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문 작가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4인과의 인터뷰-백범 김구]

▲ 사진=kbs방송화면 캡처

다음은 김삼웅씨가 쓴 ‘백범 김구 평전’에 나오는 내용이다.

백범은 가흥에서 긴 피신생활을 주애보와 선상에서 함께 보냈다. 임시정부 요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임정의 명맥이 이곳에서 유지되었다. 상하이 의거 후 백범은 임시정부의 실질적인 책임자의 위치가 되었다. 그래서 그가 있는 곳이 임시정부 청사이고 그가 곧 임시정부였다. 그러나 여전히 ‘현상금을 붙은 사나이’로서 공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래서 주애보와 다정한 부부처럼 남호와 여러 개의 운하를 오르내리며 지내야 했다.

주애보, 한국 독립운동사의 어느 책에도 그 존재가 나타나지 않는 이국의 여성이다. 임시정부 주석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그와 5년여를 함께 한 여성이라면 관심을 보일만도 했지만 공식 문건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백범은 다음과 같이 짧은 기록을 남겼을 뿐이다.

그 후 두고두고 후회되는 것은 그 때에 여비 100원만 준 일이다. 그는 5년이나 가깝게 나를 광동인으로만 알고 섬겨왔고 나와는 부부 비슷한 관계도 부지중에 생겨서 실로 내게 대한 공로란 적지 아니한데 다시 만날 기약이 있을 줄 알고 노자 이외의 돈이라도 넉넉하게 못 준 것이 참으로 유감천만이다.(‘백범일지’)

중국의 작가 하련생은 1999년 백범과 주애보를 바탕으로 한 실화소설인 책 ‘선월’(船月)을 펴냈다. 일제 당시 백범이 피난지인 가흥에서 만난 처녀 뱃사공과 도피 중 맺은 인연과 사랑을 그린 것이다. 1932년 윤봉길 의사의 중국 홍구 공원 폭발사건 직후 일본의 집중적인 표적수배 대상이 된 백범은 중국의 실력자인 지인인 저보성의 도움으로 절강성 가흥으로 피신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눈을 속이기 위해 주애보와 위장부부로 5년간 지내면서 임시정부의 앞날을 계획한다. 하련생의 큰 형부는 임시정부 시절 백범의 한국인 경호원으로 활동해 한국정부로부터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의 아들이다. 이런 인연으로 각별한 관심을 두고 소설을 썼는데 한줄기 빛과 같은 사랑이야기를 유려한 문체로 썼다.

‘선월’은 무지렁이 아낙네, 벙어리, 심지어 철부지 아이들까지도 얼마나 신의와 정의를 목숨처럼 아꼈는지, 항일의식이 얼마나 강했는지, 민족을 뛰어넘어 김구 같은 한국 애국지사들을 얼마나 존경하고, 또 한국의 독립에 이름 없는 외국인이 얼마나 많이 희생되었는지, 일본의 야만적인 식민 행위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뜨거운 피를 흘리게 했는지를 보여준다.

달이 강물에 비치면, 처녀 뱃사공은 나룻배에 달을 싣고 강을 건넜다. 이때 배와 달의 거리는 가까운 듯 보이지만, 김구와 주애보는 이별한 뒤에 영원히 만나지 못했다. 배는 처녀 뱃사공인 주애보를, 달은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인연을 가진 사람 백범을 나타낸다. (다음편에 계속...)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참고 인용했다>
·부덕민, 『백절불국의 김구』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 2009)
·김삼운, 『백범 김구 평전』 (시대의 창, 2004)
·김구, 도진순 주해, 『백범일지』 (돌베개, 2018 개정판)

▲ 김문 작가 – 내 직업은 독립운동이오

[김문 작가]
전 서울신문  문화부장, 편집국 부국장
현) 제주일보 논설위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