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이성우의 세계와 우리] 세력전이 이론에 따라서 패권국가인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도전국가인 중국의 부상의 과정에 미국중심의 세계질서에 불만을 가진 중국의 도전이 동아시아와 세계질서의 안정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극단적인 전망과는 달리 중국은 평화로운 번영과 세계운명공동체 그리고 공동의 발전을 강조하면서 속도조절에 들어가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주장에 따르면 복합적 상호의존관계의 확대에 따라 의제설정과 협력관계의 구성에 있어서 복수의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확보되어 있고 외교정책의 이슈에 위계질서가 없기 때문에 군사안보 이슈가 항상 지배적으로 경제이슈를 배척하지 않는 현실이 일반화되었고 군사적 수단이 갈등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가능성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거의 사라졌다.

국력을 측정하는 경험과학의 측면에서도 중국의 국력이 경제력을 기초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술의 발전을 주도하는 국가적 역량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국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 미국은 기술적 및 군사적 우위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의 경제적 추격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미중교역을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지적하고 통상관계를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바로잡으려고 하고 있다. 미중관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실에 중점을 두고 향후 양국관계에 전개되기 시작하거나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경쟁구도의 쟁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첫째, 세계지도국은 개별국가의 비전이 아니라 세계질서의 비전을 제시해야한다. 중국은 세계적 지도국가로 부상하기 위해 중국적 세계관을 담은 지도이념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의와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세계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과정에 국제사회가 동의하는 새로운 국제질서와 규범에 해당하는 민족자결주의에 기초한 국제연합 그리고 국제경제질서를 구체화한 IMF 및 World Bank와 같은 제도를 확보하고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운영해왔다. 중국은 21세기 강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일대일로와 같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도상국과 공동발전 그리고 세계평화와 세계운명공동체의 구축을 통해서 중국적 가치의 세계화를 추구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제시하는 가치와 규범이 미국이 유지해 온 기존의 가치와 규범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가능성 여부가 문제의 핵심이다.

둘째, 국제관계를 지도하기 위한 독자적인 정책수단의 제시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미국은 상대적 쇠퇴와 중국의 부상을 경험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소프트 파워, 스마트 파워, 그리고 제도적 구속력을 동반하는 스티키 파워(sticky power)로 이어지는 새로운 국력의 개념과 함께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통해 국력의 손실부분을 극복하려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다. 중국의 대외정책의 전략은 미국의 대외정책을 복제해서 반복하는 수준으로, 공공외교를 위한 공자학당과 개발도상국에 ODA사업의 확대와 같은 전통적인 방법을 통해서 미국의 지도력을 극복하고 추월하려고 하는 전략을 반복적으로 수행하였는데, 2010년 이후로 일대일로전략을 운용하고 있지만 이는 2차 대전이후 유럽의 재건을 통해 미국의 가치와 제도를 확산하고자 했던 마셜플랜(Marshall Plan)를 발전적으로 대치할 수 있는 새로운 외교전략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서 중국은 미국이 개발해서 운영했던 패러다임을 복제해서 수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중국 중심의 새로운 전략을 개발할 수 있는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못했다.

셋째, 미중관계에서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은 사실상 제거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경제적 이해관계에 있어서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간의 무역을 통한 미국의 무역수지적자는 중국만 이익을 얻고 중국은 이렇게 축적한 이익을 통해 군사력을 증강하여 미국의 핵심이익을 위협하고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에 나타나는 미국의 손실이 중국의 이득이 되는 제로섬(zero sum)의 무역구조를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국내경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 제조업을 통한 인민의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는 미국시장에 대한 상품수출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2020년까지 샤오캉 사회를 실현하고 2050년까지 강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경제성장과 산업역량을 강화해야하고 이를 위해서 미국의 기술과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중국의 국가경쟁력을 향상 시켜야하기 때문에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차원에서 경제협력을 지속하고자 한다. 중국은 특정한 분야에서는 적극적으로 미국의 주도권에 도전하는 주동작위(主动作为)의 입장을 취하지만 경제적으로는 기회를 기다리며 힘을 기르는 도강양회(韬光养晦)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된 이후 대중무역적자를 개선하려는 미국의 정책적 목표를 Make America Great Again과 America First를 내세워 명확하게 제시하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4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대중국 경제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대만에 대한 하나의 중국원칙을 부정하는 발표를 하자 중국은 미국의 국채를 매도하는 대미 경제보복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중국의 기대와 정반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국채가격이 하락하고 국채금리가 인상되면 이자율이 높아진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어 달러와 강세와 위안화 약세가 나타나면 중국에 투자된 자본이 미국으로 빠져나가게 되고 이는 트럼프가 원하는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할 수 있을 만큼 아직은 강력한 기초체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중국은 당분간은 미국의 시장에 상품을 수출하는 기회를 확보해야한다.

넷째, 지역전략에서는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 또는 재균형과 같은 순화된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은 궁극적으로 중국을 대륙에 봉쇄하려고하고 중국은 미국의 봉쇄를 뚫고 해양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중국은 미국의 봉쇄전략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중국의 역할을 모색하는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외교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일본의 항공기 침범을 상정하여 2013년 11월 23일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확장하는 대응을 선포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하는 것으로 결정됨으로써 중국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중국이 해양에서 핵심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와 중국의 제1, 2, 3 도련(岛鍊)에 대한 고려를 반영한 것이지만 2014년 4월 미일정상회담을 통해 센카쿠 열도가 미일안보조약에 따라 미국의 방위의무에 포함된다는 것을 공식화함으로써 미국의 봉쇄정책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도전은 난관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인공 섬 건설로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려고 하고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내세워 중국의 남중국해의 배타적 지배를 무력화 시키려고 무력시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다섯째,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 경쟁은 현재 진행되고 있고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지만 미국의 전통적 상쇄전략(Offset Strategy)이 여전히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고 미중의 군사력 패러다임의 간격이 좁혀질 가능성이 적다. 미국은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과정 그리고 그 지위를 확대 재생산하는데 압도적 군사력의 보유 뿐 아니라 군사기술의 혁신에서 압도적인 기술우위를 확보하는 방법을 통해서 패권국의 지위를 강화하는 상쇄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왔다. 미국이 2000년 이후 주도하는 3차 상쇄전략에서는 재래식 무기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장하는 새로운 군사기술의 핵심으로, 미군이 전장을 지배하는 정보력과 타격능력에 중점을 두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2014년 미국 해군이 실전배치한 레이저 발사 장치와 2017년 배치한 전자포(electromagnetic rail gun) 레일건이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레이저 발사 장치는 30Kw의 전기로 작동이 가능하고 발사비용은 몇 천원에 불과할 만큼 저렴하지만 적에 대한 타격의 정확도와 은밀성은 전례 없는 수준이라는 점을 이미 입증하였다.

여섯째, 동아시아에서 미국은 중복된 양자관계를 통한 지역질서를 주도하는 현상유지를 선호했음에 반해서 중국은 다자주의를 통해 미국주도의 질서를 변경하려는 수정주의를 선호했다. 그 결과 중국은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질서를 재편하려는 정책수단으로 다자주의를 표방하는 과정에 참가 대상국이 아시아에 위치한다는 지리적 정체성에 기초한 폐쇄적 다자주의를 주창해왔다. 이에 반해서 미국은 미국 중심의 질서를 변경하려는 중국이 주도하는 다자주의 체제의 출현을 막아내기 위해 지리적 정체성을 확대하여 호주, 뉴질랜드 뿐 아니라 남미의 태평양 연안 국가를 포함하는 개방적 다자주의를 선택해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미국이 파리기후협약과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TPP)에서 탈퇴하는 것과 같이 세계적 차원에서 다자주의에 대한 소극적 입장을 취하는데 반해서 중국은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과 一带一路(One Belt and One Road: B & R)를 통해서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차원에서 공세적, 적극적, 그리고 개방적 다자주의를 추진함으로써 미국의 주도권을 약화시키고 중국의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한편 동남아에서도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미국의 대중국 봉쇄에 조력을 제공하던 필리핀과 미얀마에게 군사 및 경제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동남아에서 중국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 오바마 시기부터 미얀마의 정부와 반군의 군사적 충돌을 중재하는 협상을 주선하고, 필리핀에는 마약과의 전쟁에 중국산 무기와 군사장비의 제공을 약속하는 공세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 이성우 박사

[이성우 박사]
University of North Texas
Ph. D International relations
현)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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