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숨어 있는 ‘시한폭탄’, 80년 주기로 깜짝 폭발 예고한 별
하늘에 숨어 있는 ‘시한폭탄’, 80년 주기로 깜짝 폭발 예고한 별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우주는 마치 시계 같다. 수많은 천체와 현상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며, 그 궤적과 변화를 관측하고 계산할 수 있다. 우리가 쓰는 달력과 시계도 결국 지구의 자전과 태양 주위를 도는 공전 주기에 기반한다. 그런데 어떤 별들은 마치 자신만의 달력을 따르는 것처럼, 때로는 ‘지각’하듯 예측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T Coronae Borealis(이하 T Cor Bor)’다. 이 별은 약 80년 주기로 급격히 밝아지는 ‘재발신성(recurrent nova)’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는 맨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둡다가도 어느 순간 하늘에서 가장 밝은 200개 별 가운데 하나로 순식간에 치솟는다. 역사를 살펴보면 1946년에 이 별이 폭발적으로 밝아졌는데, 그렇다면 계산상으론 2026년 정도가 다음 폭발 시기로 예측된다. 하지만 작년부터 별이 심상치 않은 징후를 보이자 많은 천문학자가 그 시점을 앞당겼다. 그러나 아직까지 별다른 폭발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경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1년 뒤일 수도 있고, 오늘 밤 갑자기 빛날 수도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결론이다.

T Cor Bor는 사실 한 개의 별이 아니라 서로를 공전하는 ‘쌍성’이다. 그중 하나는 태양보다 조금 더 무거우면서 생의 말기에 접어든 붉은거성으로, 핵심부의 복잡한 반응 때문에 겉이 부풀어 오르며 밝기는 강해진다. 반면 바깥층은 식어 붉은빛을 띤다. 붉은거성의 크기는 태양의 75배에 달한다고 추정되는데, 지름이 1억 km를 훌쩍 넘을 만큼 거대하다. 만약 태양 대신 이 별을 태양계 중심에 놓으면 거의 금성 궤도까지 이를 정도다. 다른 한 별은 이미 수명을 다해 ‘백색왜성(white dwarf)’이 되었다. 태양처럼 시작했으나 붉은거성 단계를 거치면서 외피를 대부분 내보내고, 지구 크기에 태양 이상의 질량이 압축된 초고밀도 상태가 됐다. 이 백색왜성은 훨씬 작고 어둡지만, 밀도가 대단히 높아 중력이 엄청나다.

이 두 별은 서로 매우 가깝게 돌고 있어서, 붉은거성에서 흘러나온 가스가 백색왜성에게 빨려 들어간다. 이처럼 공생하듯 물질을 공유하는 쌍성을 ‘공생쌍성(symbiotic binary)’이라 부른다. 다만 쏟아지는 물질이 바로 백색왜성 표면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쌍성이 서로 공전하기 때문에 물질은 궤도상의 각운동량을 가지고 있고, 빨려 들어가면서도 회전 속도가 더 빨라진다. 마치 욕조 물이 배수구로 빨려 내려가면서 소용돌이치는 것과 같다. 이 과정에서 ‘강착원반(accretion disk)’이 생기고, 그 안쪽 가장자리에서 수소가 주로 백색왜성으로 떨어져 쌓이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작은 양이라도(태양 질량의 몇십억분의 1 정도라고 해도, 연으로 따지면 달 질량의 7분의 1가량 된다) 백색왜성 표면에 계속 축적된다는 점이다. 백색왜성의 중력은 지구의 10만 배에 달해, 소량의 물질이라도 극도로 압축돼 엄청나게 뜨거워진다. 그러다临계점에 다다르면 수소가 갑자기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며 ‘열핵 폭발’을 일으킨다. 이는 핵폭탄 수조 트럭분에 달하는 폭발로 별 바깥으로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때 두 별이 합쳐 낼 수 있는 밝기의 수천 배가 넘는 빛이 단번에 쏟아져 나온다. 이미 붉은거성만으로도 태양보다 몇백 배나 밝은데, 순간적인 폭발은 그 1,000배 이상의 빛을 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에서 보면 평소 어둡던 별이 갑자기 하늘에 ‘새별’처럼 나타나는 ‘신성(新星, nova)’ 현상이 포착된다. 게다가 폭발이 멎으면 백색왜성은 다시 물질을 빨아들여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그래서 T Cor Bor는 ‘재발신성’으로 불린다. 역사적으로는 1866년과 1946년에 폭발 기록이 확실하며, 1217년과 1787년에도 이 별이 있는 곳에서 갑자기 환한 별이 보였다는 보고가 전해진다.

하지만 이 별은 천문학자들을 애먹일 만큼 예측 불가능한 구석이 있다. 1938년에 이미 밝기가 올라가 ‘흥분 상태(excited state)’로 보이더니 8년 뒤인 1946년에 폭발했다. 2015년에도 비슷한 패턴을 보여 2023년 폭발설에 힘이 실렸고, 실제로 폭발 1년 전에는 붉은거성의 밝기가 살짝 떨어지는 징후가 있었는데 작년에도 그런 ‘밝기 하락’이 감지됐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2024년 초나 늦어도 9월께 터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이제는 10월이 훌쩍 지났고, 아직 별다른 폭발 흔적은 없다. 그렇다고 섣불리 오판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폭발은 통계적으로 접근하기에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연말 전에 일어날 가능성도 있고, 내년 초가 될 수도 있다. 확실한 건 가까운 시일 안에 발생할 거라는 것이다. 만약 이번에 폭발이 일어나면 천문학자들은 지상과 우주의 망원경을 총동원해 T Cor Bor를 추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왜 이 별이 폭발 전 밝기가 들쭉날쭉한지, 그 이유를 더 깊이 파헤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에 T Cor Bor가 실제로 폭발하면 어느 정도 밝아질까. 평소에는 10등급 정도로 맨눈으로는 거의 볼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폭발 시에는 약 2등급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북두칠성의 별들과 비슷한 밝기다. 도시의 불빛이 어느 정도 있더라도 쉽게 눈에 띌 정도라는 의미다. 이 별을 직접 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T Cor Bor는 ‘북쪽왕관자리(Corona Borealis)’에 자리 잡고 있다. 북반구에선 쉽게 관측 가능하며, 현재(약 10월 무렵) 서쪽 하늘로 해가 진 뒤 어둑해지면 붉게 빛나는 아크투루스 별이 지평선 근처에 떠오른다. 그 위 약 20도쯤 되는 곳에 활 모양으로 이어진 별들이 보이는데, 바로 북쪽왕관자리다. T Cor Bor는 그 별무리 곡선을 살짝 벗어난 위치에 있다. 실제 폭발이 일어나면 북쪽왕관자리 다른 별들보다 훨씬 밝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 11월 이후에는 밤 시간대에 해당 별자리가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므로, 새벽 4시쯤에 북동쪽 하늘을 살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해 뜨기 전에 조금씩 더 높이 떠오르므로 관측하기는 점점 편해진다.

최근 일부 매체에서는 이 별이 폭발하면 엄청난 불덩어리가 밤하늘을 지배할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금성처럼 압도적인 밝기가 아니라, ‘꽤 밝은 별 하나가 생긴 것 같다’ 정도로 느껴질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현상은 매우 가치 있다. 우리 은하에서 확인된 재발신성 자체가 매우 드물며, 그중에서도 맨눈으로 볼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더더욱 희소하다. 무엇보다도 T Cor Bor는 죽어가는 별과 이미 죽은 별이 함께 춤추듯 물질을 주고받으며 거대한 폭발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무대다. 이 과정을 알고 바라본다면 밤하늘에서 만나는 빛이 더욱 경이롭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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