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어릴적 시골에서 시장은 그야말로 즐거움의 광장이었다. 집에서 기르는 닭이나 토끼를 가지고 와서 팔거나 수확한 농산물을 사고 파는 거래가 이루어 지는 것이다. 5일장인 시장이 서면 눈요기 거리가 풍성했다. 갖고 싶은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모두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는 약장수들이 와서 약을 팔기 위해 무대를 설치하고 일정기간 하는 연극이 제일 재미있었다.

시장의 기원은 농촌 내부적 관점, 봉건영주에 대한 서비스적 관점, 이민족간 거래, 즉 원격지 무역의 관점 등으로 파악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시장은 농촌에서 생겨나 도시에서 발전했고 원격지 무역으로 크게 발전했다. 또한 봉건제 속박에서 벗어나 자본주의가 등장하며 질적, 양적으로 변모했다.

시장은 사적 소유에 기초한 경제체제에 적합하다. 시장이란 경제학적으로 권리, 용역, 제품(이들을 재화라 함)의 소유권의 교환을 촉진하기 위하여 경제학적인 인간의 상호작용으로 자연스럽게 발전된 구조이다. 일상 생활에서 시장은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파는 상점들이 밀집한 장소를 말하지만, 경제학적인 측면에서는 거래의 목적물과 판매자, 구매자만 있으면 거래 장소가 특별히 없더라도 시장이라 한다. 시장에서 매매되는 재화를 상품이라 한다.

시장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는 재화의 종류, 가격, 대금의 지급 조건 등을 서로의 약속에 따라 정하고 매매한다. 만일 시장이 없다면 통상적 의미의 경제가 존재할 수 없고 단지 자급자족, 혹은 비경제 속에 갇힌 생활만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활동과 인간이 교환하는 잉여가 이 시장을 통과하는 것은 매우 어렵게 시작되었으나 그 시장은 점차 커지고 또 많아지며, 그러다가 이 과정의 마지막에 가면 "시장이 일반화된 사회(프랑스어: société à marché généralisé)”로 된다.

인간의 생필품에서 욕망까지 거래되는 ‘시장(market, fair)’은 어디에서 유래된 말일까?

‘market’의 어원에는 여러 설이 있다. 첫번째 설은, 에트루리아어가 근간인 이탈리아어 어근 ‘merk’가 ‘merx(상품들)’를 거쳐 ‘mercor(교환하다, 거래하다, 사다)’로 변화되었다. 이 단어가 라틴어 ‘mercātus(거래, 시장)’가 됬고, 다시 고대 프랑스어 ‘marchié’와 고대 북부 프랑스어인 ‘markiet’를 거쳐서 후기 고대 영어 ‘market(시장)’으로 유입되었는데 중세 영어를 거쳐서 최종 정착을 했다. 두번째 설은, ‘market’이 약탈한 물건을 뜻하는 라틴어 ‘merce’에서 왔다는 것이다. 세번째 설은, 로마의 상업의 신 ‘Moneta’에서 시장을 의미하는 ‘market’이 나왔다는 것이다. 네번째 설은, ‘mar(바다)’와 ‘-ket(끝을 뜻하는 지소사)’이 결합한 말로 ‘바다에서 들여온 물건을 바닷가에 좌판을 벌리고 파는 곳’이란 의미라 한다.

‘fair’는 라틴어 ‘feriae(휴일)’에서 유래되어 정착한 단어이다. 중세 라틴어인 ‘feriae’는 현재의 정의(일정 형식에 따라 일정한 장소와 시간에 종종 볼거리와 여흥을 동반하면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모이는 것)중 하나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일정 시간 동안 사람들이나 무역상을 모은다는 의미이다. 다른 설은, 축제나 장터를 의미하는 프랑스어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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