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우주비행, 시력 망가뜨리나…NASA, ‘SANS’ 해결에 사활
장기간 우주비행, 시력 망가뜨리나…NASA, ‘SANS’ 해결에 사활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미 항공우주국(NASA)이 향후 15년 안에 화성에 유인 탐사선을 보내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가운데, 긴 우주 여정에서 발생하는 의문의 시력 이상이 큰 도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장기간의 무중력 환경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우주비행 연관 신경안(神經眼) 증후군(SANS)’은 아직 그 원인과 위험군, 예방·치료책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난관이 예상된다. 이 증후군은 우주인이 오랜 기간 미세중력 상태에 머물 때 안구 뒤쪽의 형태가 평평해지거나 망막 후면에 주름이 생기는 현상, 시력 조절이 달라지는 굴절 변화, 시신경이 뇌로 연결되는 부위에 부종이 생기는 증상 등으로 정의된다. 2011년 최초 보고 이후 NASA는 꾸준히 원인을 규명하려 해왔지만, 여전히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존슨우주센터의 항공우주 검안의인 타이슨 브룬스테터는 미 해군 근무 당시인 2011년, 이 증후군에 대한 첫 논문을 접하고서 “NASA라면 반년이면 해결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지금 그 해결팀에 합류해 원인을 추적하고 있다”고 회고했다. NASA가 이 문제를 ‘레드 리스크(red risk)’로 지정한 것은 화성까지 왕복에만 약 18개월가량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긴 임무에서 시력이 저하되거나 뚜렷한 이상이 생긴다면 단순 불편을 넘어 심각한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NASA의 판단이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이미 6개월 수준의 임무에 투입된 우주인들 중 다수가 시력 변화를 겪은 사례가 확인되었다. 특히 SANS는 시력 저하뿐 아니라 시신경 부종, 망막 두꺼워짐 등 직접적인 검사로만 확인 가능한 증상을 일으키며, 약 5명 중 1명꼴로 임상적으로 ‘심각하다’고 분류될 정도다. 다만 지구로 복귀하면 대부분의 문제는 1년 안에 해소되며, NASA 역시 처방 안경 등으로 임무 중 발생하는 굴절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아직까지 영구적인 시력 손실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는 게 브룬스테터의 설명이다.

문제는 화성 왕복처럼 훨씬 더 긴 비행이 기존보다 심각한 후유증을 야기할 가능성이다. 시신경 부종이 장기화되면 커진 맹점(盲點)이 시야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망막 후면에 생긴 주름(맥락막 주름)이 많아질수록 카메라 필름이 구겨진 듯한 시야 왜곡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이는 단순히 교정렌즈로 해결하기 어려운 데다, 중력 환경으로 돌아온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원인은 무중력 상태에서 체액이 머리 쪽으로 몰리는 ‘유체 이동’이다.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는 혈액과 뇌척수액이 땅으로 끌려 내려가지 않고, 머리 안에서 상대적으로 더 정체되기 쉽다. 하지만 NASA에서 처음 SANS를 분석했을 때 가정했던 “두개강 내 압력 증가가 곧 시력 문제로 이어진다”는 단순 공식은 모든 우주인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존슨우주센터의 영양학자인 스콧 스미스는 “단순히 머리로 체액이 몰린다고 해서 누구나 문제가 생긴다면, 지금쯤 모든 우주인이 똑같이 겪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스미스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환경에서 뇌혈류가 증가해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가설, 유전적 요인과 비타민 결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실제로 SANS를 겪은 우주인들은 아미노산 ‘호모시스테인’ 수치가 높은 편이었고, 이는 체내에서 엽산·비타민B12가 부족하거나 특정 유전자 변이와 맞물려 심혈관계 위험을 키우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NASA 내에서도 이런 관찰에 근거해 비타민을 처방받은 우주인이 실제로 망막 두께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는 기록이 확인되어, 추가 연구에 불을 붙였다. 스미스는 “혹시 틀렸어도 결국 비타민만 더 먹인 셈이지만, 이 가설이 맞는다면 큰 위험 요인을 줄이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우주정거장에 탑재된 러시아의 ‘치비스(Chibis) 슈트’처럼 하반신을 진공상태로 만들어 혈액을 다리 쪽으로 끌어당기는 방식이 일시적 해법으로 시도되지만, 장비의 부피가 크고 개별 맞춤 시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허벅지 부근에 혈액이 넘치지 않도록 조이는 ‘정맥 수축 커프’를 착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더 나아가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법한 ‘인공중력’으로 문제를 근본 해결하려는 방안도 떠오른다. 몸통만 빠르게 회전시키는 소규모 원심분리 장치나, 직접 페달을 밟으며 원을 도는 인력(人力) 원심기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지만, 탑재 비용과 멀미 같은 생체 부작용 등의 고민이 뒤따른다.

비록 SANS의 원인과 해결책이 여전히 오리무중에 가깝지만, 스미스는 “만약 문제가 간단했다면 진작에 해결됐을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화성으로 가는 대장정을 앞둔 NASA는 시력을 위협하는 이 수수께끼를 반드시 풀어내야 한다는 각오로, 우주인과 과학자, 의학계가 힘을 합쳐 답을 찾고 있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지만, 그 누구도 이 과제를 가볍게 여기지는 않는다. 우주에서 시력이 흐려지는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인류의 새로운 도전에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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