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모양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다
우주의 모양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다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약 2,500년 전 인류는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평평한 지구’라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반면, 우주의 모양은 지구만큼 명확하지 않다. 이전 연구들은 우주가 구체 표면이나 평면과 같은 단순한 형태를 지니고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관점이 틀릴 수도 있다. 우주의 형태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구는 멀리서 보면 평평해 보인다. 이는 지구의 반지름이 너무 커서 표면의 곡률이 거의 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은 간단히 증명할 수 있다. 직선으로 계속 걸어간다면 언젠가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게 된다. 우주학자들은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우주의 형태를 밝히려 한다. 직접 우주선을 보내 전체를 탐험하는 대신, 밤하늘을 관찰하며 초기 우주의 빛인 ‘우주 배경 복사’에서 단서를 찾는다. 이 복사는 빅뱅 이후 약 30만 년 뒤에 생성된 것으로, 우주가 충분히 냉각되어 빛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된 시기에 만들어졌다. 우주 배경 복사는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유사한 패턴으로 관측된다. 이는 우주가 일정한 곡률을 가지거나 완전히 평평하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우주가 일정한 곡률을 가지거나 평평하다는 개념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를 돕기 위해 2차원 예시를 활용할 수 있다. 우주는 평평한 종이처럼 평평하거나(곡률 없음), 구체 표면처럼 양의 곡률을 가지거나, 안장형 곡면처럼 음의 곡률을 가질 수 있다. 세 경우 모두 곡률이 일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는 우주의 전체적인 모양을 밝히는 데 충분하지 않다. 예를 들어, 우주가 일정한 곡률을 가지고 있더라도 내부에 구멍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를 구분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학적 도구가 바로 ‘위상수학’이다. 위상수학자들은 도형을 구멍의 개수 등으로 분류하여 형태의 목록을 만든다. 우주학자들은 이러한 목록에서 우주의 형태를 찾아내려 한다.

현재 관측 결과에 따르면 우주는 곡률이 없는 평평한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렇다면, 수학적으로 증명된 바에 따라 우주의 형태는 18가지 범주 중 하나에 속할 것이다. 이 중 하나가 종이와 같은 3차원 평면에 해당한다. 또 다른 가능성은 도넛 모양의 토러스 형태다. 도넛은 곡면처럼 보이지만, 사실 평평한 종이를 적절히 구부려 만들 수 있어 평평한 구조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종이의 양쪽 긴 면을 붙여 튜브를 만들고, 튜브의 양 끝을 연결하면 도넛 형태가 된다. 이를 3차원으로 확장하면 직육면체의 각 면을 연결해 3차원 토러스를 만들 수 있다.

우주가 토러스 형태라면 몇 가지 관측 가능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예를 들어, 손전등을 하늘로 비추면 이 빛은 언젠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다. 이는 도넛 모양의 평면에서 곤충이 이동하다가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관측으로는 우주에 이러한 ‘루프’가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루프가 없다는 사실이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우주가 너무 커서 빛이 아직 루프를 따라 돌아오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경우, 수십억 년 뒤의 하늘에서는 우주의 복수 이미지가 관측될지도 모른다.

2022년 시작된 COMPACT 연구팀은 우주의 배경 복사 데이터를 다양한 위상수학적 형태와 비교하며 새로운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가 일부 형태를 간과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주의 루프가 이전보다 훨씬 짧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특히, 토러스의 변형된 형태에서는 우주가 스스로의 복제본을 포함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되었다. 이러한 발견은 우주의 형태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을 넘어 우주의 기원을 탐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우주의 형태를 이해한다면 빅뱅 직후의 복잡한 양자 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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