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타파스는 스페인의 에피타이저 일종으로 간식으로도 먹으며, 점심이나 저녁 식사 전에 와인과 가볍게 먹는 소량의 음식을 통칭한다. 얇은 햄이나 치즈, 가스파초, 오징어 튀김이나 미트볼 등 다양한 재료가 타파스가 된다. 타파스는 지중해와 대서양이 만나는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시작되어 해산물을 이용한 타파스가 많다. 타파스를 바스크, 나바레, 칸타브리아와 살라망카 지역은 바스크어로 핀초스(pinchos, pintxos)라 한다. 이는 타파스 먹을 때 이쑤시개(Pincho)를 사용해서 붙은 별명이다. 핀초는 이쑤시개에 꿰어 작은 접시에 주는데 술과 먹으며, 바스크 인근 지방의 술집에서 볼 수 있다. 이쑤시개는 음식을 쉽게 집게하고 먹은 갯수를 계산할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핀초의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르며 이쑤시개나 그릇의 모양, 크기, 색의 차이로 구별한다.

타파스는 1명 이상이 전채 요리식으로 크게 주문할 수도 있다. 정찬은 사람들이 잘라 먹을 수 있도록 하며 식사용으로 주문하기도 한다. 타파스 1개는 1~2 유로 정도다. 타파스는 국기인 bandera의 복수형 banderillas로 불리는데 색이 다채롭기 때문이다.

타파스는 스페인 전성기에 여러 대륙의 식재료와 문화를 수입하면서 많은 변화를 했다. 향이 강한 마늘, 칠리 소스, 파프리카, 소금, 고추, 올리브유도 많이 쓴다. 대구 등을 올리브유로 간하거나, 토마토 소스나 고추를 오징어 등과 조리하기도 한다. 1~2종의 올리브유를 첨가하지 않은 타파스는 거의 없고 빵도 1종 이상의 빵을 곁들여 만들어 어느 소스와도 잘 어울린다. 마드리드, 카스티야 라만차, 카스티야 레온, 아스투리앗, 에스트레 마두라 및 일부 안달루시아 도시에서는 맥주나 와인을 주문하면 타파를 무료로 준다.

타파스의 기원에는 여러 설이 있다. 첫 번째 설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와인 잔에 초파리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빵이나 햄, 카드로 잔의 입구를 덮은 것이 타파스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술집에서 와인 잔에 생햄이나 초리소(chorizo) 소시지를 얹어 팔았는데 이들을 다양한 메뉴로 개발한 것이 타파스로 발전했다. 두 번째 설은, 통일 스페인왕 알폰소 12세(1857~1885)가 안달루시아 카디스(Cádiz)의 유명 술집을 방문해 셰리(sherry, 강화 와인) 한 잔을 주문했다. 종업원은 얇은 햄 조각으로 바람이 심한 카디즈의 해안 모래가 들어가지 않도록 잔 위를 덮어 가지고 왔다. 셰리주와 타파(햄)를 먹은 왕은 ‘잔위를 덮은 셰리’를 한 잔 더 주문했고 이것이 타파스의 기원이라 한다. 세 번째 설은, 16세기 카스티야 라 만차의 술집 주인이 싸구려 와인의 냄새를 숨기기 위해 냄새가 진한 숙성 치즈를 와인 잔 위에 얹어 무료로 준 것에서 타파스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네 번째 설은, 카스티야왕국 알폰소 10세(1221~1284)가 병 중에 소량의 음식과 와인을 먹고 병이 나았다. 완치 후 그는 술집에서 과자나 타파스없이는 포도주를 팔지 못하도록 했다. 다섯 번째 설은, 필리페 3세는 군인과 선원들의 술주정을 억제하기 위해 법을 만들었다. 그 법은 술을 주문하면 바텐더는 잔 위를 안주가 될 만한 작은 음식으로 덮도록했다. 이는 음식이 알코올 효과를 늦추거나 폭음을 못하도록 위를 채우고자 했던 것이다. 여섯 번째 설은, 아랍의 지배 동안 메쩨(meze)가 전해져 타파스가 됐다는 것이다. 일곱 번째 설은, 식당에서 타파를 서서 먹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잔 외에 접시를 놓을 곳이 필요했고 그 대용으로 타파스가 등장해 와인 잔 위에 작은 접시나 음식을 얹어서 들고 다니며 먹은데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마지막 설은, 중노동을 한 농부들이 저녁 식사 전에 허기를 달래기 위해 와인에 소량의 음식을 먹은 것에서 타파스가 기원했다는 설이다.

“세계 음식명 백과”의 타파스 조리별 구분을 보면, 코사스 데 피카르는 간단한 핑거 푸드로 차가운 음식이나 소금에 절인 것이다. 핀초스는 바스크와 나바레 지방의 바에서 와인 등과 먹는 꼬치에 꽂아 한입 크기로 빵에 얹어 만든 것이 많다. 카수엘라스는 소스가 있는 음식으로 접시에 담아 낸다. 양에 따라서는 몬타도스(한 입 크기), 라씨오네스(2인 이상), 포르씨온(정식 일인분 분량)으로 구분된다.

타파스 메뉴는, 토마토, 피망, 마늘 등을 갈은 차가운 수프 가스파초, 마늘과 함께 올리브 오일에 구운 새우 감바스 알 아히요, 오징어 링 튀김인 깔라마레스, 밀가루를 입혀 튀긴 양파와 피망 링 깔라마레스 델 깜뽀, 스페인식 감자 오믈렛 또르띠야 데 파타타, 소금에 절인 대구를 튀김옷으로 튀기거나 토마토 소스에 넣은 스튜요리 바깔라, 미트볼과 토마토 소스와 같이 조리한 알본디가스, 마요네즈로 버무린 감자와 새우/ 참치 샐러드 엔살라디야 루사, 매콤한 알리올리를 뿌린 감자 튀김 파타타스 브라바스, 염장한 최상급 돼지고기 생햄 하몬 이베리꼬, 스페인식 문어 요리 폴포 등이 있다.

입맛 당기는 다양한 에피타이저 ‘타파스(tapas)’는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스페인어 ‘tapas’는 ‘tapa’의 복수형으로 tapas는 전채 요리, tapa는 뚜껑/ 덮개, 안주의 의미로 사용된다. 원래 와인 잔에 먼지나 벌레가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소시지나 빵을 잔 위에 얹은 것에서 시작되어 동사 ‘tapar(덮다, 가리다)’에서 유래해서 ‘tapas’로 최종 정착을 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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