월 전국체전 자유형 200ｍ와 400ｍ에서 모두 대회신기록을 세우고 우승했고,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는 4관왕에 오르며 국제무대로 천천히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부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 12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 WFCU 센터에서 막을 내린 제13회 국제 수영연맹(FINA) 쇼트 코스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400m, 200m, 1500m에서 우승하며 3관왕에 올랐다. 비록 쇼트 코스(25m)에서 이루어진 시합이었지만 FINA가 주관하는 세계대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특히 자유형 400m에서는 3분 34초 59로 우승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쇼트 코스 세계 선수권 금메달리스트가 되었고, 자유형 200m에서는 1분 41초 03으로 대회 및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수확했다. 또한 자유형 1,500ｍ에서도 14분 15초 51의 아시아 및 대회 신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로 박태환은 우여곡절 많았던 2016년의 대회 일정을 모두 마쳤다.
대회 도중이었던 지난 7일, 국회 청문회에서 김종 전 차관은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출전 포기를 종용한 의혹에 대해 리우 올림픽에 나가지 못 했을 경우 해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설명을 드렸는데 박태환 선수가 잘 못 받아들인 것 같다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연 어떤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면 일어날 경우를 설명해주는데 순수한 의도로 받아들인다는 게 말이 되는 얘기일까. 김종 전 차관의 태도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물론 박태환 선수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고 해도 국민들은 분노했을 것이다.
과연 김종 전 차관의 압력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을까. 아시아 선수권을 마치고 온 박태환 선수는 인터뷰에서 김종 전 차관과의 만남이 긴장도 많이 되고, 너무 높으신 분이었다며 무서웠던 감정을 얘기했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에게 레이스에 집중하고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사람이 그 반대의 짓을 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에 분노했고, 최근에 스포츠계에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나 안타깝고 답답했다.
대한민국 수영 간판 박태환, 그의 네 번째 올림픽은 행복한 결말은 아니었다. 이제 그는 4년 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도쿄 올림픽을 준비한다. 현재 직면한 이 시국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일이 또다시 반복될지도 모른다. 부디 박태환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의 스포츠 선수들이 가는 그 길에 어둠의 손길이 닿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