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환 대표변호사
이세환 대표변호사

[미디어파인 시사칼럼] 이른바 '몰카죄'라고도 불리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카촬죄). 카촬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사진을 찍고 지우면 끝인 줄 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사진을 찍고 지워도 디지털 포렌식 수사에 의해 밝혀지게 돼 있다.

카촬죄에 관한 내용은 성폭력 처벌법 제14조에서 확인 가능 하다.

성폭력 처벌법 제14조에 따르면, 카메라 등 기계 장치를 이용해 상대방 신체를 몰래 찍은 경우 카촬죄에 해당할 수 있다. 카촬죄는 크게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 번째 조건은 '상대방 허락 없이 몰래 촬영한 경우'다.
두 번째 조건은 '촬영 결과물이 성적 욕망 혹은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때'이다.

위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한 경우 성폭력 처벌법 제14조에 따라 처벌 받게 된다.

성폭력 처벌법 제14조에 따르면, 카촬죄 처벌 수준은 징역 최대 7년 혹은 벌금 최대 5천만원이다. 여기서 '성적 욕망', '성적 수치심'은 딱 정해진 수준이 없다. 피해자 옷차림·촬영자 의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참고로 한 남성이 레깅스 입은 여성의 엉덩이를 촬영했다가 카촬죄로 처벌받았다.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9도16258 판결)

또 '촬영'에 관해서도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카촬죄에서 말하는 촬영이란, 카메라 등 기계 장치에 피사체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다. 즉 렌즈에 상대방이 포착되기만 해도 카촬죄로 처벌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는 얘기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한 판례를 소개하겠다. 실제 한 재판에서는 다음과 같은 판결이 나왔다. 판결에 따르면, 촬영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범죄가 될 수 있다.

재판부는 "촬영 시작 버튼이나 사진 촬영 버튼을 누르지 않았더라도 피해자의 신체를 기계 장치 화면에 담은 이상 피해자의 신체 촬영을 위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위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행위는 실행의 착수에 나아간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7. 12. 선고 2018고단688 판결)

판결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카촬죄는 미수범이어도 처벌을 피하기가 어렵다. 카메라로 다른 사람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카촬죄에 해당할 수 있다. 미수범 처벌에 관한 내용은 성폭력 처벌법 제15조에서 확인 가능 하다. 촬영 여부만 경계해서는 안 된다.

카촬죄는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촬영물 혹은 복제물을 반포·판매·임대 한 경우 7년 이하 징역 혹은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만약 '영리 목적'을 갖고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에는 처벌 수준이 더 무거워진다. 영리 목적을 갖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결과물을 유포한 경우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게 된다.

형법 제42조에 따르면, 유기징역 상한선은 30년이다. 영리 목적을 갖고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 징역 최대 30년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해당 처벌 규정에는 벌금형이 없다. 이에 따라 초범이어도 실형을 피하기가 어렵다.

마지막으로 '소지'에 관해서도 신경 써야 한다. 촬영물 및 복제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자 역시 형사 처벌 대상이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르면, 촬영물 혹은 복제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혹은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카촬죄에 관해 법무법인 동주 이세환 형사 전문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형사 전문 변호사는 "카촬죄는 두 차례 개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처벌 수위도 한층 더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카촬죄 피의자를 상대로 디지털 포렌식 수사가 이뤄진다"며 "디지털 포렌식 수사에 따라 삭제된 사진·영상이 쉽게 복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섣불리 (사진·영상을) 삭제했다가는 증거인멸 혐의로 처벌 수준이 가중될 수 있다. 그러므로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면, 전문 변호사에게 도움을 청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터넷에 유포된 영상이 휴대전화 카메라 등으로 '재촬영'된 것이라면 처벌 할 수 없다는 얘기가 있다. 촬영물·복제물에 관한 처벌 규정만 있고, '재촬영물'에 관한 처벌 규정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이는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이 아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8년 12월을 언급해야 한다. 2018년 12월 18일, 성폭력 처벌법 일부 내용이 개정됐다. 개정 당시 카촬죄 형량은 소폭 상승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대법원이 재촬영된 성관계 영상에 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해당 판결은 논란이 됐고, 법적 구멍을 메우기 위해 처벌 대상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그 결과 복제물에 대한 범위가 달라졌다. 해당 판결 이후 복제물에는 '재촬영된 영상'도 포함된다. 다시 말해 2019년 12월 18일 성폭력처벌법 개정 이후라면, 재촬영물도 처벌 대상이다.

이 형사 전문 변호사는 "법 조문에 적힌 내용은 해석이 중요하다"면서 "복제물에 재촬영 된 결과물도 포함되니, 1차원적으로 생각하고 범행을 저질러서는 안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카촬죄와 관련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형사 전문 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하는 게 가장 현명한 길이다"고 덧붙였다.[법무법인 동주 이세환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형사법 전문 변호사)]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