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부부가 이혼소송을 통해 재산분할이 판결로 확정된 경우, 이후 재산 관련 별도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최근 이혼소송에서 상대방에게 임대수익 분배 약정에 따른 임대수익금 지급을 재산분할로 청구했지만 인정되지 않고 이혼소송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이후 민사소송을 통해 해당 임대수익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와 B는 2004년 8월 결혼했습니다. 이후 A는 2013년 12월 B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듬해 B도 같은 내용의 반소(맞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A는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증여받은 상가들에서 2010년 3월 이후 발생한 임대수익을 A 80%, B 20%의 비율로 분배하기로 약정했으므로, B가 미정산 임대수익 2억4,0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A는 이혼소송 계속 중인 2014년 12월 B를 상대로 해당 약정을 근거로 한 임대수익 2억 2,400만원의 지급을 구하는 별도의 민사소송인 소유권이전등기 등 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혼소송 1심 재판부는 2015년 9월 A와 B의 이혼 청구와 재산분할 청구 등을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A가 주장한 임대수익 분배 약정 부분은 증거가 없다고 보고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A는 항소했지만, 항소심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양측이 상고하지 않아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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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이혼소송이 확정된 후인 2016년 10월 소유권이전등기 등 청구소송의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A는 임대수익 분배 약정과 관련해, 주위적으로는 이혼소송에서와 같이 A 80%, B 20%로 분배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는 주장을 유지했지만, 예비적으로 A '3분의 2', B '3분의 1'로 분배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는 주장을 추가해, B에게 미정산 임대수익 지급 의무 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A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B는 A에게 1억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A와 B의 이혼소송 1심 판결은 A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8대 2의 비율로 임대수익을 분배하는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A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판결이 A의 재산분할청구를 일부 기각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실질에 있어서는 약정에 기한 일반적인 민사청구를 기각하는 것과 차이를 두기 어렵다"고 전제한 후,

"A가 B에게 임대수익 지급을 구하는 부분은 이전 소송의 확정판결에서 기각된 청구와 동일한 청구로서 앞선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따라 이 사건에서도 기각돼야 한다"고 판단하여 A에게 패소판결을 하였습니다.

대법원 민사1부는 A가 B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2018다243089).

재판부는 "재산분할청구는 당사자 사이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 비로소 할 수 있으므로, 이미 이뤄진 재산분할에 관한 약정의 이행을 구하는 민사청구와는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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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가 재산분할청구 사건에서 금전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를 하는 경우 그 청구가 재산분할청구인지 아니면 이와 별개의 민사청구인지 여부는 당해 사건에서의 청구원인과 당사자의 주장 취지, 청구에 대한 법원의 판단 및 이를 전후한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한 후,

"A는 이혼 등 소송에서 재산분할청구를 하면서 그 청구원인으로 상가에 관한 임대수익 분배 약정을 포함해 주장했고, 법원도 이 주장을 분할대상 재산 및 가액에 관한 부분에서 판단했음을 알 수 있을 뿐, A가 재산분할청구와 별도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병합해 제기했다거나, 법원이 A의 주장을 민사청구로 판단해 기각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혼 등 소송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민사청구인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미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이혼소송에서의 재산분할청구는 민사청구가 아니기 때문에 앞선 이혼소송 판결의 기판력이 뒤이은 민사소송에는 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판력이란 확정판결을 받은 사항에 대해서는 후에 다른 법원에 다시 제소되더라도 이전 재판내용과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 없도록 구속하는 효력을 말합니다. 이전 재판의 내용과 다른 판단을 하게 되면 재판의 모순을 가져와서 혼란이 생기며, 법원측에서도 불필요한 절차를 거듭하게 될 뿐 아니라 당사자 또한 분쟁을 해결하지 못하게 될 것이기에, 확정판결이 내려지면 동일사건에 대해서 다시 제소할 수 없게 한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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