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을 관찰하는 법, 가장 어두운 천체를 보다
블랙홀을 관찰하는 법, 가장 어두운 천체를 보다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상상해 보라. 중력으로 인해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곳, 끝없이 깊은 검은 구멍과도 같은 공간을.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블랙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블랙홀은 대중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천문학적 현상 중 하나다. 천문학 강연에서 블랙홀에 대한 질문은 강연 주제와 상관없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블랙홀에 매료되는 이유는 단순히 그것이 우주의 가장 무서운 '괴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블랙홀은 오랫동안 단순한 가설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1960년대에 이르러 천체물리학자들이 처음으로 블랙홀의 직접적인 증거를 발견하며 그 실체를 확인했다. 그런데 본질적으로 보이지 않는 블랙홀을 어떻게 찾을 수 있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블랙홀의 ‘보이지 않는’ 특성인 강력한 중력이 그 존재를 드러냈다.

1964년, 두 대의 소형 로켓이 하늘을 관측하며 강력한 엑스레이를 방출하는 천체를 발견했다. 이 천체는 백조자리(Cygnus)에서 발견된 첫 번째 엑스레이 원천이라는 이유로 백조자리 X-1(Cygnus X-1)이라 명명되었다. 추가 관측 결과, 이 위치에는 지구에서 약 7,000광년 떨어진 밝은 별이 발견됐다. 그러나 이 별은 감지된 강력한 엑스레이를 방출할 능력이 없었다. 이 방사선은 다른 무언가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무언가는 바로 블랙홀로 결론지어졌다. 별 근처를 공전하는 블랙홀이 별의 물질을 끌어들이면, 이 물질은 블랙홀로 떨어지기 전 ‘강착 원반’이라는 납작한 원반을 형성한다. 원반의 물질은 회전하면서 엄청난 마찰열을 발생시키고, 이로 인해 수백만 도에 이르는 온도로 가열된다. 이 뜨거운 물질은 강렬한 빛을 방출하는데,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이 빛은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바깥에서 방출된 것이다. 이 방출 빛은 엑스레이도 포함하며, 이는 블랙홀 존재를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로 간주된다.

같은 시기, 천문학자들은 백조자리 X-1과는 다른, 훨씬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매우 밝은 천체들을 발견했다. 이 천체들은 처음에는 별로 오인되었으나, 사실은 엄청난 질량을 가진 초대질량 블랙홀에 의해 생성된 ‘퀘이사’로 밝혀졌다. 퀘이사는 블랙홀 주변의 물질이 강착 원반을 이루며 방출하는 엄청난 에너지로 인해 빛나며, 수십억 광년 떨어진 거리에서도 관측될 정도로 밝다. 우리 은하수 중심에는 약 400만 태양질량의 초대질량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궁수자리 A*(Sagittarius A*)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은하 중심에는 이와 같은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며, 은하 형성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블랙홀은 더 은밀하게 존재를 드러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블랙홀은 동반성을 흡수하지 않고 더 넓은 궤도를 따라 공전한다. 이 경우, 동반성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측정하면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유럽우주국의 가이아(Gaia) 우주망원경 덕분에 지구로부터 약 2,000광년 떨어진 블랙홀이 최근 발견되기도 했다. 또한,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 렌즈 효과를 통해 블랙홀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강력한 중력장은 빛의 경로를 굽게 만들어 배경 은하의 빛을 왜곡시키는데, 이를 통해 블랙홀의 질량과 위치를 측정할 수 있다.

블랙홀은 초기 우주 형성과 은하 진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초대질량 블랙홀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성장했는지, 블랙홀이 소멸할 수 있는지 등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 블랙홀은 그 존재를 감추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블랙홀을 발견하고 있다. 이러한 발견을 통해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열쇠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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