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또 하나의 달을 가지게 된다면?
지구가 또 하나의 달을 가지게 된다면?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최근 지구 궤도에 새로운 '미니 달'이 등장했다는 소식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버스 크기 정도의 소행성 2024 PT5는 이번 달 25일까지 지구 주위를 돌며 일시적으로 머무를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달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작은 존재로, 맨눈은 물론이고 일반적인 망원경으로도 관찰하기 어렵다. NASA 태양계 소천체 연구 책임자인 토마스 스태틀러는 “이 소행성을 미니 달이라 부르는 것조차 과장된 표현”이라며, 2024 PT5는 실제로 기존의 지구-달 시스템에 중력적으로 묶여 있지 않기 때문에 달로 간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행성 2024 PT5가 달로 불리려면 지구와 달의 중력 시스템에 완전히 묶여 여러 궤도를 돌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 소행성은 지구 근처를 지나가며 일시적으로 궤도에 들어섰을 뿐, 영구적인 위성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태양계에는 수백 개의 위성이 존재한다. 목성에는 95개, 토성에는 146개의 위성이 있으며, 심지어 왜소행성인 명왕성조차 5개의 위성을 거느리고 있다. 이에 비해 지구는 유일한 달과 함께 비교적 단순한 위성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2024 PT5와 같은 소행성들은 매년 약 1,000개가 지구에 가까이 접근하지만, 대부분 크기가 작고 궤도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지구가 또 다른 달을 얻게 된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기존의 달은 지구 주위를 한 달에 한 번씩 타원형 궤도로 돌며 조수 현상과 같은 자연 현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수는 해양 생태계와 바다 생물의 생식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인간 역시 해상 무역과 항해를 위해 조수 변화를 예측해야 한다. 하지만 2024 PT5는 약 한 달 동안만 지구 궤도를 맴돌 것으로 예상되며, 그 영향은 거의 미미하다. 스태틀러는 “우리의 달은 생명 유지에 있어 주요한 역할을 하지만, 2024 PT5와 같은 단기 방문객은 그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도, 지구가 크기가 비슷한 두 개의 달을 동시에 가졌던 적은 없었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조수의 패턴은 크게 바뀌고 천문학 및 달 형성의 역사에 대한 지식 또한 완전히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왜 2024 PT5가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을까? 이번 소행성 발견은 과학자들이 미니 달의 존재를 사전에 예측하고 이를 확인한 최초 사례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NASA의 행성 천문학자인 앤드류 리브킨은 “이번 사례는 우리가 소행성을 탐지하고 그 이동 경로를 예측하는 능력을 입증한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리브킨은 NASA의 소행성 방향 전환 실험(DART) 임무를 이끈 연구자다. DART는 인류가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할 수 있음을 최초로 증명한 프로젝트로, 행성 방어 기술 개발의 중요한 이정표로 꼽힌다.

다가오는 소행성 중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사례는 아포피스(Apophis)다. 이 거대한 소행성은 2029년 4월 지구를 스쳐 지나갈 예정이며, 거리가 달보다 10배 가까워 맨눈으로도 관찰할 수 있다. 아포피스가 지구 궤도에 갇힐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이번 접근은 새로운 세대의 천문학자들에게 중요한 관측 기회가 될 것이다. 리브킨은 “소행성은 단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우주의 하늘은 놀라움과 경이로움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이번 2024 PT5의 짧은 방문은 과학자들에게 소행성 연구와 탐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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