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해마다 한두 번쯤은 “과학자들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소행성을 발견했다”는 식의 뉴스를 보게 된다. 최근 화제가 된 사례로는 ‘2024 YR4’라는 이름의 소행성이 있다. 최대 100미터 직경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지금으로서는 2032년에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2% 이상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어떻게 알아내는 걸까. 그리고 천문학자들은 이렇게 먼 미래에 소행성이 어디쯤 있을지 도대체 어떻게 계산하는 걸까. 사실 이는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17세기에 행성 운동 법칙을 정립한 뒤로 이어져 온 고전적인 원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망원경 성능과 디지털 카메라, 그리고 컴퓨터 계산 속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해 보다 쉽게 소행성을 찾아내고 위치를 추적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모든 불확실성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현재 전 세계에는 밤하늘을 광각으로 촬영하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태양계 내 소행성을 찾는 ‘탐색형’ 천문대가 대략 10여 곳 있다. 소행성은 지구에서 보면 훨씬 먼 거리에 있는 ‘고정된’ 별들 사이를 조금씩 움직이는 형태로 관측된다. 예전에는 사진 여러 장을 눈으로 일일이 비교해 이런 움직임을 찾았으나, 이제는 자동화 시스템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그 작업을 대신하고 있다. 새로운 이동 천체가 확인되면, 그 소행성의 궤도가 어떤 형태인지 계산해야 한다. 화성 너머 쪽에서 서서히 맴도는 원(또는 거의 원에 가까운) 궤도일 수도 있고, 지구 근처까지 깊숙이 파고드는 타원 궤도일 수도 있다. 바로 여기서 케플러의 법칙이 등장한다.
케플러는 모든 궤도가 세 가지 형태 중 하나라고 밝혔다. 타원 궤도, 포물선 궤도, 그리고 쌍곡선 궤도가 그것이다. (완전한 원 궤도는 타원의 특수한 경우이므로 타원에 포함된다.) 포물선이나 쌍곡선 궤도는 궤도 자체가 닫히지 않는 ‘열린 형태’로, 그런 궤도를 도는 물체는 태양 주위를 일시적으로 스쳐 지나갈 뿐, 결국 태양의 중력을 벗어나 성간우주로 날아간다. 실제로 궤도가 매우 크게 휘어진 쌍곡선 궤도로 관측된 사례는 ‘오우무아무아(‘Oumuamua)’와 ‘2/I보리소프(2/IBorisov)’ 혜성, 단 두 번뿐이다. 반면 타원 궤도에 속한 물체는 태양에 묶여 있어서(행성 중력에 의해 궤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계속 태양 주위를 돌 수밖에 없다. 이런 태양 공전 궤도를 정확히 알아내면, 그 물체가 미래 어느 시점에 어디로 갈지 예측할 수 있다.
타원 궤도를 정의하는 핵심 요소는 반장축(긴축의 절반 길이, 즉 궤도 크기를 나타내는 수치), 이심률(궤도가 얼마나 ‘길쭉한’ 타원인지 측정하는 값. 0이면 원, 1에 가까울수록 찌그러진 형태), 그리고 궤도가 어떤 기울기와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궤도의 공간적 배치) 같은 부분이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궤도 요소’라고 부른다. 한편 소행성이 특정 시점—예를 들어 최초 발견 시나 그 후의 추가 관측 시—궤도 상에서 정확히 어느 지점에 있었는지를 알면, 케플러의 방정식을 이용해 그 소행성이 임의의 시점에 궤도의 어느 구간에 위치할지 계산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소행성의 궤도를 어느 정도 정확히 결정하려면, 관측 시점이 서로 충분히 떨어진 사진 최소 세 장 이상이 필요하다. 그런데 소행성은 사진 속에서 작은 점처럼 찍히지도 않는다. 흔적이 조금 번져 있기도 하고, 배경 별들과 겹쳐 있으면 위치 측정에 오차가 생긴다. 이런 미세한 불확실성이 누적되면, 결국 소행성 궤도를 계산해도 예측 경로 자체에 어느 정도 ‘흐릿함’이 남는다. 미래(또는 과거)의 위치를 멀리까지 예측할수록 이 오차 범위는 커져만 간다. 실제로 소행성의 이동 궤도는 현재 관측 지점을 꼭짓점으로 해서 미래 방향으로 갈수록 점점 퍼져 나가는 거대한 ‘원뿔’ 형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통계적으로 보면 소행성은 그 원뿔 안 어디쯤이나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오차 범위를 줄이는 방법은 추가 관측 데이터밖에 없다. 새로 망원경 관측을 수행하거나, 과거 찍힌 천문 사진 아카이브를 뒤져서 해당 소행성이 찍혀 있었는지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관측 기간이 길어질수록 궤도 요소의 불확실성도 점차 줄어든다.
이 과정을 야구에서 외야수가 뜬공을 잡는 모습에 비유할 수 있다. 타자가 공을 치고, 공이 방망이에 맞은 순간 딱 1초만 보고 눈을 감아야 한다고 하면, “공이 어디로 날아갈지” 추정하기는 너무 어렵다. 지속적으로 공의 움직임을 추적해야, 최적의 위치로 이동해 글러브로 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소행성이 멀리 도망가기 전에 최대한 오랫동안 추적 관측을 한다. 문제는 소행성 중 대다수가 작아서, 지구와의 거리가 멀어지면 금세 어두워진다는 점이다. ‘2024 YR4’도 현재 지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으며, 4월 말에는 관측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어두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어떤 소행성은 태양의 방향에 너무 가깝게 이동해 수개월 동안 망원경으로 볼 수 없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궤도가 어느 정도 밝혀진 소행성에 대해 “지구 충돌 가능성”은 어떻게 계산할까.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가장 단순한 예를 들면 소행성 궤도를 모사해 날짜별로 지구 공전 궤도 부근을 통과하는 시점을 찾고, 그 시기에 실제 지구가 그 위치를 지나가는지 확인하면 된다. 만약 일치하면 좋지 않은 소식이다.
그래도 곧바로 재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구라는 목표물 자체가 크지 않고, 예측상 소행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 역시 꽤 넓은 범위를 가진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지구 충돌 가능성”이 조금 있어 보이더라도, 확률이 아주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며, 특히 예측 시점이 멀수록 가능성은 더더욱 희박하다. 사실 새로 발견되는 소행성 중 ‘지구 위험’ 후보로 거론될 때 1,000분의 1 같은 수치도 비일비재하다. 거의 대부분의 사례에서, 관측이 더 이루어지면 소행성 궤도가 정밀해지고, 결국 지구와 거리가 꽤 떨어진 채 지나간다는 결론이 나온다. 가끔은 정반대처럼 보이기도 한다. 추가 관측으로 인해 “충돌 확률이 더 높아졌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는 소행성이 실제로 위험해졌다기보다 불확실성이 줄어든 결과가 지구 쪽에 조금 더 가까운 값을 가리킨다는 뜻이다. 그렇다 해도 관측이 계속되면 대개 최종적으로 궤도가 살짝 빗겨가며 지구가 안심되는 상황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구가 실제로 소행성과 충돌한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2013년 체바르쿠르스크(러시아) 상공 폭발, 1908년 퉁구스카 대폭발, 5만 년 전 애리조나 운석공 분화구 충돌 등이 대표적인 예다. 사실 지구는 매일 100톤 정도의 미세 운석 파편과 부딪히는데, 대부분은 대기권을 통과하며 ‘별똥별’로 소멸한다. 하지만 좀 더 큰 암석 조각이 들어올 때는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덩치가 클수록 빈도는 크게 줄어든다. 결국 망원경을 많이, 넓은 영역에서, 오랫동안 운용할수록 지구의 안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