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률사무소 고려 김도윤 변호사

[미디어파인 칼럼=법률사무소 고려 김도윤 변호사] 60대 주부 A씨는 암 투병 중이었던 남편의 사망으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20년 전 가출했던 아들이 찾아와 남편이 남긴 재산의 일부를 상속인으로 받아야겠다고 주장해 고민이 많다. 무엇보다 남편 암 투병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오히려 연락을 회피하기만 했던 아들이 너무 괘씸하기만 하다.   

위 사례처럼 한 개인이 사망하게 되면 당연히 상속이라는 절차가 개시된다. (민법 제997조) 만약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 배우자나 자녀에게 미리 증여를 하였거나 유언을 하여 상속재산을 분배하였다면 그에 따르게 되지만(물론 유류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피상속인이 생전 재산 처분행위나 유언이 없었다면 재산은 상속인의 각 지분에 따라 상속이 이루어진다.

우리 민법은 이런 경우 법정상속분을 정해 놓았다.

민법 제1009조(법정상속분) ①동순위의 상속인이 수인인 때에는 그 상속분은 균분으로 한다.  <개정 1977. 12. 31., 1990. 1. 13.>

②피상속인의 배우자의 상속분은 직계비속과 공동으로 상속하는 때에는 직계비속의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하고, 직계존속과 공동으로 상속하는 때에는 직계존속의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한다. 

과거 호주상속을 하는 경우 상속분을 5할 가산하고, 출가한 여자의 경우 남자의 상속분의 4분의 1로 하는 등 자녀 간에도 상속분이 달랐던 시대가 있었지만, 현재는 자녀들의 경우 상속분이 균등하고 다만, 배우자의 경우 5할을 가산해주고 있다.

이와 같이 상속은 피상속인 생전에 형성한 재산을 대상으로 하는데, 피상속인 생전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공동상속인은 본인의 상속분 외에도 기여분을 주장할 수 있다. (민법 제1008조의 2)

그렇다면 이와 반대로 피상속인 생전에 피상속인 재산에 기여는커녕, 피상속인과 아무런 연락도 없이 지내다 피상속인이 사망하자 갑자기 나타나 본인의 상속분을 내놓으라고 주장하는 공동상속인이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가? 안타깝게도 이러한 경우 도덕적으로 갑자기 나타난 공동상속인을 비난할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는 그 공동상속인의 상속분 청구를 막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가족 부양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못한 부모나 자식을 상대로 재산상속을 막는 일명 ‘구하라법’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되었으나 결국 처리가 무산된 사실이 있다. 가수 고 구하라 씨의 친모는 구하라 씨가 9살 때 가출하여 약 20년 동안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가 구하라 씨가 사망하자 갑자기 나타나 본인의 상속권을 주장해 대중의 분노를 자아냈다. 1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입법청원을 한 것처럼 언뜻 보면 고 구하라 씨의 친모가 구하라 씨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권을 주장하는 것이 매우 불합리해 보이지만, 우리 민법은 제1004조에서 상속결격사유로 다음과 같이 5가지를 규정하고 있을 뿐,

민법 제1004조(상속인의 결격사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한 자는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  <개정 1990. 1. 13., 2005. 3. 31.>

1.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한 자
2.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
3.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
4.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
5.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ㆍ변조ㆍ파기 또는 은닉한 자

고 구하라 씨의 친모와 같이 피상속인 생전에 아무런 부양의무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상속을 받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지 않아 법적으로는 부양의무를 하지 않은 상속인이라 하더라도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을 상속받는 것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

고 구하라 씨 사례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고 그 중 일부는 헌법재판소에 위 민법 제1004조 상속 결격을 규정한 조항에 ‘부양 의무를 다 하지 아니한 자를 상속결격자로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도 하였다. (헌법재판소 2018. 2. 22 자 2017헌바59 결정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2호 위헌소원])

위 헌법소원심판을 살펴보면, 청구인은 남편과 이혼 후 딸을 혼자 키운 아내로서 위 딸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인으로서 이혼 이후 딸의 양육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은 남편이 딸의 사망으로 인한 보험금 등 상속을 받게 되자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직계존속의 경우를 상속결격사유로 규정하지 않은 것이 부양의무를 이행한 다른 상속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은 일정한 형사상의 범죄행위와 유언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정행위 등 5가지를 상속결격사유로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속인의 상속권을 보호함과 동시에 상속결격여부를 둘러싼 분쟁을 방지하고,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기 위함이다. 부양의무의 이행과 상속은 서로 대응하는 개념이 아니어서, 법정상속인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상속인의 지위를 박탈당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법정상속인이 아닌 사람이 피상속인을 부양했어도 상속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만약 직계존속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를 상속결격사유로 본다면, 과연 어느 경우에 상속결격인지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 이에 관한 다툼으로 상속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해 상속관계에 관한 법적 안정성이 심각하게 저해된다.

나아가 민법은 유언이나 기여분 제도로 피상속인의 의사나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여부 등을 구체적인 상속분 산정에서 고려할 수 있는 장치를 이미 마련하고 있는 점들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직계존속의 경우를 상속결격사유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해 다른 상속인인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하며, 상속인이 피상속인 생전에 아무런 부양의무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상속결격사유로 규정하지 않은 것은 부양의무를 다한 상속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으며 위 민법 제1004조 상속결격사유를 규정한 조항 역시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라는 것이 명확하게 어떠한 경우를 말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고 구하라 씨 사례와 같이 국민들의 감정과 일반적인 인식이 명시적으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까지 상속분을 인정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과 아직까지도 상속에 있어 기여분이 크게 인정되지 않고 있는 현실 등을 고려하면 입법적으로 또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판례로 부양의무를 다 하지 않은 공동상속인에게 제한을 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정립해나가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법률사무소 고려 김도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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