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의 대적점: 가장 오래된 태풍의 비밀
목성의 대적점: 가장 오래된 태풍의 비밀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우주의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태양계에서 목성의 대적점(Great Red Spot, GRS)은 여전히 독보적이다. 이 붉은 타원형의 대폭풍은 작은 망원경으로도 쉽게 관찰할 수 있으며, 마치 거대한 가스 행성의 눈처럼 보인다. 크기가 어마어마해 지구를 통째로 집어넣어도 옆면에 닿지 않을 정도다. 이 거대한 폭풍은 수 세기 동안 존재해왔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GRS의 나이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짧을 수 있으며, 언젠가는 사라질 운명일지도 모른다. *지구물리학 연구 서한(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된 이 연구는 GRS의 형성과 변화 과정을 재조명하며 새로운 단서를 제공한다.

목성에서 가장 상징적인 특징인 대적점(GRS)는 행성의 표면이 아닌 구름층에 형성된 거대한 날씨 시스템이다. 이는 고압 반사이클론으로, 중심을 기준으로 시속 450km로 기체가 회전한다. 이는 지구에서 관측된 가장 강력한 토네이도의 풍속과 비슷하다. GRS는 적색의 중심부와 이를 둘러싼 희미한 백색 가스 띠(‘할로’)로 이루어져 있다. 목성의 적도 남쪽에 위치하며, 이곳의 강력한 제트 기류는 폭풍이 같은 위도에서 머무르도록 한다. GRS의 나이는 오랜 논쟁거리였다. 1665년 이탈리아 천문학자 지오반니 카시니는 목성에서 어두운 타원을 발견했으며, 이는 1713년까지 간헐적으로 관측되었다. 그러나 이후로는 사라졌고, 현재의 GRS와 비슷한 폭풍은 1831년에야 다시 기록되었다. 이 폭풍은 1870년대에 들어서야 붉은색으로 묘사되기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19세기 초 GRS는 현재보다 훨씬 넓고 납작한 모양이었다. 초기 사진에서는 동서 방향으로 약 4만 km의 폭을 가진 타원으로 나타났으나, 이후 수십 년 동안 점차 크기가 줄고 형태도 원형에 가까워졌다. 최근 연구는 GRS의 기원이 1831년에 형성된 별도의 폭풍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목성 대기의 유체역학 모델을 사용해 과거 관측 자료와 비교하며 GRS의 변화 과정을 분석했다. 그 결과, 17세기에 관측된 폭풍은 현재의 GRS와 다른 독립적 구조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연구진은 여러 시나리오를 통해 GRS의 형성을 시뮬레이션했다. 일반적으로 작은 폭풍이 합쳐져 더 큰 구조를 형성할 수 있지만, 이는 GRS처럼 거대한 구조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했다. 대신, 연구는 ‘남열대 교란(south tropical disturbance)’이라는 현상을 주목했다. 이는 목성 대기의 특정 기류가 북쪽 또는 남쪽으로 확장되며 인접 기류를 방해해 거대한 소용돌이를 형성하는 현상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이러한 교란이 GRS의 크기와 형태를 설명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GRS는 최근 몇 년간 크기 축소가 가속화되고 있다.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알 수 없으나, 17세기의 ‘영구적인’ 폭풍이 결국 사라진 점을 고려하면 GRS 역시 언젠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먼 미래의 천문학자들은 GRS 없는 목성을 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목성의 역동성을 고려할 때, GRS가 사라지더라도 새로운 폭풍이 그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 목성의 변화무쌍한 대기는 항상 새로운 경이로움을 선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 GRS는 목성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상징일 뿐 아니라, 목성이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증명하는 자연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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