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암석의 빛을 포착하다, 소행성
우주 암석의 빛을 포착하다, 소행성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나사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빅뱅 직후 형성된 은하를 관측하고, 먼 외계 행성을 연구하며, 우리 태양계의 행성과 위성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수행하는 등 다양한 능력을 가진 놀라운 장비다. 최근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JWST는 이외에도 작은 우주 암석을 탐지하는 데 있어서도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중 일부는 길이가 수십 피트에 불과한 소행성들로, 이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주요 소행성대에서 발견된 가장 작은 크기이다.

JWST는 원래 미지의 소행성을 탐지하도록 설계된 장비가 아니다. 주로 지구에서 매우 먼 천체를 세밀히 관찰하는 데 사용되며, 우주학자들에게는 일종의 '저격수의 망원경' 같은 역할을 한다. 연구 공동 저자인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행성 과학자 아르템 부르다노프는 "대부분의 외계 행성 연구자들은 소행성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우주 암석은 외계 은하와 행성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방해 요소로 여겨지곤 한다. 천문학자들은 1800년대 사진 관측 기술이 도입된 이후 이러한 소행성을 "하늘의 해충"이라 부르며 연구 자료에 끼어드는 것을 불편해해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이러한 '해충' 같은 소행성을 탐지하는 데 JWST가 얼마나 유용한지 보여주었다.

행성 방어 차원에서 중요한 소행성은 태양을 공전하는 궤도가 지구 궤도에서 약 2800만 마일 이내로 들어오는 근지구 소행성들이다. 이 중 길이가 140미터 이상인 소행성은 큰 도시를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이며, 더 작은 소행성도 도시에 핵폭발과 유사한 공중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문제는 소행성이 작을수록 탐지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소행성 탐지 관측소는 소행성에 반사된 태양빛을 기반으로 탐지한다. 하지만 밝은 표면을 가진 작은 소행성은 어두운 표면을 가진 큰 소행성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어 가시광선만으로는 소행성의 크기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와 달리 적외선 망원경은 소행성의 열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적외선 관측은 소행성의 표면 반사율과 상관없이 크기를 판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JWST는 적외선 관측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구진은 이를 소행성 탐지에 활용할 수 있을지 실험해보기로 했다. 연구진은 '시프트 앤 스택' 기법을 활용했다. 이는 1990년대 처음 개발된 기법으로, 망원경으로 동일한 하늘 영역을 촬영한 여러 이미지에서 소행성을 추적하는 방법이다. 소행성이 여러 이미지에서 이동하며 나타나는 희미한 빛의 원천이라면, 이를 추적하여 이미지를 겹쳐 밝기를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소행성을 식별할 수 있다.

연구진은 먼저 지상 기반 관측소 두 곳에서 이 방법을 시험해 수백 개의 작은 천체를 탐지했다. 이후, 40광년 떨어진 외계 행성계인 트라피스트-1을 대상으로 한 JWST의 1만 개의 기존 이미지를 분석해 주요 소행성대 내에서 길이가 600미터에서 수십 미터에 이르는 새로운 소행성 138개를 발견했다. 이들 소행성은 안정된 궤도에 있어 위협이 되지는 않지만, 이번 연구는 JWST가 기존 관측 중에도 기회를 활용해 작고 위험한 소행성을 탐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필요할 경우, JWST는 다른 관측소와 협력해 이러한 소행성들의 궤도를 추적하고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NASA는 향후 10년 안에 근지구 소행성 탐지를 전담하는 '근지구 천체 관측소'(NEO Surveyor)를 발사할 계획이다. 이는 적외선 탐지 장치를 갖춘 전담 소행성 탐지기로, JWST와 함께 소행성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JWST는 근지구 소행성 탐지 임무를 대체하거나 기존 관측소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JWST는 위험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조기에 발견하고 크기나 구성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방어 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JWST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도 탁월한 도구임을 입증했다. 지구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방어하는 데 있어, 이러한 도구 하나하나가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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