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우주는 둥근 물체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둥근 물체는 무엇일까? 이 질문은 단순히 재미있는 상상이 아니라, 우주의 비밀을 탐구하는 흥미로운 여정을 열어준다. 우주의 물체들은 크기가 커질수록 중력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중력은 특정 크기에 도달한 물체의 불규칙한 돌출부를 끌어당기며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구형에 가까워지도록 한다. 이 과정은 지구에서도 마찬가지다. 너무 높은 산은 결국 붕괴되고, 해변에서 모래를 아무리 쌓아 올려도 일정 높이를 넘기면 무너진다. 이런 중력의 영향으로 지름이 약 400킬로미터 이상인 천체는 대부분 둥글게 형성된다. 이는 소행성, 위성, 행성, 그리고 별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우주 물체에 적용된다. 그렇다면 이들 중 가장 완벽한 구형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그 답은 우리가 매일 바라보는 태양이다.
태양은 크기와 중력 모두에서 독보적이다. 지름 약 140만 킬로미터로, 지구 100개를 나란히 놓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동시에 중력이 매우 강해 태양 표면에 서면 몸무게가 지구에서의 28배가 된다. 하지만 태양은 천천히 자전하기 때문에 원심력이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 이 덕분에 태양은 우주에서 가장 둥근 물체로 평가받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태양 관측 위성인 솔라 다이내믹스 천문대(Solar Dynamics Observatory)가 태양의 구형도를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 태양의 극과 적도 간의 편평도 차이는 불과 0.0008%에 불과했다. 이는 태양이 99.9992% 완벽한 구형임을 의미한다.
모든 천체가 둥글지는 않다. 회전 속도가 빠른 천체는 원심력 때문에 적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밝은 별 알타이르는 자전 속도가 매우 빨라 적도 지름이 극 지름보다 20%나 더 넓다. 그러나 태양은 약 한 달에 한 번 자전하며, 이 느린 회전 덕분에 거의 완벽한 구형을 유지한다. 태양 외에도 둥글게 평가받는 천체로는 금성이 있다. 금성은 자전 속도가 매우 느려 적도와 극의 지름 차이가 측정 오차 범위 내에서 동일하다. 그러나 금성의 표면은 여러 킬로미터의 높낮이 변화를 가지고 있어, 실제로는 태양만큼 완벽하지 않다. 한편, 중력이 극도로 강한 중성자별은 이론적으로 태양보다 더 둥글 수 있다. 중성자별은 초신성 폭발 후 형성된 밀도가 극도로 높은 천체로, 크기는 불과 20킬로미터 정도지만 중력이 엄청나게 강해 거의 완벽한 구형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다.
천체의 모양을 연구하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끝나지 않는다. 천체 내부 구조를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양을 통해 내부 물질의 분포와 압력, 온도 등을 추정할 수 있다. 태양이나 행성과 같은 천체의 구형도를 정확히 측정하면, 그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우주의 질문은 때로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지만, 답을 찾는 과정은 우리가 우주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양의 둥근 모양은 단순한 관찰 이상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렇듯 질문에서 시작된 탐구가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