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수, 정말 제대로 알고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수, 정말 제대로 알고 있을까?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인류는 태양계가 속해 있는 은하수(우리 은하)에 대해 아주 오래전부터 관측해 왔으나, 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보통 다른 은하들은 멀리서 한눈에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구조를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속해 있는 은하수는 내부에 갇힌 채 바깥 전경을 확인하기 어렵다 보니, 우리 은하의 전체 지도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도전 과제다. 기본적으로 은하수 내부에 있으면 마치 커다란 창고 안에서 안개로 둘러싸인 상태에 놓인 것과 비슷하다. 내부 물건과 천장을 볼 수는 있지만, 창고의 벽이 정확히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또 창고 전체가 얼마나 넓은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가까운 별들은 보이지만, 시야가 탁해 벽이나 중심부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조차 알기 힘든 셈이다.

여기에 더해 결정적인 관측 방해 요소가 있다. 은하수가 별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훨씬 선명하게 은하 전역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은하수 곳곳에는 거대한 먼지 구름이 깔려 있다. 이 먼지는 거대한 별이 수명을 다할 때 뿜어낸 바위나 그을음 같은 입자들로, 수십억 년간 쌓이며 시야를 차단하는 구름을 형성했다. 결국 우리가 광학 망원경으로 직접 볼 수 있는 별들은 대부분 은하수의 ‘가까운’ 영역에 제한되고 만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은하수가 납작한 원반 모양을 하고 있고, 중심부에 구형으로 부풀어 오른 별 무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맑은 밤하늘에 흐릿하게 보이는 ‘은하수 띠’는 사실 이 원반 모양의 가장자리를 우리가 내부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생긴 시각적 효과다. Sagittarius(궁수자리) 근처에서 그 밝은 띠가 동그랗게 펼쳐지는 이유도 중앙 팽대부에 해당하는 별 무리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역에 무엇이 있느냐”라는 것이다. 우리 은하 전체 구조와 중심, 그리고 반대편에 놓인 별들은 어떤 모습일까? 사실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시광선(광학 영역)은 먼지에 막히지만, 파장이 더 긴 전파나 적외선 영역의 빛은 먼지를 비교적 쉽게 통과한다. 그래서 이 영역을 감지할 수 있는 망원경을 활용하면, 인간의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은하수 반대편까지 어느 정도 관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하 중심부는 어마어마한 먼지 구름에 가려 있어 일반 광학 망원경으로는 거의 볼 수 없다. 하지만 적외선 망원경으로 관측하면 그곳에서 나오는 빛을 어느 정도 포착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천문학자들은 별들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추적했고, 결국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함을 밝혀냈다. ‘궁수자리 A*’로 불리는 이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400만 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또 전파는 적외선보다 파장이 더 길어서 먼지를 더 쉽게 통과한다. 2010년, 천문학자들은 지구로부터 약 3만 1천 광년 떨어진, 은하수 반대편에 위치한 거대한 가스 구름을 전파 망원경으로 포착했다. 이어진 적외선 관측 결과, 이 거대 구름은 별들이 활발하게 탄생하는 지역으로 판명됐고, 그 모습이 열대어와 비슷하다 하여 ‘드래곤피시 성운(Dragonfish Nebula)’이라 이름 붙였다. 이 성운은 보름달 크기의 네 배에 달하는 각지름을 보여주는데, 실제로는 무려 1천 광년 가량 뻗어 있다. 가까운 별 탄생지로 유명한 오리온 성운조차 수십 광년 정도 규모이니, 드래곤피시 성운이 얼마나 거대한지 짐작할 수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은하에서 가장 클 법한 성운이 광학 망원경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부 가스 구름은 마이크로파 영역에서도 강한 빛을 방출한다. 이 방출 원리는 레이저와 유사해 ‘메이저(maser)’라고 불리는데, 전 세계 여러 전파 망원경을 동시에 활용해 관측하면 움직임과 거리를 매우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메이저 현상이 일어나는 구름들은 은하수의 나선팔을 따라 분포해 있고, 이를 통해 우리 은하가 화려한 나선형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밝혀냈다. 현재 은하수에는 네 개의 거대 나선팔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외에 살짝 작고 덜 두드러지는 다섯 번째 ‘지역 나선팔’이 태양계를 품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전파 자료를 종합해보면 태양은 은하 중심부에서 약 2만 6천 광년 떨어진 지점에 있으며, 은하 중심부에서 전체 은하 반지름을 반으로 나눈 거리 정도에 해당한다. 또 은하의 중앙 경계면과 거의 일치하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뉴멕시코 사막에 있는 거대 전파 망원경 배열(Very Large Array)로 포착된 ‘G1.9+0.3’도 은하수 반대편에 위치한 대표적 사례다. 이는 초신성이 폭발한 뒤 남은 가스 파편, 즉 초신성 잔해로 알려져 있다. 불과 100여 년 전에 이 폭발의 빛이 지구에 도달했으나, 사이를 가로막은 먼지로 인해 광학 영역에서는 관측되지 않았다. 현재 이 초신성 잔해가 지구에서 약 2만 7천 광년 이상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은하수의 반대편에 자리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엑스레이 역시 은하수를 가로막는 먼지를 통과할 수 있다. 2004년 지구에 도달해 위성 탐지기를 마비시킬 뻔한 강렬한 엑스레이 파동이 있었는데, 이는 ‘SGR 1806-20’으로 불리는 마그네타(강한 자기장을 가진 중성자별)에서 분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폭발의 위력은 지구 대기에 직접 영향을 미칠 정도였으며, 거리가 4만~5만 광년에 달하는 은하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마그네타는 우리 은하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천체인데, SGR 1806-20을 제외하면 대부분 은하 중심부나 그 이쪽 편에 위치해 있다. 이는 은하 반대편에도 우리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마그네타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은하수 반대편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숨어 있다. 가까운 영역만 살펴봐도 강력한 울프-레이에 별, 폭발 직전 상태의 별, 그리고 수많은 외계 행성까지 다양한 천체가 넘쳐난다. 그렇다면 아직 관측되지 않은 은하수 저 먼 곳에는 또 어떤 보물들이 숨겨져 있을까. 현재로선 은하수의 저 너머를 온전히 조사하기엔 기술적 한계가 있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가 구축한 은하 지도는 겨우 절반 정도만 완성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하 반대편을 더 깊이 파헤치게 될 미래의 관측 결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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