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끝은 무엇일까?
우주의 끝은 무엇일까?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과 행성들이 제자리를 지키는 듯 보인다. 지구에서 볼 때 별들이 저녁마다 회전하고 행성이 옮겨 다니는 것 말고는, 우주의 모습이 크게 달라진다는 인상을 받기 어렵다. 그러나 이는 눈에 보이는 바로만 판단한 착각이다. 실제로는 우리 주변 행성·별·은하 너머에 있는 모든 것들이 계속 멀어지고 있다. 우주는 끊임없이, 게다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팽창 중이다.

듀크대학교 물리학과의 댄 스콜닉 부교수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건 말 그대로 ‘거리’가 늘어난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특히 다른 은하들과 우리 사이의 거리가 계속 늘어나는 것이 바로 우주 팽창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흔히 이 팽창을 추상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이 팽창이 언제까지, 어떻게 지속될까? 과연 영원히 계속되면서 팽창 속도가 무한히 가속될 수도 있을까? 현 시점에서 답은 알 수 없다. 우주의 궁극적인 ‘최후’가 어떤 모습일지는, 암흑물질(dark matter), 암흑에너지(dark energy),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일반 물질·에너지가 우주 공간에서 어떤 비율로 작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제는, 우주의 구성물 중 95%에 달한다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아직 본질적으로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이 팽창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 빅뱅에서 시작된 팽창, 속도가 다시 빨라진 이유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은 대략 100년 전부터 과학자들에게 알려졌다. 이는 빅뱅(Big Bang)의 결과물로, 온 우주가 초고온·초고밀도 상태의 한 점에서 ‘폭발’하며 물질과 에너지가 사방으로 뻗어나간 것이 시초였다는 개념이다(‘폭발’이라는 표현은 엄밀히 보면 비유적이지만 종종 쓰인다). 처음에는 우주가 팽창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중력에 의해 ‘감속’될 거라고 예상됐다. 실제로 초기엔 중력이 브레이크 역할을 한 것처럼 보인다. 흥미롭게도 인류가 등장해 문명을 이루고 지금까지 이어진 시기가 바로 ‘팽창이 느려지다가 다시 빨라지기 시작한 전환점’ 무렵으로 추정된다. 연구자들은 1998년에 이 사실을 확인했다. 스콜닉 부교수는 “20세기 말에 들어서야 우리는 우주가 단순히 팽창하는 수준을 넘어, 그 팽창 속도가 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무엇이 우주의 가속을 부추기는 ‘가속 페달’ 역할을 할까? 현 단계 설명은 다소 모호하다. 연구자들은 이를 ‘암흑에너지(dark energy)’라고 부른다. 그렇다 해서 암흑에너지가 무엇인지는 아직 거의 모르며, 그 작동 원리 또한 수수께끼다. 시카고대학교의 천문학·천체물리학 교수 웬디 프리드먼은 “기본 물리 수준에서 암흑에너지를 규명하지 못했다”며 “왜 우주가 가속 팽창을 하게 만드는지 그 근본 원인을 모른다”고 말한다.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진공(vacuum)’ 공간에 퍼져 있다고 여겨지며, 일종의 ‘반(反)중력’처럼 서로를 밀어내는 힘을 발휘한다. “공간이 더 많이 생기면 생길수록 사물들이 서로 멀어지는 힘이 더욱 커진다”고 스콜닉은 설명한다. “그 결과 우주는 점점 더 빨리 팽창하게 되고, 물질들은 점점 더 빠르게 흩어지게 된다.”

■ 허블 상수와 ‘허블 긴장’의 미스터리

우주의 현재 팽창 상황을 알아내기 위해 과학자들은 이른바 ‘허블 상수(Hubble constant)’를 측정한다. 이는 우주가 지금 어느 정도 속도로 풍선처럼 부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연구자들은 주로 먼 은하에서 폭발하는 초신성(supernova)이나 밝기가 변화하는 변광성(세페이드 변광성 등)을 관측해, 그 은하가 얼마나 빨리 멀어지는지(후퇴 속도)와 얼마나 멀리 있는지(거리)를 함께 측정하는 방식으로 허블 상수를 구한다. 프리드먼 교수가 이끈 ‘허블 우주망원경(Key Project)’ 팀은 1990년대에 이 값을 이전보다 훨씬 정밀하게 측정해 주목받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스콜닉이 참여하는 ‘SH0ES(Supernova H0 for the Equation of State)’ 팀 등 여러 연구팀이 측정한 허블 상수 값이, 또 다른 방식—우주의 어린 시절(당시엔 초신성이나 변광성이 생기지도 않았던 시기)에 남겨진 흔적으로 구한 허블 상수 값—과 서로 맞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를 ‘허블 긴장(Hubble tension)’이라고 부른다. 이는 곧 관측 데이터나 해석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거나, 혹은 “우주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진화하지 않는다”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프리드먼 교수는 “만약 이 차이가 진짜라면 무척 중요한 단서”라며 “우리가 모르고 있는 새로운 물리학이 숨겨져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스콜닉 부교수는 “오랜 시간 동안 우주 팽창, 그리고 암흑물질·암흑에너지·보통 물질·에너지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이야기(모델)가 잘 맞아떨어지는 듯 보였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그 이야기가 완전히 정합적이지 않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주의 과거를 설명하는 모델이 엇나가면, 우주의 미래 운명까지 예측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 빅 프리즈 vs 빅 립 vs 빅 크런치… 결말은 “아직 불확실”

현재 물리학의 표준 이론대로라면, 우주는 ‘빅 프리즈(Big Freeze)’라고 불리는 상태로 치닫게 된다. 팽창 속도가 어느 정도 계속 가속되면서 물질이 점점 흩어지고, 결국 별들이 수명을 다해 사라진 뒤 새로운 별도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 차가운 우주가 완성된다는 시나리오다. 그런데 암흑에너지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력해진다면 어떨까? 그러면 팽창 속도가 극단적으로 빨라지면서 “빅 립(Big Rip)”—우주가 자신의 팽창력 때문에 스스로를 찢어 버리는 최후—가 찾아올 가능성도 있다. 스콜닉 부교수는 “어느 경우든 우주가 ‘영원히’ 팽창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차이는 그 팽창이 어느 정도의 ‘폭력성’을 수반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모든 학자가 팽창의 ‘영원성’을 인정하는 건 아니다. 프린스턴대학교의 이론물리학자 폴 스타인하트는 암흑에너지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지금은 팽창을 가속하지만 훗날에는 그 힘이 약해져 우주가 서서히 팽창을 멈추고 오히려 수축하기 시작할 수도 있다. 이를 ‘빅 크런치(Big Crunch)’라 부른다. 스타인하트가 주목하는 몇몇 우주론 모델에서는 이 수축이 다시 확장으로 전환돼, 우주가 팽창과 축소를 반복하는 순환을 이룰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어느 견해가 맞을지는 아직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프리드먼 교수는 “우리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던 ‘확실성’을 잃어버렸다”고 표현한다.

그럼에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같은 새 관측 도구들을 통해 더 멀리, 더 정밀하게 우주를 관측할 수 있게 된 만큼, 머잖아 단서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프리드먼 교수는 “과학은 이렇게 전진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아직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완전히 알지 못할 뿐이고, 때론 명확한 답을 얻기까지 정말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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