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발로 X선 발사, 지구를 구할 비장의 카드 될까
핵폭발로 X선 발사, 지구를 구할 비장의 카드 될까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핵폭발로 방출되는 X선이 지구로 향하는 소행성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핵폭발이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할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탐구한 최초의 실험으로, 과학자들에게 지구 방어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샌디아 국립연구소의 네이선 무어 연구진은 소행성 근처에서 핵폭발이 발생했을 때의 영향을 시뮬레이션하는 실험을 설계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9월 23일 자로 발표됐다. 이 연구를 검토한 존스홉킨스대학 응용물리연구소의 돈 그래니거 박사는 "이번 연구는 X선의 효과에 대한 실질적인 실험 증거를 제공한 매우 인상적인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실험에서 연구진은 샌디아 국립연구소의 Z 머신을 사용했다. 이 장치는 강력한 자기장을 활용해 높은 온도와 X선을 생성하는 데 특화된 설비다. 연구팀은 두 개의 커피콩 크기의 모형 소행성을 준비하고, 이를 대상으로 X선을 발사해 충격 효과를 관찰했다. 모형 소행성은 각각 석영과 실리카로 제작돼 태양계 소행성의 다양한 조성을 반영했다. X선이 표면을 증발시키며 발생한 가스 팽창이 소행성의 운동을 유도했으며, 이를 통해 표면 가속도를 측정한 결과 석영과 실리카 샘플은 각각 초당 69.5미터와 70.3미터의 가속도를 기록했다.

무어 박사는 "이번 실험 결과는 X선 기술이 직경 4킬로미터 정도의 대형 소행성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NASA가 2022년 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미션에서 우주선을 충돌시키는 방법으로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보는 데 성공했지만, 대형 소행성이나 경고 시간이 짧은 경우에는 충분한 에너지가 부족할 수 있다. 이에 X선 기술은 기존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메리 버키 박사는 이번 연구를 "소행성의 핵 방어 효과를 지구에서 시뮬레이션하려는 시도의 대규모 성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현재 소행성과 유사한 성분을 가진 운석 샘플을 활용해 실험을 진행하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어, 행성 방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어 박사는 X선 편향 기술의 효과를 더욱 정밀하게 평가하기 위한 추가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DART 미션과 유사한 방식으로 실제 소행성을 대상으로 한 우주 실험을 진행할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그는 "실질적인 제약은 없으며, 다만 이를 실행할 의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소행성 충돌 가능성은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번 연구는 핵기술이 단순한 파괴 수단이 아닌 지구 방어의 중요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향후 이러한 기술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 지구를 보호하는 핵심 카드로 사용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