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조만간 밤하늘에 새로운 별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별은 새로운 별이 아니라 오래된 별, T Coronae Borealis(T Cor Bor)이다. T Cor Bor는 거대한 적색 거성과 작고 밀도가 높은 백색 왜성으로 구성된 쌍성계다. 3,00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별은 80년 주기로 폭발하며 다시 눈에 보일 만큼 밝아진다. 천문학자들은 바로 이러한 폭발을 신성(nova)이라 부른다.
T Cor Bor의 백색 왜성은 강력한 중력을 통해 동반성인 적색 거성으로부터 수소와 기타 기체를 서서히 끌어당긴다. 시간이 지나면서 백색 왜성 표면에 쌓인 물질이 임계점에 도달하면, 거대한 중력이 수소를 융합하며 열핵폭발이 일어난다. 이 폭발은 단 몇 초 만에 태양의 연간 에너지 방출량의 10만 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방출하며,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밝아진다. 하지만 이 폭발은 백색 왜성을 파괴하지 않는다. 폭발 이후 며칠에서 몇 주 동안 밝기가 서서히 줄어들며, 결국 다시 원래의 어두운 상태로 돌아간다. 이 과정은 약 80년마다 반복되며, 현재 천문학자들은 T Cor Bor의 또 다른 폭발을 준비 하고 있다.
‘신성’이라는 용어는 새로운 별(stella nova)이 탄생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여졌지만, 이는 잘못된 명칭이다. 신성은 사실 오래된 별이 폭발하며 일어나는 현상이다. 적색 거성은 태양 같은 별이 죽어가는 과정에서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상태이고, 백색 왜성은 별의 마지막 잔해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별은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생성하며 살아간다. 태양과 같은 별은 약 120억 년 동안 중심의 수소를 헬륨으로 융합한다. 그러나 융합 가능한 수소가 모두 소진되면 중심에서 헬륨이 탄소로 융합되며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에너지는 별의 외곽 대기로 전달되어 별이 부풀어 오르며 적색 거성으로 변한다. 적색 거성은 태양 지름의 200배에 이를 만큼 거대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력은 약화되고, 대기층의 일부가 우주로 흘러나가며 ‘항성풍’을 형성한다. 결국, 중심부만 남아 뜨겁지만 희미한 백색 왜성이 된다.
T Cor Bor와 같은 쌍성계에서는 백색 왜성이 적색 거성에서 물질을 끌어당겨 폭발을 일으키는 신성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백색 왜성이 폭발로 모든 물질을 방출하지 못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질량이 증가한다. 이때 중력과 내부 압력이 극도로 높아지며 탄소 융합이 재점화되고, 이로 인해 백색 왜성이 완전히 폭발한다. 이러한 폭발은 Ia형 초신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 은하를 압도할 만큼 밝다. 다른 형태의 초신성인 II형 초신성은 태양 질량의 8배 이상인 대형 별이 죽을 때 발생한다. 이러한 별은 탄소를 네온으로, 네온을 산소로, 산소를 규소로 융합하며 점점 무거운 원소를 만든다. 그러나 규소가 철로 융합되기 시작하면 별은 더 이상 에너지를 생성할 수 없게 되어 중심이 붕괴하고, 외곽 물질이 폭발하며 거대한 에너지와 중성미자를 방출한다. 이 과정에서 남은 잔해는 중성자별 또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T Cor Bor는 현재 반복적으로 신성을 일으키고 있으며, 폭발로 인해 질량을 조금씩 잃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충분한 물질이 축적되어 Ia형 초신성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이는 T Cor Bor의 마지막 폭발이 될 것이다. 이번 폭발 이후 T Cor Bor는 약 80년 동안 다시 조용히 빛을 감출 예정이다. 그러니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밤하늘의 장관을 즐길 준비를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