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형의 철학과 인생] 지난달 26일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미용실에서 원장이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는 장애인에게 염색 비용으로 52만원을 청구한 사건이 있었다. 평소 외모를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이○○ 양은 집근처 미용실을 찾았다. 그리고 시술에 앞서 10만 원 선에서 염색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원장은 52만 원이 나왔다며 이 양의 카드를 강제로 빼앗아 결제를 했다. 이 문제는 곧 포털사이트, SNS 등에서 논란이 되었다. 이에 대한 해명으로 원장은 “커트, 염색, 코팅 외에 30만 원 정도 하는 머릿결 재생과 두피 건강 시술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장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전에도 같은 미용실에서 위와 비슷한 피해를 당한 장애인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따르면 한 지적 장애인 여성은 커트비로 10만 원, 다른 지적 장애인은 머리 손질과 염색에 40만 원을 지불했고 한다. 그동안 미용실 원장이 장애인으로부터 폭리를 취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만에 하나 그 가격이 적정가격이라고 해도, 장애인이라는 약점을 이용해서 과잉시술을 한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피하긴 어렵다. 

또한 원장이 경찰서에서 보여준 태도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아닐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원장은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기 보단, 상대방의 약점을 무기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려는 모습이었다. “저 애 말을 (어떻게) 믿냐고? 내 말을 믿어야죠”라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일반인과 장애인을 구별 짓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기인한다. 평소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동일한 고객이라도 장애 유무에 따라 차별대우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재작년에도 장애인의 소비자 권리가 침해된 사건이 있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한 호프집에서 가게 주인이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었음에도 지적장애인 손님을 거부해 시비가 붙은 일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에 따르면 장애인들이 가게에 들어서면 돈 천 원을 주며 내쫓거나, 음식점에 자리가 있는데도 “예약석이다”, “자리가 다 찼다”며 입장을 거부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몸이 불편하다는 약점을 잡아서 또는 정신적 결함이 있다는 이유로 장애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차별대우를 하는 건 옳지 않다.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기본 윤리를 다 큰 성인이 지키지 않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물론 ‘52만원 염색사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사가 진행 중이고, 명확히 밝혀진 사실은 없다. 다만 미용실 원장이 해당 사건에서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명백히 인정하고 뉘우쳐야 한다. 52만 원을 환불해 준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하다. 이 양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애인 무시와 비하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고 싶다”고 심정을 밝혔다. 

매년 12월 3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기념일이다. 그러나 형식적으로 행사에 참석해서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평소 실생활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공감능력과 이해심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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