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만약 과학자들이 외계 생명체의 증거를 발견한다면, 이를 세상에 어떻게 알릴까? 발견에 대한 확신은 얼마나 높을 것이며, 대중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공포와 존재론적 고민, 거리에서의 축제, 혹은 단순한 무관심으로 반응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반응은 발표 방식에 얼마나 좌우될까? 지난 2월과 3월, 나사(NASA) 천체생물학 프로그램이 주관한 워크숍에서 이 질문들이 심도 깊게 논의되었다. 과학자, 언론인, 과학 커뮤니케이터, 윤리학자,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외계 생명체 증거 발견 가능성과 이를 대중에게 어떻게 전달할지를 토론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천체생물학자이자 예술가인 잭 매든은 "우리는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이런 다학문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워크숍은 지식의 격차를 메우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과거 외계 생명체 관련 소식이 전해졌던 사례를 되짚어 보며, 그 교훈을 미래의 가능성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1996년 발표된 ‘앨런 힐스 운석’(ALH84001) 사건이었다. 이 화성에서 온 운석은 남극에서 발견되었으며, 당시 연구진은 전자현미경 분석을 통해 이 운석에 지구 박테리아와 유사한 미세 화석 구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발표는 큰 반향을 일으켰고,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공식 연설을 통해 "만약 이 발견이 확인된다면 과학 역사상 가장 놀라운 통찰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후 과학계에서는 이 결과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고, 현재로서는 단순한 지질학적, 화학적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시 발표에 신중함을 기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이를 과도한 홍보 사례로 보고 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재즈 핸드"(공식 발표에서의 과도한 흥미 유발 표현)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이와 같은 과잉 홍보가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과학자들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과 같은 최첨단 장비를 활용해 외계 행성 대기의 생명체 신호를 탐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데이터는 운석처럼 물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스펙트럼 데이터에 불과하다. 이러한 신호가 생명체로 인해 생성된 것인지, 아니면 지질학적 특이 현상인지를 증명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워싱턴 대학교의 천체생물학자 빅토리아 미도스는 "생명체 발견은 점진적인 과정일 것"이라며 "확실한 증거가 없더라도 강력한 신호만으로도 연구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중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할 수 있다. 과학자와 언론이 종종 과학을 ‘확정된 결과’로 묘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외계 생명체 발견 가능성과 관련해 대중에게 전달할 정보를 더욱 투명하고 신속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연구의 불확실성을 솔직히 드러내고, 논쟁과 확인 과정을 포함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참가자들은 발견 발표 시 신뢰도를 나타낼 수 있는 "증거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발견이 얼마나 확실한지를 나타내는 척도로, 초기 불확실성을 설명하고 추가 증거가 발견될 때 이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크숍에서는 대중의 반응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현실도 논의되었다. 예를 들어, 화성 샘플 반환 임무가 진행 중이며, 여기서 가져온 샘플이 미생물의 흔적을 포함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샘플을 다룰 시설이 에볼라 바이러스를 다루는 고위험 실험실 수준으로 설계되었다는 사실이 대중에게는 불필요한 공포를 유발할 수도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는 과거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불확실한 연구 결과들이 대중의 인식을 왜곡한 결과이다.
결국, 워크숍 참가자들은 과거 사례를 통해 외계 생명체 발견과 관련된 대중 소통이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요크 대학교의 천체생물학자 사라 루그하이머는 "우리는 흥미로운 발견이 있을 때마다 과도한 기대를 하게 되지만, 이런 과정이 과학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견이 잘못 전달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결국 외계 생명체 발견 소식이 대중에게 전달되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