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어서 무슨 도움이라도 얻고자 여기저기를 찾아보다가 이 글을 보게 되었다면, 먼저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 글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부디 지금의 지옥 같은 순간을 잘 벗어나 이전보다 더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만일 이미 오래 전에 이런 홍역을 치른 분이라면, 이 글을 보면서 애써 덮어둔 기억들이 되살아나 괴로움이 더 할 수도 있지만,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당신의 상처를 보듬어 회복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당신이 아직 외도라는 사건을 경험한 적이 없는 분이라면, 환영한다. 이 글은 외도에 대한 예방접종이 되어 이런 일을 겪지 않게 하거나, 혹시 겪게 되더라도 조금이나마 가볍게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된 상처 배우자들이 흔히 겪는 반응들을 설명하겠다. 당신은 꽤 오랫동안 아주 많이 힘들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모든 증상들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다. 당신이 일상을 되찾는 데에는 아주 많은 노력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결국에는 벗어나게 될 것이다. 이 글이 당신에게 "부디 잘 견뎌내시라"는 응원이 되기를 바란다.

배우자의 외도를 발견한 상처 배우자의 반응

§ 일반적인 상처 배우자들의 반응

▲ 사진 출처=픽사베이

임종 환자들을 연구한 퀴블러-로스(Kübler-Ross)라는 정신과 여의사가 있었다. 이 분은 자신이 죽게 될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의 인지적 반응을 5단계로 설명하였다. ‘부정 – 분노 – 협상 – 우울 - 수용’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죽음 뿐 아니라 큰 재난을 겪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겪게 되는 현상임이 밝혀졌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된 상처 배우자의 심리적 반응도 대체로 비슷하다. 그 순서는 조금 바뀔 수도 있고, 어느 단계에 머무르거나 또 되돌이표처럼 반복하여 경험하기도 한다. 뇌인지과학에 따르면, 이런 현상들은 (대단히 괴롭지만 그래도) 엄청난 사건으로부터 본인을 보호하려는 순기능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당신이 어떤 반응을 보이더라도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너무 지나치거나 반대로 생략되는 경우라면 회복에 지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적절한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연구자들에 따라 회복 과정은 조금 다르게 설명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1 부정: 그럴 리 없다, 내가 사랑했으니까, 나를 사랑하니까,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설마 그랬겠어? 우리 아이들은 어떡하라고? 내가 잘 아는데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냐! 등등의 반응이다. 이는 우리가 무서운 것에 맞닥뜨리면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이 단계에서는 외도 배우자에게 직접 수많은 질문을 하거나 행적을 은밀하게 뒤지면서 외도에 대한 증거들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그런 수고를 무릅쓰는 이유들 중 절반 이상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드러나더라도 그 의미를 축소하려 애쓰기도 한다. 더러는 배우자에게 평소보다 더 잘해주면서 둘의 관계에 아무 문제가 없음을 보이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외도가 사실임이 밝혀지면, 이렇게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인 것과 비례하여 분노의 감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 연구자들에 따라 회복 과정은 조금 다르게 설명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2 분노: 우리는 ‘화를 내는 것은 나쁘다’라는 식의 교육을 받으며 자란다. 그러나 다른 여러 감정들처럼 분노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들 중 하나다. 즉 우리가 당연하게 기대한 것과 정반대의 상황을 경험하게 될 때 ‘나는 이것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런데 아무리 정상적인 것이라 해도 이런 감정 반응이 지나치면 우리 뇌의 이성적 판단 기능이 마비되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뜨거운 것에 데었을 때나 심한 부상을 당했을 때 성급하게 행동하면 더 위험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많은 상처 배우자들이 이 단계에서 심한 분노에 휩싸여 나중에 후회할 지도 모르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따라서 이 시기는 오히려 (분노는 분노대로 두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 현명한 판단이 중요한 때다.​

분노의 단계는 외도의 확인에서부터 회복에 이르는 오랜 기간 중 ‘급성기’ (acute period)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 나타나는 증상적 반응의 정도는 지금까지의 부부 관계 및 본인의 자아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또 외도를 알게 된 과정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대개 자신 스스로 알게 된 경우보다 누군가의 귀띔으로 알게 된 경우 더 큰 충격을 받는다. 이런 점에서 누가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중요한데, 특히 평소 믿었던 사람이 외도 사실을 알면서도 숨겼다면 그 배신감과 분노는 훨씬 커진다.(다음편에 계속...)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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