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별은 무엇일까? 아마 베텔기우스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베텔기우스는 폭발했을까? 다행히 아직은 아니다. 그러나 이 별의 이름이 왜 “베텔기우스(Betelgeuse)”일까 궁금해질 수 있다. 이 이름은 사실 아랍어 야드 알-조자(yad al-jawzā’)에서 비롯된 것으로, “오리온의 손”이라는 뜻이다. 오리온자리의 팔을 상징하는 이 별에 적합한 이름이라 할 수 있다.
현대 천문학에서 사용하는 많은 별 이름은 아랍어 기원을 갖고 있다. 고대 알렉산드리아의 천문학자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는 약 서기 150년경 그의 저서 대수학(Mathematical Treatise)에서 하늘의 별을 지도화했는데, 이 책이 아랍어로 번역되면서 별 이름도 아랍식으로 변형되었다. 이후 유럽 언어로 다시 번역되면서 원래의 아랍어 이름이 그대로 남은 경우가 많았다. 리겔(Rigel), 데네브(Deneb), 알데바란(Aldebaran) 같은 별 이름들이 그 예다. 이와 달리, 북극성(Polaris)처럼 별의 위치를 반영한 이름도 있고, 안타레스(Antares)처럼 붉은 색깔 때문에 “화성의 라이벌”이라는 별명이 붙은 경우도 있다. 또한, 베르나드 별(Barnard’s Star)이나 반마넨 별(van Maanen’s Star)처럼 관측자의 이름이 붙여진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명명 방식은 종종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밤하늘에는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만 해도 수천 개에 달하지만, 고유 이름을 가진 별은 1,000개도 채 되지 않는다. 이는 다행스러운 일일 수 있다. 은하계에는 수천억 개의 별이 있으니 모든 별에 이름을 붙이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별 이름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 현대적 명명 체계의 시작은 1603년 독일 천문학자 요한 바이어(Johann Bayer)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별의 밝기를 기준으로 그리스 알파벳과 별자리 이름의 소유격을 결합한 이름을 붙였다. 예를 들어, 오리온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은 알파 오리오니스(Alpha Orionis), 그다음은 베타 오리오니스(Beta Orionis)로 명명되었다. 그러나 이 체계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그리스 알파벳은 24자에 불과해 한정적이며, 별의 밝기가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어 명명 체계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후 18세기 영국 천문학자 존 플램스티드(John Flamsteed)는 숫자를 사용해 별의 위치를 기준으로 이름을 붙이는 체계를 제안했다. 그는 별자리의 서쪽 경계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며 별을 번호로 정리했다. 예를 들어, 1 오리오니스(1 Orionis)는 밝기와 상관없이 오리온자리 서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별이다. 그러나 당시 별자리 경계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아 이 체계도 완벽하지 않았다.
19세기 후반 독일 본(Bonn) 천문대의 본 더흐무스테룽(Bonner Durchmusterung) 목록과 20세기 초의 *헨리 드레이퍼 목록(Henry Draper Catalog)*은 별의 밝기, 스펙트럼 등 더 많은 정보를 포함하며 별 이름 체계에 기여했다. 이후 망원경 기술과 사진 장비가 발전하면서, 더욱 희미한 별들을 관측할 수 있게 되었고 데이터베이스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1990년대에는 미국 해군 천문대의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10억 개의 별을 포함하는 대규모 목록이 만들어졌다. 허블우주망원경은 별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가이드 스타 카탈로그(Guide Star Catalog)를 제작했으며, 현재 약 10억 개의 별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다. 가장 최신이자 포괄적인 데이터는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Gaia) 임무에서 비롯되었다. 가이아는 별의 밝기, 위치, 움직임, 색상을 정밀하게 측정하며, 최근 약 20억 개의 별 데이터를 포함하는 새로운 자료를 발표했다.
휴일 시즌이 다가오면서, 별 이름을 팔겠다는 광고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이는 전혀 인정되지 않는 상업적 행위일 뿐이다. 별 이름을 판매하는 회사들은 감정적 마케팅으로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실제로 천문학에서 이런 이름은 사용되지 않는다. “베텔기우스” 같은 별은 46개 이상의 명칭을 가지고 있으며, 천문학자들은 관측 목적에 따라 다른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데이터의 유연성을 제공하며, 별의 위치나 특성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결국, 이름이 무엇이든 별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찬란히 빛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