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청춘이 생각나요 [박현영 칼럼]

박현영 청춘칼럼니스트l승인2016.04.12l수정2016.04.1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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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영의 감성이 있는 일상] ‘연금술사’ 라는 웹드라마가 있다. 제목의 ‘연금술’ 은 ‘연애금지기술’ 의 줄임말이다. 드라마는 일명 ‘3포세대’를 자처하는 청년들이 연애금지 기술 동아리에 모여 겪는 일들을 담았다. 취업을 위해 연애를 포기하고, 연애를 방해하는 기술을 연구한다는 참신한 줄거리는 청춘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제는 널리 알려진 말이 된 ‘3포세대’. 취업난과 불안정한 일자리 등으로 인하여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청년층을 일컫는 말이다. 3포세대를 자처한 ‘연금술사’ 의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느끼는 감정조차도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사치가 된다” 고. 

언제부터 사랑이 미래를 방해하는 존재가 되었을까? 우리는 모두 오래 가는 견고한 사랑을 바란다. 특히 청춘은 취업 준비와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방해되지 않을 연애를 꿈꾼다. 꿈을 위해 사랑을 포기해야 한다는 청춘들에게, 꿈이 현실이 되게 하는 사랑을 보여주는 책이 있다. 정현주 작가의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가 그 책이다. 정현주 작가는 오랫동안 사랑은 감정의 문제 혹은 감성의 문제라고 생각해왔다고 한다. 연애가 감정을 소모시키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준비에 방해가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책 속의 인물들은 오래 가는 아름다운 관계를 만드는 것은 ‘지성’ 임을 보여준다.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에는 한국의 피카소라고 불리는 김환기 화가와 그의 아내 김향안 여사의 평생이 담겨 있다. 평소 피카소를 존경하던 김환기 화가는 문득 아내에게 “나 파리에 가야겠다” 고 말했고, 그 다음날부터 김향안 여사는 프랑스어 책을 사서 공부했다. 김향안 여사는 남편보다 일 년 먼저 파리에 갔고, 일 년 후 김환기 화가가 파리에 도착했을 때 이미 파리에서는 김환기 전시회가 준비되고 있었다. 큰 꿈을 꾸는 남자가 그 꿈이 현실이 되게 하는 아내를 만난 것이다. 그 들의 이야기는 꿈을 위해 사랑을 포기하겠다는 요즘의 청춘을 떠오르게 했다.

남편은 화가였고 아내는 작가였다. 김향안 여사는 자신의 글을 연재하면서도 남편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누기 위하여 미술책을 읽었다. 김환기 화가는 작품에 대한 의견을 꼭 아내에게 물었고, 김향안 여사는 글의 영역을 미술 평론으로까지 넓혀 갔다.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이 내조가 아닌 협조라고 말했고, 두 사람은 같이 성장했다. 더 ‘잘’ 사랑하기 위해 서로의 영역을 이해했고, 두 사람이 교류하는 지성은 더욱 깊어졌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서로를 응원했다. 그 결과 그들은 그들의 길도, 각자의 길도 잘 걸을 수 있었다.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는 미래를 위하여 사랑을 포기한다는 요즘의 청춘들에게, 사랑이 방해의 요소가 아닌 발전의 힘이 될 수 있다는 따뜻한 이야기를 전한다. 김환기 작가가 일찍 세상과 이별한 후, 혼자 남은 김향안 여사는 환기미술관을 열었다. 미술관의 모든 작품에는 김향안 여사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 그녀가 없었다면, 환기 미술관도,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김환기 화가도 있을 수 없던 것이다. 그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가장 좋은 동반자였고, 서로의 꿈을 이루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고받았다.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주지 않으면 사랑이 적은 것이고, 연락이 조금만 뜸하면 상대방에게 무신경한 것일까. 기념일마다 선물을 사주고, 데이트 코스를 탄탄하게 짜 가는 것이 ‘잘’ 사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종종 사소한 몇 가지의 일들로 감정의 크기를 비교하고 평가한다. 이로 인해 사랑은 감정의 문제가 되고, 감정을 소모시켜 미래 준비를 방해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반면 지성의 교류는 서로를 이해하게 하고, 상대방을 알아감과 동시에 자신의 지성 세계를 넓히게 한다. 함께 성장하며, 각자의 꿈에 더욱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좋은 자극이 되어준다. 김환기 화가와 김향안 여사의 사랑은, 상대방에게 서운함이나 불만 대신 박수를 전하는 사랑이었다. 두 사람의 사랑을 보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하여 또는 꿈에 다가서기 위하여, 사랑을 포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서로의 꿈을 위하여 서로의 지성을 넓혀 주는, 감정만이 아닌 지성으로 노력하는 사랑이 필요하다.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불확실한 미래 앞의 사치가 아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게 해주는.

‘같은 것을 좋아하고 관심을 기울이며 함께 토론하고 이해를 나누는 시간이 두 사람을 점점 더 단단하게 묶어 주었다. 관계는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빛이 났다. 시간이 흐르며 아름답게 길이 들어 더 좋은 것이 되던 두 사람 곁의 오래된 물건들처럼.’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중-

박현영 청춘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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