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별과 모래알,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우주의 별과 모래알, 어느 쪽이 더 많을까?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대중화한 유명한 말 중 하나는 "우주에 있는 별의 수가 지구 모든 해변의 모래알보다 많다"는 것이다. 이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규모를 강조하려는 말이다. 해변에 서서 눈앞에 보이는 모래만 생각해도 그 수는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이를 지구 전체로 확장한 뒤에도, 우주에 있는 별의 수가 더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이 질문은 처음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정을 필요로 하며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우선, 우리 은하계인 ‘은하수’(Milky Way)에 대해 알아보자. 은하수에는 약 2천억 개의 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은하 내부에서 관측하다 보니, 먼지와 가스에 가려져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어렵다. 보수적으로 2천억 개로 잡아보자. 그다음, 관측 가능한 우주에 있는 은하의 수를 곱해야 한다. 2016년 천문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주에는 약 2조 개의 은하가 있다. 이를 곱하면 우주 전체 별의 수를 알 수 있을까? 단순히 계산하면 2천억 × 2조 = 40,000경 개(4 × 10¹⁹)의 별이 나온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연구에서 은하로 분류된 기준은 태양질량의 100만 배 이상인 경우였다. 이는 은하수의 질량과 비교하면 무려 20만 배나 작은 규모다. 따라서 별의 수는 은하의 질량과 별의 크기를 고려해야 정확한 추정이 가능하다. 작은 은하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별이 있지만, 숫자로 보면 대형 은하보다 훨씬 많다. 또한 대부분의 별은 태양보다 작다. 태양과 비슷하거나 더 큰 별은 전체 별의 약 10%에 불과하다. 평균적으로 은하당 약 천만 개의 별이 있다고 가정하면, 우주의 총 별의 수는 대략 20,000경 개(2 × 10¹⁹)로 계산된다.

다음은 지구의 모래알을 계산해 보자. 가장 쉬운 방법은 모래의 부피를 측정한 뒤, 한 입방미터 안에 있는 모래알의 수를 곱하는 것이다. 모래알의 크기는 0.1mm에서 2mm까지 다양하다. 평균적으로 1mm 크기로 계산하면, 1입방미터에는 10억 개의 모래알이 있다. 이제 해변의 전체 부피를 추정해야 한다. 세계 해변의 길이는 약 250만 킬로미터에 달하며, 이 중 약 30%가 모래 해변으로 추정된다. 이는 약 75만 킬로미터의 모래 해변을 의미한다. 해변의 평균 폭이 50미터, 깊이가 10미터라고 가정하면, 전체 부피는 3750억 입방미터가 된다. 이를 계산하면, 3750경 개(3.75 × 10²⁰)의 모래알이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계산 결과, 모래알의 수는 별의 수보다 약 20배 많다. 이 말은 "별이 모래알보다 많다"는 세이건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의미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계산에 사용된 값들은 많은 가정을 바탕으로 하며, 작은 변수로도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래알의 평균 크기를 더 작게 잡으면 모래알의 수는 훨씬 늘어난다. 반대로, 은하당 별의 수를 높게 잡으면 별의 수가 증가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계산한 모래는 해변에 한정된 것이다. 지구의 사막, 해저에는 훨씬 더 많은 모래가 있다. 사하라 사막만 해도 모든 해변의 모래보다 수백 배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계산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거대한 숫자가 우리의 직관을 쉽게 벗어난다는 사실이다. 천문학자들이 수많은 별을 헤아리는 것처럼, 물리학자들은 지구상의 모래를 추정하며 우리의 이해를 확장해 간다. 결국 이 모든 계산은 우주와 자연의 광대함을 이해하려는 시도의 일부일 뿐이다. "모래알보다 많은 별"이라는 표현은 과학적 정확성을 넘어서,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는 데 그 진정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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