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2024년 여름, 전 세계인들은 캐나다 앨버타 주 재스퍼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도시의 3분의 1과 재스퍼 국립공원 주변 약 150평방마일을 잿더미로 만든 장면을 충격적으로 지켜보았다. 지금은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거주하고 있지만, 이 재난은 개인적으로도 깊은 슬픔을 안겨주었다. 지난 7월 말 두 건의 산불이 재스퍼에서 겹치면서 높이 300피트에 달하는 불길이 타오르고, 타버린 소나무 열매와 잉걸불이 불길보다 앞서 날아가 불길을 확산시켰다. 일부 지역에서는 번개와 돌풍을 동반하며 화재를 더 가속화하는 지옥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재스퍼 지역 주민 약 2만 5,000명이 화재 직전 대피했고, 한 명의 소방관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 사업은 살아남았지만, 연기로 인해 망원경과 장비가 손상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재스퍼 국립공원의 화재로 인한 보험 청구 손실액은 10억 캐나다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화재는 단순한 재난 이상의 심각한 메시지를 던졌다. 최근 몇 년간 산불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서, 산불이 천문학 관측에 있어 빛 공해보다 더 큰 위협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주의 장관을 감상할 기회가 불길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애리조나주 소노란 사막에 위치한 키트 피크 국립 천문대의 기숙사 건물에서 불과 3피트 떨어진 곳에는 번개로 타버린 검게 그을린 떡갈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이 나무는 2022년 6월 번개로 발생한 화재가 천문대의 주요 연구 망원경 중 일부를 불과 몇십 피트 앞까지 위협했던 당시의 위험을 상기시킨다. 이번 여름 재스퍼 화재가 발생한 지 며칠 후, 또 다른 산불이 키트 피크 인근에서 발생하면서 대피 준비가 진행되었고,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망원경을 덮을 방수포가 준비되었다.
산불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호주의 마운트 스트롬로 천문대에서는 주요 망원경이 화재로 파괴된 바 있다. 2020년에는 캘리포니아의 시에라 원격 천문대가 화재로 인해 망원경에 재와 잔해가 뒤덮이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천문학 관측소는 자연 속 고립된 장소에 위치한 만큼 화재 위험이 높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선명하고 접근 가능한 우주의 경관을 제공하는 장소들이 기후 변화로 인해 점점 더 위협받고 있다. 화재가 천문대 자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지 않더라도, 연기는 천문학 연구와 대중 참여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2022년 재스퍼 스카이트램 정상에서 천문대 직원들과 함께 별 관측 행사를 진행하던 중, 불길이 재스퍼 호수 인근에서 15마일 떨어진 곳까지 번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화재가 도시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연기가 천문대의 하늘을 가려 몇 주 동안 관측 활동에 차질을 빚었다. 기상학자인 앨런 라힐은 "이번 세기 후반에는 3월부터 12월까지 맑은 하늘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별을 볼 수 있는 밤이 점점 드물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행히 희망은 있다. 천문학 연구소와 아마추어 천문 단체들은 산불과 그 영향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키트 피크는 번개 감지 장비를 설치해 초기 경보 시스템을 강화하고, 소방관, 환경보호가, 목장주와 협력해 마스터 플랜을 마련했다. 플래그스태프의 로웰 천문대는 사전 소각과 방화선을 통해 시설 보호에 힘쓰고 있으며, 로스앤젤레스의 그리피스 천문대는 화재 방지 시스템과 건축 자재를 업그레이드했다. 이번 여름 화재 이후 다시 문을 연 재스퍼 플라네타리움은 전파망원경을 도입해 연기를 뚫고 먼 은하를 관측할 수 있는 실시간 전파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기후 변화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면 훨씬 더 대규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캐나다의 저명한 과학자이자 천문학 애호가인 밥 맥도널드는 “기후 변화는 미래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의 문제”라며, 기후 변화의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 에너지, 탄소 포집, 에너지 저장 등의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문대가 산불로 파괴되거나 천문학 연구가 연기로 중단될 때, 많은 사람들이 행동에 나설까? 필자는 희망하지만, 늦기 전에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