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명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우주 어딘가에도 생명이 있을까?
지구 생명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우주 어딘가에도 생명이 있을까?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과학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지구 생명은 어떻게 시작됐나?”와 “지구 밖 생명체가 존재할까?”라는 물음이다. 그러나 수많은 연구와 이론에도 불구하고 이 핵심 주제들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오해와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 지구 바깥의 생명 가능성을 추정해보기 전에,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정작 지구에서 생명 그 자체가 어떻게 등장했는지에 관한 정확한 이해다.

지구 초기 생명이 “원시 수프(primordial soup)”에서 탄생했다는 얘기는 1952년 화학자 스탠리 밀러와 해럴드 유리가 수행한 유명한 실험으로 대중화됐다. 이들은 단순한 기체 혼합물을 전기 스파크에 노출해 아미노산과 유사한 분자를 합성해내는 데 성공했다. 당시에는 이 성과가 지구 초기 조건을 재현해 생명의 기본 물질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연구를 보면, 이 전기 스파크로 실제 생성된 것은 극히 미량의 분자들을 포함해 수천 가지 화학물질이 뒤섞인 복잡한 혼합물이었으며, 생명체에 필수적인 RNA나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합성에는 소수 핵심 물질이 고농도로 집약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과학 잡지 등에서 종종 소개되는 또 다른 설은, 저온 심해 열수분출공에서 생명체가 처음 형성됐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러한 열수구에서는 알칼리성 물이 더 산성인 주변 바닷물과 섞이며 에너지가 생기고, 이 에너지를 이용하는 다채로운 생물들이 몰려 있다. 다만 이러한 현 생물들의 서식이 곧 생명의 기원지임을 뜻하진 않는다. RNA(핵산), 단백질(아미노산), 세포막(지질)과 같은 필수 요소가 심해 분출공 환경에서 자연적으로 합성되었다는 직접적 증거는 없다.

또, 생명 탄생에 중요하다고 알려진 화학반응은 대체로 고농도의 시작 물질이 필요하기 때문에 광활한 바다 깊은 곳에서 달성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젊은 태양이 내뿜던 자외선 같은 에너지원도 심해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생명체를 구성하는 여러 화학적 단계가 각기 다른 장소와 시점에서 일어나야 했고, 이들이 특정 순서로 모였을 때 비로소 생명이 탄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용암 활동이나 건조-습윤, 동결-해동처럼 다양한 지질·기후 상황이 순환적으로 일어나는 지표의 작은 호수나 연못에서 더욱 실현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가 ‘생명’으로 넘칠 것 같지만…

우주 생명체에 대한 오해(혹은 미해결 과제)도 있다. 지난 수십 년 사이 발견된 외계 행성 자료를 보면, 우리 은하수 내에도 수없이 많은 지구형 행성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부각됐다. 이른바 ‘골디락스 존(항성으로부터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아 액체 상태의 물이 유지되는 거리)’에 속하는 행성들이 무수히 많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지구 밖에도 생명이 ‘당연히’ 존재하리라는 낙관론이 퍼졌다. 하지만 이는 아직은 성급한 결론이다. 지구 밖 생명이 실제로 관측된 적이 없는 상태에서, 해당 조건이 충족된다고 해서 생명이 필연적으로 출현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최근 생명 기원 연구 결과만 놓고 봐도, 특정 지질-화학 시나리오들이 정해진 순서대로 연결돼야 생명 구성 분자가 한꺼번에 생성된다고 보고 있다.

지구의 예를 살펴보면, RNA 뉴클레오타이드를 만드는 데 핵심인 ‘페로시아나이드(ferrocyanide)’ 같은 물질들이 꼭 필요했는데, 이 화합물들이 불안정해 특정 지역에 축적되었다가 유지되기까지는 여러 우연이 맞아떨어져야 했다. 다행히 초기 지구 대기와 지각 조건을 고려하면, 철과 시아나이드의 결합으로 페로시아나이드 염이 생길 수 있었지만, 이 역시 쉽게 씻겨 나가거나 파괴됐을 가능성도 크다. 또한 이 물질 외에도 다양한 분자가 올바른 순서로 제때 공급돼야 비로소 단백질과 지질 등 생명분자의 합성이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우리는 이런 복잡한 화학 단계가 실제로 일어날 확률을 가늠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지구 생명의 탄생이 필연이었는지, 아니면 기적에 가까운 ‘케미컬 우연’이었는지는 미지수다. 결국 우주의 다른 행성에서도 생명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유일한 확실한 방법은, 직접 우주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는 강력한 관측과 탐사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렇듯 지구 생명의 기원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많은 질문을 남긴다. 생명과학, 화학, 지질학, 천문학 등이 함께 협력해야만 ‘생명은 어떻게, 어디에서, 왜 시작되었는가’라는 근본적 문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궁극적 해답이 뒷받침되어야, 우리가 밤하늘을 바라볼 때 “우주 어딘가에 또 다른 생명이 살고 있을까?”라는 낭만적 상상을 조금 더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논의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